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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우군 동원해 하노이 충격 덜어낸 북…‘한반도 지분’ 상기시킨 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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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정상회담 평가



경향신문

북·러 정상회담을 비롯한 러시아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극동·북극개발부 장관(오른쪽) 및 의장대의 환송을 받으며 전용열차로 향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 타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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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세계 이목 끌기 가장 큰 성과

북, 푸틴의 체제보장 언급에 고무적

8년 만에 만났지만 경협 방안 없어

비정상적 양국 관계 한계점도 보여


8년 만에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공동선언은 물론 공동발표문도 내놓지 않았다. 지난 25일 회담에서 양측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구체적 합의나 새로운 양국 협력 방안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라는 것임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주는 대목이다.

이번 회담은 향후 한반도 문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회담 목적에 대해 “전 세계 초점이 조선반도 문제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 문제를 같이 평가하고 서로의 견해를 공유하고 또 앞으로 공동으로 조정 연구해 나가는 데 대해서 아주 의미 있는 대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문제를 다루고 협상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적극 참여하기를 희망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북한은 이번 회담을 통해 비핵화 방법론에 있어서 미국식 해결방안보다 자신들의 해법을 지지하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고립된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경우에 따라 러시아가 북·미 협상이나 국제제재 완화 노력에 지원세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해졌다.

무엇보다 블라디미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보장을 이야기하고 김 위원장과의 회담 결과를 미국·중국 등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북한에는 고무적이다. 북·미 대화에서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것을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드러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의 충격을 덜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미·중·러 정상들과 마주 앉아 세계의 관심사인 문제를 논의했다는 점은 국내정치적으로 김 위원장 위상과 통치력 강화에 매우 긍정적인 요소다.

러시아는 이번 회담을 통해 자신들이 한반도 문제에 충분한 영향력과 지분이 있음을 국제적으로 상기시키는 데 성공했다. 북·미 대화가 엇나가고 있는 상황을 이용해 동북아시아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우고 미국의 패권 확장을 억제하는 발판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북·러 정상회담의 한계도 드러냈다.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 한국·미국 등과 같은 핵심 당사국이 아니라는 구조적 배경 때문이다. 또 8년 동안 정상회담을 갖지 못했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북·러관계에서 오는 한계도 분명했다. 이번 회담에서 북·러 경협에 대한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못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회담 첫머리부터 “북·미 대화를 지지한다”고 언급하고 한반도 비핵화, 국제 핵비확산체제 유지에 대한 기존의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비핵화·비확산 문제에서만큼은 미국과 입장이 동일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6자회담과 같은 북한의 체제보장을 위한 다자협의체를 재현하는 것도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이번 회담으로 북·러 양측은 미국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북·미 대화라는 점, 러시아가 미국과의 협상을 우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블라디보스토크 |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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