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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법의 잣대로 잴 수 없는 안타까움, 시흥시 일가족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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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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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109] 어린이날 덕에 황금연휴를 즐겼다. 늦봄과 초여름의 경계에서 가로수의 초록이 눈부시다. 그래서일까? 어린이날인 5일 경기도 시흥시 한 농로 차안에서 발견되었다는 4명의 가족 이야기는 더욱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젊은 아빠와 엄마, 그리고 4세와 2세가 된 어린 생명까지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고 한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그 원인이 경제적인 이유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듯하다.

사람의 생명을 가장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는 법이 또한 형법이기도 하다. 형법은 타인의 생명을 앗아간 사람에게 최소 5년 이상의 징역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무기징역이나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한 사람의 생명은 전 지구보다 무겁다"는 법언이 있기도 하다.

다만 형법은 타인의 생명을 앗아간 경우에 그를 살인자라 비난하며 이를 처벌하는 것이지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끊은 경우에는 법적 평가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나 법이 양보할 수 없는 생명의 문제이기에 아무리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일지라도 타인의 자살에 관여한 경우라면 이를 외면하지 않고 있다. 호의든 선의든 아무리 선한 동기에 의한 것일지라도 자살을 교사하거나 방조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그 사실이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확인되면 형벌을 과하게 된다. 더욱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하는 어린 생명이 대상이 되었을 때는 대부분 자살관여가 아니라 살인죄로 다스리는 게 법의 입장이다.

1980년대 중반에 생활고에 시달리던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엄마 보러 가자" "맛난 것도 많이 먹고 행복하게 살자"라면서 함께 죽자고 권유하며 물속에 따라 들어오게 해 7세, 3세에 불과한 어린자식들로 하여금 스스로 물에 들어가 자살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대법원은 살아남은 아버지에게 살인죄의 죄책을 지웠다(대법원 1987.1.20. 선고 86도2395). 불행한 사건이 수십 년 만에 더구나 어린이날 되풀이된 것일까?

그 정확한 전말이야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수사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 조사의 폭이 결정된다. 그 심층에 깔려 있는 경제적·사회적 이유까지 밝혀내고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우리 사회의 복지시스템은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비단 수사기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소관 중앙부처나 관할 지방자치단체도 관심을 가지고 이 불행의 원인이 무엇인지? 복지시스템의 미비, 복지 혜택의 전달 시스템에 문제는 없었던 것인지 정확히 밝혀내고 다시는 이런 불행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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