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유예 끝난 4월 평월 수준
정부 "정책 효과 본 것" 자평
현장선 "경기침체 일감 실종"
임금 줄까봐 신고 꺼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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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전국 주요도시의 버스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반발이다. 당초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시간'을 단축한다는,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폈으나 실상은 달랐다. 임금 하락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현실을 외면한, '책상머리 정책'이었던 것이다.
근로시간 초과 고발없는 이유
12일 임이자 자유한국당(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월(1~26일) 주 52시간 관련 근로감독 청원, 진정, 고소ㆍ고발 건수는 12건에 불과했다. 이는 1월 12건, 2월 3건, 3월 14건 등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 이는 탄력근로제가 도입되지 않아 신고ㆍ고발이 난무할 것으로 당초 예상과 다른 결과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당국은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효과를 본 것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다르다. 경기가 최악의 상황에 빠지면서 주52시간 이상 근무해야할 일감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하락을 우려한 근로자들이 고발을 꺼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했다. 직장 내 근무 형태, 인력 구조 등 노무 전반을 뒤흔드는 중차대한 변화인 만큼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계도기간 내에는 근로시간 위반으로 사업장 감독이나 진정사건이 제기돼 법 위반이 확인됐어도 바로 처벌하지 않고 충분한 시정기간을 부여한다는 뜻이다. 현장에서의 혼란이 지속되자 정부는 계도기간을 올 3월까지 재연장했다. 4월부터는 주 52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가 고발할 경우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한다.
경기 침체로 "돌릴 물량 자체가 없다"
당초 예상과 달리 고발 건수가 크게 늘지 않았던 것에 대해 현장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일단 제조업 등 경기 침체로 52시간 초과 근무하는 사업장 자체가 줄었다는 해석이다. 즉, 일할 사람은 있어도 일거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분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9%로 전분기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09년(66.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동률은 최대 생산능력 대비 실제 생산량이다. 현재와 미래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ㆍ선행지수는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기간인 10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또한 이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1월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10년 만에 가장 낮은 마이너스(-) 0.3%로 떨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중견ㆍ중소기업에서는 공장을 돌릴 물량 자체가 없었다"며 "사실상 주 52시간을 넘길 일거리가 없어 강제 근로시간 단축이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주 52시간 근로 도입을 앞두고 전국 주요도시 버스 노조가 파업을 가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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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임금이라도 벌어야 한다"는 근로자
이와 함께 근로자 스스로 임금이 줄어드는 문제 때문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연장근로 시간제한의 임금 및 고용에 대한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초과 근로시간 감소에 따라 근로자의 월 임금은 평균 37만7000원(-11.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특례업종에 대한 유예기간이 끝나는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적용되는 버스 사업장에서는 이 같은 문제 때문에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버스 운전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월 임금의 30%를 차지하는 시간 외 수당을 덜 받게 돼 1인당 월 100만원 이상 수입이 감소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임금 하락 없이 근무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며 "결국 초과근로에 대해 고발을 할 경우 자신의 임금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신고를 하지 않은 사례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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