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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총장 바꾸려 누명 씌웠다···전북대 '사악한 교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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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전북대 전·현직 교수 2명 기소

'총장 비리 있다' 거짓말 퍼뜨린 혐의

경찰 등 6명 "전화 분실, 자료 삭제"

'거꾸리 타다' '화장실서' 이유 다양

중앙일보

전북 전주시 금암동 전북대학교 대학본부 모습.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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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이남호 총장에 대해 탐문 수사를 시작했다."

이 한마디에 한 국립대 총장 선거판이 요동쳤다. 지난해 10월 29일 직선으로 치러진 전북대 총장 선거 얘기다. 검찰 수사 결과 총장 선거에 출마한 전북대 교수 7명 중 특정 후보를 밀던 교수들이 경찰에게 "이 총장이 비리가 있다"는 거짓말을 퍼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총장 내사설'은 선거 최대 쟁점이 됐고, 재선을 노리던 이 총장은 낙선했다.

전주지검은 26일 전북대 총장 선거를 앞두고 당시 이남호(60) 총장을 낙선시키고 본인들이 지지한 A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이 총장이 비리가 있는 것처럼 경찰에 제보하고, '경찰의 탐문 수사가 시작됐다'고 다른 교수들에게 알린 혐의(교육공무원법상 허위 사실 공표·형법상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로 이 대학 정모(63) 교수와 김모(73) 전 교수 등 2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정 교수는 이 총장의 비위 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는데도 비위가 있는 것처럼 경찰청 수사국 범죄정보과 소속 김모 경감에게 제보해 무고죄가 추가됐다.

정 교수와 김 전 교수는 지난해 10월 초 '경찰이 이 총장을 조사하면 A후보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지인한테 이런 계획을 설명하고 인맥을 동원해 김 경감과 접촉했다. 정 교수는 총장 선거를 2주가량 앞둔 10월 16일 전주의 한 카페에서 김 경감을 만나 "이 교수에게 비리가 있다"는 거짓 정보를 흘렸다. 이후 정 교수 등은 다른 교수들에게 "경찰이 이 총장을 내사하고 있다"고 소문을 냈다.

이런 내용은 교수회장을 통해 전북대 교수들에게 전달됐다. 대학 게시판과 교수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교직원과 재학생에게도 퍼졌다. 이 총장은 후보 토론회에서 '경찰 내사설'의 진위를 묻는 나머지 후보 6명에게 집중 공격을 받았다. 당초 '현역 프리미엄과 1 대 6이라는 선거 구도상 이 총장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빗나갔다. 선거 당일 1, 2차 투표에서 1위를 한 이 총장은 3차 결선 투표에서는 김동원 후보(현 전북대 총장)에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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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신정문 앞 이 대학 영어 철자(CBNU)를 상징하는 조형물.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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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 등은 검찰에서 "선거에 개입할 의도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 경감은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는 검찰에서 "정 교수 등에게 총장에 대한 비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첩보 수집 차원에서 일부 교수와 후보들을 접촉했지만, 총장 선거 기간인 줄 몰랐고 상부 지시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후보와 전 교수회장 등 교수 3명에 대해서도 '혐의없음' 처분했다. 정 교수는 A후보 캠프에서 일했지만, A후보는 검찰에서 "정 교수가 경찰을 만난 사실을 몰랐고, 지시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핵심 사건 관계자 6명의 휴대전화가 분실되거나 자료 복구가 안 돼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A후보와 김 경감 등 4명은 선거가 끝난 지난해 11월~올해 2월 휴대전화를 분실해 새것으로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거꾸로 매달리는 운동 기구인 '거꾸리'를 타다 휴대전화를 분실했다" "상가 화장실에서 잃어버렸다" 등의 이유를 댔다. 다른 2명의 휴대전화는 선거 전후 기간 저장된 문자메시지 등 자료가 모두 삭제돼 복구가 안 됐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신성한 교수 사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안타깝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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