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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폭언·감금·고소고발·빠루·장외투쟁…국회 파국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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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사·보임 문제 따지며 문희상·채이배 사실상 감금

성추행 논란에 국회의장 사퇴 요구 및 초유의 고소전

의안과·회의장 앞 의원·보좌진 총동원…몸싸움 부상자도

與 "국회 선진화법 위반"…한국당 의원·보좌진 18명 고발

뉴시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문희상 의장이 패스스트랙 법안 접수를 위해 국회 의안과에 경호권을 발동한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비롯한 당직자들과 국회 직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2019.04.25. yes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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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선거제 및 개혁법안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자유한국당과 여야 4당이 대치한 지 나흘째를 맞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의안과와 회의장을 육탄봉쇄하고 여야 4당 의원들과 막말을 주고 받으며 몸싸움을 벌이는 등 국회 선진화법이 무용지물 됐다. 또 사상 초유의 사보임 안건 팩스제출, 국회의장의 성추행 논란과 이로 인한 고소고발전 등 이른바 '막장 국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주말인 27일은 국회가 오랜만에 고요를 되찾았다. 한국당이 광화문에서 문재인 정권 규탄대회를 열어 당 소속 의원들이 대부분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동물국회’로 변한 건 지난 24일 한국당 의원들이 집단행동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 100여명 가량의 의원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의 집무실로 몰려갔다. 패스트트랙 지정 강행을 위해 사개특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을 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기 위해서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을 둘러싸며 집무실을 떠나지 못하게 막아섰고 결국 문 의장은 충격을 받아 여의도 인근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그러나 한국당은 문 의장이 자당의 임이자 의원을 성추행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문 의장이 자신의 앞을 막아선 임 의원의 배를 건드리고 두 볼을 어루만졌다는 것이다.

임 의원은 이로 인해 심각한 성적 모욕감을 느꼈다는 입장을 전했다. 안정을 취한 뒤 26일 국회에 나온 임 의원은 문 의장을 대검찰청에 성희롱으로 고소했다. 그는 입원·수술 가능성도 있는 문 의장을 향해 "빠른 쾌유 기원한다. 빨리 국회로 나오라. 제대로 맞짱 뜨자"고 말하기도 했다.

25일에는 한국당 의원들의 움직임이 보다 분주해졌다. 국회 로텐더홀에서 철야농성을 벌인 한국당 의원들은 정개특위나 사개특위가 열릴 것을 우려해 국회 회의실 곳곳에서 밤을 새웠다.

오전에는 60여명의 의원들을 나눠 국회 본관 상임위 회의장 등을 점거하고 민주당의 진입을 원천 봉쇄했다.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제출을 막기 위해 국회 7층 의안과 앞에도 의원들을 배치했다. 한국당 소속 보좌진들과 당직자들도 동원했다.

특히 문 의장이 오신환 의원의 사임안을 승인할 것에 대비해 보임되는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의 회관 사무실을 점거한 뒤 사실상 6시간여 동안 채 의원을 감금했다. 채 의원이 사개특위에 출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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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실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간사로 선임된 채 의원을 사개특위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막아서고 있다.이날 채의원은 오전 9시부터 자유한국당 의원들로부터 감금상태로 나가려는 채이배와 막아서는 한국당 의원들 간 몸싸움도 수차례 있었고 오후 1시25분께 쯤 소파까지 가져와서 막아놓은 상태다. 2019.04.25.(사진=국회 관계자 제공) photo@newsis.com



채 의원은 오전 9시부터 약 6시간 동안 갇혀있다가 경찰과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탈출에 성공했다. 채 의원은 당일 오전 3시까지 법안 검토 및 업무를 하다 귀가하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쪽잠을 잔 상태였다.

여야 4당 원내지도부와 사개특위 위원들의 법안 논의가 마무리된 이후부터 한국당의 저항은 더욱 거세졌다.

한국당 관계자들은 법안 제출을 막기 위해 국회 7층 의안과 앞에 진을 쳤다. 한국당 의원 등 수십 명의 인파가 현수막을 꼬아 만든 끈을 일렬로 늘어서서 붙잡고 회의장 입구를 막았다. 일부 인사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인간 벽을 만들기도 했다. 이들은 여야 4당 관계자들이 저지에 막혀 물러날 때마다 "헌법수호" "독재타도" 등의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문 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하기도 했지만 실효성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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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당 관계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 대거 모여 의안과 경호권 발동 및 민주당의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 공수처 법안 등의 제출을 막고 있다. 2019.04.24.kkssmm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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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새벽에는 국회 내에 쇠지렛대(빠루)와 장도리 등의 물품이 등장했다. 한국당 측은 이를 두고 "국회 문을 때려 부수려는 민주당의 모습을 목도했다" "의회 쿠데타이자 의회 폭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 측은 "해당 물품은 모두 국회 사무처의 시설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물품이고 점거 돼 있는 의안과 출입문을 열기 위해 국회 사무처 경위 직원들이 사용한 것"이라며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의안과 점거 및 직원 감금상태를 해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대립이 수차례 반복되자 민주당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 18명과 보좌진 2명을 국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이은재 한국당 의원에 대해선 국회 의안과에 팩스로 접수된 법안을 빼앗아 찢어버렸다며 공용서류 무효죄에 해당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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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행안위 회의실로 들어가려다 법안처리를 막는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과 당직자들에 막혀 실랑이를 하고 있다. 2019.04.25. since19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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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사개특위에서 공수처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한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을 위해 안건을 팩스로 제출했고 문희상 의장은 병상에서 사보임안을 승인했다. 오신환 의원 등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은 이에 반발하며 사보임안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헌법재판소에 신청하는 등 좀처럼 보기 어려운 초유의 사태를 연출했다.

국회 선진화법은 국회의장 직권 상정과 다수당의 날치기 법안 처리를 금지하고자 만들어진 법안이다. 2012년 5월2일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도입됐다. 국회에서 몸싸움과 폭력이 발생하자 이를 추방하자는 취지에서 발생한 것이라 '몸싸움 방지법'이라고도 불린다.

당시 추가된 국회법 165조와 166조 국회 회의 방해죄 관련 조항을 살펴보면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인근에서 폭행, 체포, 감금, 협박, 주거침입, 퇴거불응, 재물손괴의 폭력행위를 하거나 이같은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을 막거나 공무 집행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같은 조 2항에서는 단체나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으로 사람을 폭행 및 재물을 손괴하거나,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나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 기록을 손상, 은닉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특히 공직선거법상 국회법 165·166조를 어긴 의원은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 보좌직원의 경우에는 당연 퇴직하고 채용이 불가하다. 몸싸움 국회, 동물 국회를 막자고 국회의원들 스스로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무시하고 다시금 막장국회를 7년여 만에 재현해 법 취지를 무색케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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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며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장실을 항의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다른 일정으로 의장실을 나가려던 중 임이자 의원의 얼굴을 만지고 있다. 2019.04.24.(사진=송희경 의원실 제공) since1999@newsis.com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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