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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위기의 `배그`…유해성 논란에 해외서 잇단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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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글로벌 이용자 4억명을 돌파한 토종게임 '배틀그라운드(배그)'가 일부 국가에서 유해 매체로 지정되며 출시 2년 만에 흥행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게임사 펍지가 개발한 슈팅게임(FPS) 배틀그라운드는 출시 때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PC게임에 이어 모바일로도 출시돼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올해는 아시아와 중동 국가들이 잇달아 '배그 금지령'을 내리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말려들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다음달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 예정이어서 K게임 산업 전체에 대한 위기로도 읽힌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동·아시아 국가에서 잇달아 '배그 금지령'을 내리고 있다. 최근 이라크 국회는 "일부 전자 게임이 어린이와 젊은이에게 사회적·도덕적 위협을 가하며 이라크 사회의 건강과 문화, 안위에 악영향을 준다"며 배틀그라운드를 비롯한 일부 유명 게임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달 인도에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하지 못하는 신세를 비관한 청소년이 목숨을 끊어 이 게임의 중독성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급기야 인도 정부는 배틀그라운드를 유해콘텐츠로 지정했고, 이를 어기면 최대 1개월 구류나 벌금형에 처하기로 했다. 인도 구자라트주에서는 경찰이 배틀그라운드를 하는 청소년과 대학생을 체포하며 배틀그라운드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다. 비슷한 시기 네팔 정부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금지했다. 지난달 뉴질랜드의 이슬람 사원에서 총기를 난사해 50명을 살해한 '뉴질랜드 테러'가 발생했을 때는 배틀그라운드가 미국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게임 '포트나이트'와 함께 거론되며 폭력을 조장하는 유해물질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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펍지(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글로벌 최대 게임 시장 중국에서도 유혈이 낭자한 폭력적 게임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고립된 공간에서 100명의 플레이어가 최후 생존자를 가리는 슈팅 게임이다. 그래픽상 유혈이 보이고 폭행과 전투가 묘사된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지난 22일 폭력성 짙은 게임은 판호(게임 영업 서비스권)를 내주지 않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규정에 따르면 게임에 피가 표현되면 안 되고, 피를 초록색 등 다른 색깔로 변형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시체는 최대한 빨리 화면에서 사라져야 한다. 배틀그라운드 PC 버전은 중국에서 미국 밸브사의 스팀이라는 플랫폼에서 서비스되고 있지만, 모바일 게임(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판호를 신청하고 기다리고 있다. 게임업계는 이 같은 판호 개정이 폭력성 짙은 게임을 금지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만약 배틀그라운드가 중국에서 판호를 획득하려면 그래픽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펍지 모회사 크래프톤의 매출 1조1200억원 중 한국은 12%로, 아시아(50%)와 북남미(17%)가 주요 시장이다. 크래프톤 매출의 90%가 펍지에서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배틀그라운드는 국내보다 국외에서 입지가 더 넓다. 대외적인 상황도 악화됐지만 펍지의 운영 미숙 등 내부적인 실책으로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하락한 요인도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불법 프로그램 '핵'을 방치해서 이용자들이 많이 떠나갔다"면서 "또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경우 게임이 시작된 뒤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는 시간이 길어 다른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 템포라는 지적을 받는 장르인 데다 한번에 참여하는 선수 숫자도 많아서 중계에 용이하지 않은 한계가 있는데 이런 부분이 아직 보완되지 않아서 아쉽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상반기 PC점유율이 40%를 웃돌았지만 올해 13.2%로 크게 떨어졌다. 크래프톤 장외주가도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 10월 한때 78만원까지 도달했던 크래프톤 주가는 지난해부터 하향세로 접어들어 현재(26일 기준) 41만원대다.

그러나 게임업계 관계자는 "펍지의 진짜 위기는 작년이었다. 지난해 말 업데이트를 하면서 배틀그라운드 이용자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진짜 위기는 극복했다"면서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오히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나타나는 게임 규제 움직임은 지난 3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한 K게임 산업에 대한 위기로 읽힌다.

다음달에는 WHO가 게임중독(게임 장애)을 '질병코드'로 분류할 예정이다. 게임의 폭력성과 중독성이 전 세계적으로 지탄받고 있고,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은 확률형 아이템, 폭력적 그래픽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게임은 뽑기식의 '확률형 아이템' 유료 판매 모델에 의존하고, 선정적·폭력적 그래픽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시장을 주무대로 하는 한국 게임은 독창적 아이템과 우수한 게임성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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