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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생생확대경]새 주인 찾는 아시아나..여전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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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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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로 1988년 출범한 아시아나항공(020560)이 31년만에 매물로 등장했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002990)은 지분 33.47%를 내놓는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달 15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감사인의 감사의견 `한정`에서 시작된 시장신뢰 붕괴와 1조1000억원을 웃도는 과도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이 매각의 직접적 트리거로 꼽히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품고 있던 핵심 계열사다.

◇ ABS조달하며 버텨온 게 부메랑

매각 결정엔 채권단 등의 ABS 압력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ABS가운데 70~80%이상이 리테일로 소화된 만큼 한진해운처럼 일반투자자 다수에 피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압력이 상당부분 통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권을 내놓겠다는 박 회장에게 “아버지나 아들이나 뭐가 다르냐”고 일갈했다는 후문이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 매각 결정을 내린 데는 ABS가 트로이 목마가 됐다”며 “회사채 발행이 막히며 ABS로 조달하며 버텨온 게 부메랑이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은 2015년 ‘BBB+’에서 2017년 11월 ‘BBB-’로 2년새 두 단계나 하향 조정됐다. 그 결과 아시아나항공은 사실상 5년정도 장기이지만, 금리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ABS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총차입금대비 ABS(유동화증권 차입금) 비중은 2015년 19%(8358억원)에서 지난해말 36%(1조1417억원)까지 높아졌다. 반면 총차입금대비 회사채 비중은 2015년 22%(9857억원)에서 지난해말 7%(2233억원)로 뚝 떨어졌다. 운용사 등 기관들이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수 있는 회사채 마지노선은 투자적격등급(BBB-)이지만, 실제로는 ‘BBB+’도 잘 담지 않는다. 등급이 낮을수록 커지는 디폴트 리스크를 피하겠다는 내부규정 때문이다.

◇ 이데일리SRE서 신용등급 부적절 `단골손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동안 인수합병(M&A)시장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박삼구 회장은 과거 2006년 대우건설(6조4000억원), 2008년 대한통운(4조1000억원) 등 공격적인 몸집불리기에 나서며 그룹을 재계 7위권까지 올려놨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며 과도한 차입에 따른 풋백옵션에 불과 3년만인 2009년 대우건설을 재매각하게 된다. 대한통운도 2012년 CJ 품으로 넘어갔다.

이처럼 M&A시장에서 ‘오너의 인수의지’는 과도한 차입에 따른 ‘승자의 저주’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윤석금 웅진 회장이 절치부심 끝에 코웨이를 되찾아오긴 했지만, 크레딧 업계에선 수년내 지배주주 변경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보고 있다.

크레딧 시장에선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일찌감치 경고음을 내왔다.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진행하는 이데일리 신용평가전문가설문(SRE)에서 아시아나항공은 2년전부터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은 기업(워스트레이팅) 10위권내에 줄곧 포함됐다. 현금창출력대비 차입금이 과중해 현재 ‘BBB-’ 등급은 펀더멘털에 비해 높은 만큼 투기(BB+)등급으로 하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채권단의 매각 추진은 일단 아시아나항공에 시간을 벌어줬다는 평가다. 유동성 리스크를 제어하면서 지배주주를 변경하겠다는 산업은행이 있는 한 조기상환 트리거는 발동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크다. 채권단의 1조6000억원 통 큰 지원도 같은 맥락이다.

“1년에 5.7% 이자로 돈 빌려서 3% 수익을 내는 회사가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 유가, 환율 등 외부 변수에 따른 매출, 수익성 변동이 크고, 아시아 노선이 60%가량으로 LCC와 경쟁하는 항공사인데 말입니다.”

현재 잠재 인수후보군엔 한화, SK, CJ 등 내로라하는 곳들이 거론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아시아나항공의 지속 가능성은 여전히 물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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