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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WiFi카페] 동네카페 김 사장의 혈혈단신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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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손님을 맞는 역삼동 동네 카페 김 사장. 김 사장은 직업군인을 하다 이십대 후반 전역을 했습니다. 주류회사 영업사원 등의 일을 닥치는대로 하다가 카페를 창업한 건 5년전이었습니다. 막일로 모은 종자돈 1억원을 모조리 카페에 투자한 것이죠. 군인생활을 하면서 다져진 성실함과 체력 덕에 그는 자신이 차린 카페를 본궤도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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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의 역삼동 카페 매장 모습 (사진 = 김유성 기자)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장사가 잘 된것은 아니었습니다. 주변에 갈 만한 카페는 흔했기 때문입니다. 단골없이 시작한 그의 장사가 처음부터 잘 될 수는 없었습니다.

카페 개업하고 6개월은 카페 안에서 먹고 잤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문을 열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에 커피를 팔았습니다. 밤에는 일본술집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초기 창업 비용과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오전 7시에 문을 열어 밤 11시에 문을 닫았습니다. 그의 성실성 덕분에 단골도 많이 생겼습니다. 늘어나는 수입에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장사가 안돼 나온 주변 카페 매물을 인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그의 주거지는 카페 안에서 고시원으로 바뀌었습니다. 집 없이 시작한 그였지만 어느정도 돈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장사에 재미를 붙여가던 2년전 ‘큰 일’이 생겼습니다. 그 사이 스타벅스 매장이 생겼던 것이지요. 어느새 주변 스타벅스 매장은 3곳이 됐다고 합니다. 성수기 하루 500잔 팔던 김 사장의 일 매출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요새는 200잔 정도 팔린다고 합니다.

강력한 경쟁 매장 외에 ‘장사의 적’은 또 있었습니다. 치솟는 임대료와 인건비였습니다. 월 180만원에 시작한 임대료는 현재 300만원까지 올라가 있는 상황입니다. 법으로 임대료 상승을 억제한다고 해도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건물주에 돌아가는 몫은 늘어만 갑니다.

김 사장은 “임금 등 다른 비용은 어떻게서든 줄일 수가 있는데, 임대료만큼은 그게 안된다”면서 “임차인의 노력만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장사가 잘되면 임대료 상승에, 장사가 안되면 임대료 부담이 커지면서 힘든 것이죠.

시급도 올랐습니다. 5년전 그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줬던 시급은 5500원 정도. 하지만 요새는 누굴 쓰든 1만원 이상을 준다고 합니다. 최저시급 이상을 주면서 아르바이트생들을 대우하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시급이 오르면 부자재 가격은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차량 유지비도 올라갈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팔리는 잔은 더 줄었죠.”

그나마 다행인 점은 주변 카페를 매입하며 수익을 유지했던 점입니다. 장사가 안돼 나온 카페를 인수했던 것이죠. 카페 하나 당 수익은 떨어졌지만, 김 사장이 가져가는 수입은 어느정도 보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김 사장은 최저임금 상승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버틸 여력이 있다고 합니다.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거나 김 사장 본인이 잠을 줄여가며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서른다섯 젊은 그이기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 요새도 그의 일은 새벽에야 끝납니다.

커피 시장이 포화됐다는 말이 있습니다. 카페를 3개나 운영하고 있는 김 사장은 커피 산업 자체는 성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믹스커피에서 스페셜티까지 사람들이 먹는 커피가 다양해졌고, 먹는 커피 양 자체도 많아진 덕분이죠.

요새 그의 고민은 생각지도 못한 경쟁자들입니다. 편의점에서 커피를 ‘그럴듯하게’ 팔지 몰랐고, 각 회사 사무실에 그렇게 많은 커피 머신이 생길지 몰랐습니다. 100원짜리 인스턴트 커피를 뽑는 자판기 수준을 넘은 것이죠. 단순히 싸고 맛난 커피를 판다고 해서 살아남기 힘들어진 것입니다.

그는 카페 창업을 생각하는 예비사장님들에게 한 번 더 고민해보라고 권유합니다. 막연하게 ‘카페 사장’을 동경해서 일을 시작했다가는 몸과 맘만 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동네카페로 살아남기도 쉽지 않습니다. 스타벅스는 방문자들게 공간을 제공하면서 나름의 시장 지위를 확보했습니다. 동네 카페 입장에서 스타벅스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이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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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카페에겐 ‘넘사벽’이 된 스타벅스 (이데일리DB)


가격으로 승부해야 하는 동네카페 입장에서는 사무실 커피머신과 캡슐커피와 경쟁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스페셜티는 블루보틀이나 스타벅스리저브 등의 고급 커피 매장이 그나마 ‘비벼 볼 언덕’입니다. 한국 커피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동네 커피숍 입장에서는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죠.

30분 정도의 이야기를 나누고 팟캐스트에서 더 생생한 얘기를 나누자고 제안하자 김 사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딱히 뚜렷한 개인 시간이 없었던 것이죠. 토요일 오후 5시간 정도 쉰다고 하지만, 그 시간 마저도 ‘아르바이트 땜빵’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개인 시간 없이 일해야 빠듯하게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김 사장이 가진 ‘장사에 대한 마인드’는 탄복할 정도였습니다.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최저시급을 줄 수없다’라는 생각, ‘쉴 새 없이 일한다’는 그의 성실성은 감동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장사 시작 전 주변 상권을 보는 시각 또한 날카로웠습니다.

이런 소사장들이 성공하고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희망이 있는 사회겠죠. 부디 김 사장이 지치지 않길 바랍니다. 그가 또다른 예비 카페 창업자들에 희망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WiFi카페는?

와이파이가 잘 통하는 카페에서 편히 쉬면서 읽을 수 있는 글을 지향합니다. 2018년에 이어 올해 5월부터 다시 연재를 시작합니다. 식음료와 IT, 우리 문화에 대해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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