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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수사권조정 '항명'…임기 두 달 남은 검찰총장의 승부수 [채희창의 죽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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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민주주의 원리 반해”… 패스트트랙 지정에 정면 비판

세계일보

해외출장 중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여야 4당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한 것을 정면 비판해 파문이 일고 있다. 문 총장의 입장 표명은 대검찰청 간부들과 의견을 모은 것이라 검찰의 집단 반발로 봐야 한다. 사실상 항명이라는 얘기다. 문 총장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공개 선언한 만큼 귀국 직후 사표를 낼 가능성이 크다. 문 총장의 임기(2년)는 7월24일까지다.

문 총장은 1일 입장자료를 통해 “현재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형사사법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논의를 지켜보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국회에서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한 논의를 진행하여 국민의 기본권이 더욱 보호되는 진전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

그는 국회 논의 방식뿐 아니라 법안 내용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수사권 조정 법안이 현실화하면 경찰권이 필요 이상으로 강해질 수 있다는 것. 그는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경찰에) 부여하고 있다”며 “올바른 형사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러한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찰에 독립적인 수사권을 부여하는 만큼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도 함께 논의되고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보경찰 업무를 반드시 경찰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을 배제한 채 추진되는 수사권조정을 가만히 볼 수 없다는 내부 여론이 들끓자 문 총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검사들은 공수처 법안보다는 경찰에 사실상의 사건 종결 권한을 주는 수사권 조정 법안을 더 큰 문제로 보고 있다. 문 총장은 그동안 ‘사퇴 카드’를 언제 쓸지 고심하고 있었다. 문 총장은 이전에도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은 줄이되,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법무부장관과 행정안전부장관이 서명한 정부 차원의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대해서도 “국민께서 문명국가의 시민으로 온당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며 반대한 바 있다. 다만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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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불쾌해하면서도 공식입장은 내지 않기로 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 조직논리가 반영된 것”이라며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국민 요구와 사개특위 등 국회에서 그간 숙의된 내용에 대해 검찰이 전향적 입장을 내놓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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