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막 오르는 레이와시대… 여성 日王 논의 재점화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5월 1일 나루히토 왕 즉위… 아들 없고 왕실 남성 귀해

일본에서는 30일 아키히토(明仁·86) 일왕이 퇴위하고 다음날(5월1일) 장남인 나루히토(德仁·59) 왕세자가 왕위에 오른다. 나루히토 신일왕의 연호가 될 레이와(令和) 시대에는 일본에서 여성 일왕 인정 논의가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

세계일보

일본 역사에서 여성 일왕이 8명 있었으나 현재 왕위계승 등을 규정한 법률인 왕실전범(典範·일본 명칭 황실전범)에 따르면 왕위는 남성만이 계승할 수 있으며, 여성의 경우에는 결혼 시 아예 왕족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왕족은 양자 입양도 안 된다.

아들이 없는 나루히토 왕세자가 즉위하면 왕위 승계 서열 1위는 현 일왕의 차남이자 왕세자의 남동생인 후미히토(文仁·54) 왕자, 2위는 후미히토 왕자의 외아들인 히사히토(悠仁·13) 왕손자가 된다. 후미히토 왕자는 내년 4월19일 왕위계승 서열 1위를 뜻하는 왕사(王嗣·일본 명칭 황사)에 정식 책봉돼 왕세제(王世弟)로서 활동할 예정이다.

세계일보

문제는 왕실 남성이 극소수라 왕실전범을 고수할 경우 안정적인 왕위계승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왕족 18명 중 남성은 5명에 불과하다. 아키히토 일왕이 퇴위하면 동생인 마사히토(正仁·84·후사 없음) 친왕은 고령이고, 나루히토 왕세자와 후미히토 왕자가 비슷한 연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 왕실의 차기는 히사히토 왕손자 한 명뿐인 셈이다. 후미히토 왕자는 2017년 6월 “형님이 80세 때 나는 70대 중반이다. 그래서 (왕위계승은)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6일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히사히토 왕손자가 앉는 교실 책상에서 ‘식칼 창’이 발견돼 비상이 걸렸다. 이날 낮 12시쯤 헬멧을 쓰고 위아래 파란색 작업복을 입은 중년 남성이 공사 때문에 왔다고 학교를 방문한 뒤 책상 위에서 막대에 식칼 2개가 묶여 창처럼 된 흉기가 발견됐다. 용의자가 왕손자의 자리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학교 내부 사정에 밝은 일왕제 반대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 현 일왕의 즉위 관련 축하 행사가 열린 1990년에도 왕실 관련 시설에 박격포탄 공격이 감행되는 등 일본 전역에서 크고 작은 사건 143건이 일어났었다.

세계일보

이번 사건은 왕손자에게 위해가 발생할 경우 안정적인 왕위 승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레이와 시대에 남성 중심의 왕위계승 문제와 함께 여성 왕족이 결혼 시 지위를 상실하는 것과 같은 남녀차별 문제가 부상할 수 있는 것이다.

2000년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에서는 나루히토 왕세자에게 아들이 없자 여성의 왕위계승을 인정하는 왕실전범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 개정안은 국회에 제출되기 전 2006년 왕손자가 출생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이 개정안을 적용할 경우 나루히토 왕세자의 외동딸인 아이코(愛子·18) 왕손녀가 서열 1위가 된다.

세계일보

일본 국민은 여성 일왕에 대해 우호적이다. 올해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76%가 찬성했다. 반면 극우보수 세력은 남성 일왕에 집착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남성 중심의 왕통(王統) 유지를 주장하며 여성의 왕위계승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즈미 내각에서 여성 일왕을 인정하는 보고서를 정리한 소노베 이쓰오(園部逸夫) 전 최고재판소 판사(대법관)는 “2006년 1월 고이즈미 (당시) 총리가 전문가회의에서 3월에 여성 일왕을 인정하는 왕실전범 개정안을 제출한다고 말하자 아베 관방장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