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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임을 위한 행진곡’과 BTS가 동시에 울려 퍼지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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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도심관광트레일

금남로에선 5·18 정신 되새기고

충장로선 케이팝 스타처럼 놀기

옛 전남도청 건물 3개월간 개방

중앙일보

불빛 가득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옛 전남도청 건물 뒤에 땅을 파고 들어섰다. 사진에서 전당 건물 너머 2시 방향이 금남로다. 충장로는 불빛이 가장 환한 12시 방향에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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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거리로 기억되는 도시다. 금남로와 충장로. 옛 전남도청 자리에 들어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길이다. 나란한 두 도로는 각자 광주의 두 얼굴을 대표한다. 금남로가 역사의 현장이면 충장로는 일상의 영역이다. 한 길에 광주의 아픈 역사가 배어 있다면, 다른 한 길에선 광주의 젊은 문화가 펄떡인다. 광주광역시가 이 도로의 일부 구간을 ‘아름다운사람길 도심관광트레일’이라는 이름의 테마여행길로 운영한다.

오월을 걷다 - 금남로

‘민주열사의 오월길.’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금남로 주변에 조성된 테마여행길 이름이다. 이름만으로도 길의 의의를 알 수 있다. 1.5㎞ 길이의 오월길을 걷는 건, 여행자로서 5·18민주화운동을 기억하는 일이다.

오월길은 문화유산의 길이다. 이 짧은 길에만 정부 지정 문화재 8건과 유네스코 유산 1건이 모여 있다. 이를테면 1980년 5월 27일 시민군이 계엄군과 마지막까지 싸웠던 도청 건물(사적 5-1호)은 물론이고, 민주광장(사적5-2호)의 시계탑과 분수대도 문화재로 지정됐다. 광장 건너편 오른쪽 모서리 건물이 ‘전일빌딩’이다. 지금은 공사막이 쳐 있지만, 최근 뉴스에도 등장한 ‘핫 플레이스’다. 저 건물에서 헬기 사격 탄흔이 발견됐다.

광장을 벗어난 길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민이 소식지를 제작했던 ‘광주YWCA 옛터(사적 6호)’, 광주시민이 왜곡보도를 규탄하며 불을 질렀던 ‘광주MBC 옛터(사적 7호)’ 등을 지나 금남로 ‘구 가톨릭센터(사적 4호)’에서 끝난다. 이 건물에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이 설치됐다. 여기에 모인 4217점의 사진과 3750점의 기록이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이왕이면 오후 5시 18분 전까지 광장으로 돌아오면 좋겠다. 이윽고 5시 18분이 되면 잠깐 말을 멈추면 좋겠다. 시계탑에서 익숙한 멜로디가 맑게 울린다. 나지막이 따라 불러도 좋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아이돌 놀이터 - 충장로

중앙일보

방탄소년단 제이홉이 다닌 조이댄스학원 연습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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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0대에게 광주는 아이돌의 고장이다. 방탄소년단 제이홉을 비롯해 카라 구하라, 원더걸스 유빈, 미스에이 수지, 동방신기 유노윤호, 빅뱅 승리 등 광주가 낳은 케이팝(K-POP) 스타가 수두룩하다. 광주시청에 따르면 광주 출신 한류 스타가 전체의 30%가 넘는다.

그들이 스타의 꿈을 벼린 골목이 ‘광주의 명동’ 충장로다. ‘K-POP 아이돌 골목길’은 충장로 일대 젊음의 현장을 이은 1.7㎞ 길이의 탐방로다. 옷·액세서리·화장품 등을 파는 가게, 돈가스·빵·튀김 따위를 파는 분식집, 인형 뽑기로 대표되는 게임장 등 10대 청소년이 즐겨 찾는 장소로 골목이 빼곡하다. 술집은 보이지 않는다.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광주도시여행청 조현희(42) 대표는 “오후 9시만 되면 학생들이 집에 들어가 썰렁해진다”고 말했다.

여느 거리와 다른 충장로만의 풍경이 있다. 건물의 음악학원 간판이다. 충장로 일대에만 10곳이 넘는 음악학원이 몰려 있다. 현재 최고 명소는 단연 ‘조이댄스학원’이다. 제이홉·구하라·승리 등을 배출했다. 학원 측은 현재 수강생이 400명이 넘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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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대표 간식 상추튀김.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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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광주에는 “우다방에서 보자”는 말이 있었다. 충장로우체국 앞 계단에서 만나자는 뜻이었다. 우다방 사거리는 지금도 청춘으로 북적인다. 상추에 오징어튀김을 싸 먹는 광주의 대표 분식 상추튀김(4500원)도 이제는 이 골목에서만 맛볼 수 있다.

여행정보
광주 도심관광트레일은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시계탑 앞에서 무료 투어가 출발하며, 5명 이상이면 아무 때나 무료 투어를 신청할 수 있다. 10인 이상이 모여 1만원씩 내면 ‘K-POP 아이돌 골목길’을 걷고 음악학원에서 1시간 댄스를 배우고 상추튀김도 맛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8월 18일까지 옛 전남도청 건물을 개방한다. 도청 건물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린다.



광주광역시=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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