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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스마트폰·전장 '쌍끌이 적자'..."버릴 수도 없고" 답답한 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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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066570)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비주력 사업인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하고, 멤브레인(수처리용 여과막) 사업을 LG화학에 양도하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전사적으로 사업 효율화 작업에 나서고 있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발빠른 사업 개편에 나선 LG전자지만 쉽게 구조조정에 나서기 쉽지 않은 ‘성역'이 있다. 당장 수익을 내지는 못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 바로 누적 적자 3조원을 넘어선 스마트폰사업(MC사업본부)과 흑자 전환이 늦어지고 있는 ‘미래 먹거리’ 차량용 전장사업(VS사업본부)이다. 스마트폰과 전장은 5세대(G), IoT(사물인터넷) 등 미래 시장 대비를 위해 필수적인 사업이지만, 현재로선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계륵(鷄肋)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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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첫 공식 일정으로 LG사이언스파크를 찾은 구광모(오른쪽) LG 회장이 투명 플렉서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살펴보고 있다. / L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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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공장 베트남 이전해도… 실적 영향 여전한 의문부호

LG전자는 지난달 30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MC본부는 영업손실 2035억원, 매출 1조5104억원을 기록했다. MC본부가 전사 영업이익 9006억원의 22%에 달하는 손해를 낸 것이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VS본부는 영업손실 154억원, 매출 1조3470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LG전자 MC본부는 2015년 2분기부터 1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당장 흑자전환을 이루는 것은 무리"라며 "비용 절감을 통해 2~3년내 흑자달성이 현실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 LG전자는 한때 1만명에 이르던 MC본부 인력을 지난해 말 기준 4000여명 수준으로 줄이고, 신입 인력 배치도 중단한 상태다.

LG전자는 일단 스마트폰 사업 개편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경기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 하이퐁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업 철수 보다는 인건비 절감 등 생산 효율화를 택한 결정이다. 그러나 생산라인 이전에 따른 비용 지출이 예상보다 늘어날 경우 스마트폰 분야의 적자폭이 되레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LG전자는 공장 이전 효과가 올해 4분기 이후부터 가시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LG전자는 지난달 30일 실적발표 이후 열린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까지는 베트남 생산 이전과 양산 안정화가 필요하다"며 "4분기 이후부터 공장 이전이 일정부문 수익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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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베트남 하이퐁 캠퍼스.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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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4분기까지는 공장 이전에 따른 비용 지출이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기존 평택 공장 인력 전환도 걸림돌이다. LG전자는 평택 공장 인력을 다른 사업장으로 전환 배치하거나 희망퇴직을 받을 계획이다. 희망퇴직에 따른 일시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2~3분기 G8·V50 등 신제품 마케팅 비용에 대한 우려도 내놓고 있다. 전체 스마트폰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판매가 부진하다면 오히려 적자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증권가에선 올해 LG전자가 MC본부 적자폭을 500억원 이상 줄이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결국 근본적인 스마트폰 경쟁력 확보 없이는 흑자전환은 힘들다는 평가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비용 효율화 속도보다 외형(매출)의 감소 속도가 더 빠르다면 그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미래성장동력’ 전장 흑자전환 시기 갈수록 늦춰져

VS본부는 LG전자가 손꼽는 미래 성장동력이다. ㈜LG와 LG전자는 지난해 차량용 헤드램프 업체인 ZKW를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인 11억유로(약 1조4400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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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LG전자 제공



문제는 흑자전환 시기다. ZKW 실적이 반영되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8400억원에서 60%가량 늘고, 적자폭도 줄었지만 흑자전환 예상 시점이 갈수록 늦춰지고 있다.

지난해 LG전자는 2019년 내에 VS본부 흑자전환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그러나 지난 1분기 콘퍼런스콜에선 "주력 거래선이 공장을 멈추는 등 세계 자동차 시장 수요 현황이 녹록지 않다"며 "현 상황에서 VS본부의 실질적 턴어라운드 시점은 내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입장을 바꿨다. 미래 먹거리 가시화가 한층 멀어진 셈이다.

두 부문 적자 감소를 위한 뾰족한 방도가 없는 LG전자는 답답한 입장이다. LG전자는 현재의 적자를 미래 투자로 봐 달라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시장이 침체돼 있는 상황이다 보니 계획보다 적자 감소세가 더딘 감이 있다"며 "사업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효율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민혁 기자(beheren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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