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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100만원 투자 1년 뒤 2억?…당한 줄도 모르는 코인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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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기 혐의로 대표 등이 구속된 K사 사무실. 14일 오전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이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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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역삼동의 한 사무실. 최근 업체 대표와 임직원이 투자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된 'Y페이' 운영업체 K사 사무실을 직접 찾았다.

문 너머로 보이는 사무실 내부는 불이 꺼져 온통 어두컴컴했고, 사다리와 케이블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건물 관계자는 "지난 8일 업체가 사무실을 비웠다"고 말했다.

문에 붙어 있던 안내문을 보고 인근의 새 사무실을 다시 찾아갔다. 조금 열린 문틈 사이로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여럿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노크를 하자 업체 관계자가 나와 "여긴 어떻게 찾아왔냐"고 말했다. 업체 대표 구속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그는 "임원들이 모두 체포되거나 사표를 냈다. 만날 수 없다"고 답했다.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누구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일반 사업가들"이라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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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가 구속된 후에도 계속 운영 중인 K사 홈페이지. [14일 오후 K사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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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이 업체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투자금 200원당 ‘1페이’를 투자자의 전자지갑에 지급했다. 업체는 수당 명목으로 매일 지급되는 페이를 재투자하면 매일 보유 페이의 1%를 이자로 받는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업체 설명대로라면 100만원을 투자한 뒤 매일 받는 이자를 다시 재투자했을 때 이자에 이자가 계속 붙으면서 1년 뒤 2억원을 가져갈 수 있게 된다.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수익률이지만, 업체는 친환경 모듈하우스인 ‘욜로하우스’를 제작해 임대·판매한 수익으로 투자자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홍보했다. 경찰 수사 결과 실제로 제작된 모듈하우스는 단 한 채로 드러났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이런 수익을 내려면 욜로하우스가 수백 채 내지는 수천 채가 지어져 있어야 하는 데 제작된 것은 1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말에 속아 투자한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돈을 넣었다가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는 지난해 10월부터 1만9000여명에 이른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전체 피해 금액은 수백억 원이다.

이 같은 수법은 대표를 비롯한 간부급들이 구속된 ‘코인업’과 ‘렌벨캐피탈’ 사건에서도 드러났다. 공통적으로 이 업체들 모두 단기간에 많게는 1만% 이상의 고수익 보장을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업에 등록하지 않은 업체가 코인이나 페이 등을 매개로 '원금 보장'과 '초과이익 지급'을 약정하면, 업체가 투자금을 받는 순간부터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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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투자 사기 업체들은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렌벨캐피탈 유튜브 채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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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투자사기 업체 홍보에 이용된 것 역시도 이전과는 다른 점이다. 수사를 받고 있는 업체들은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자사 상품을 홍보했다. 사업설명회와 인터넷 사이트, SNS 등을 통한 투자자 모집도 병행했다. 이들 업체는 모두 약 1년 만에 수천~수만 명의 투자자를 모았다.

신종 투자사기에서 일부 피해자는 '내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3월 말 수서경찰서가 K사 전산 서버를 압수수색한 이후에도 투자자 커뮤니티에선 “우리 다 함께 단합된 한마음으로 지켜나가요” “(정상화 되면) 매일 받던 페이 소급적용해서 다 줄 거다” “사기는 아닌 듯” 같은 댓글이 올라왔다.

지난 2월 경찰의 코인업 사무실 압수수색 현장에서는 일부 투자자들이 "왜 새로운 기법의 금융 활동을 막느냐"고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많은 피해자가 전자지갑에 코인ㆍ페이 등을 보관하고 있어 피해가 없다고 착각하는 일이 있는데 이것들도 사실상 실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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