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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1분기 성장률 마이너스 '쇼크'…고개 드는 '추가 부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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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환경 악화에 수출·투자 급락 / 홍 부총리 “예상보다 여건 나빠져” / 경기하강 가속에 정부도 발등의 불 / “이번 추경만으론 경기 진작 못 시켜 / 재정·세제·통화 총망라 특단 대책을” / 반도체 부진에 10분기 만에 최저 / 네이버도 영업익 6분기 연속 줄어 / 환율 1160원 돌파… 원화가치 급락 / 코스피 10P ↓… 2200선 무너져

세계일보

◆수출·투자·소비 ‘트리플 부진’… “실물경제 심각한 위기”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악화하면서 수출과 투자, 소비 등에서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10년 만에 최대폭으로 뒷걸음질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상보다 여건이 악화했다”고 우려를 표할 정도다. 전날 정부가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외에 재정과 세제, 통화정책 등이 총망라된 추가 부양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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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은행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이다. 수출과 투자가 동반 부진한 것이 마이너스 성장의 주원인으로 작용했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있으나 기업은 전혀 움직일 기미가 없다. 각종 규제는 그대로이고 노동시장은 경직된 상황에서 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다보니 잔뜩 움츠리고만 있다. 대기업인 LG전자마저 스마트폰 국내 생산을 접을 정도다. 수출과 투자가 함께 부진하다보니 경제가 성장할 리 없다. 문제는 우리 경기 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다는 점이다. 재정 지출을 통해서라도 성장 동력에 불씨를 붙여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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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온 가운데 25일 오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세계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둔화하는 등 대외여건이 악화하면서 수출이 부진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대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인해 투자도 동반 부진했고, 일시적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또 “정부는 엄중한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적시에 대응함으로써 당초 제시한 성장목표(2.6∼2.7%)를 달성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상정을 놓고 국회가 파행을 겪고 있어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홍 부총리는 “가능한 조기에 추경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추경편성만으로 경제활력 회복 조치가 되는 것은 아니기에 민간투자가 잘 일어나도록 규제 완화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2차 추경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추경안을 접수한 날 추가 추경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6월 발표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규모 추가 부양책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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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우리 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0.3% 경제성장률은 심각한 실물경제 위기 상황”이라며 “추경이 발표됐지만, 현재의 경기하강 속도가 빨라서 상황에 대처하기에는 크게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또 “확장적 재정정책에 이어 통화정책도 완화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이번 추경만으로는 경기를 진작시키는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통화기금(IMF) 권고 수준의 경기부양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도 비상… SK하이닉스 영업익 69%↓

우리나라의 올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10여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기업별 실적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반도체 등 ICT(정보통신기술) 수출을 이끌던 품목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개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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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올 1분기에 매출 6조7727억원, 영업이익 1조3665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분기(9조9380억원) 대비 31.9%, 전년 동기(8조7197억원) 대비 22.3% 각각 줄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4조4301억원)보다 69.2%, 전년 동기(4조3673억원)보다 68.7% 각각 줄었다. 영업이익은 2016년 3분기(7260억원) 이후 10분기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는 메모리 제품 수요가 둔화하면서 출하량이 감소하고 가격이 빠르게 내려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는 30일 올 1분기 실적 확정치 발표와 함께 사업부문별 성적표를 내놓을 예정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만 매출 15조원, 영업이익 4조원 안팎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 업체의 실적을 합치면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 22조원에 영업이익 5조5000억원 정도를 거둘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두 업체의 전분기 실적(매출 28조1500억원·영업이익 12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수직하락이다.

시장의 관심은 반도체 업황이 1분기에 바닥을 쳤는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에 수요가 소폭 회복된 뒤 3분기에는 더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5G(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이후 진행 중인 산업 변동과 IDC(인터넷데이터센터)의 서버 교체주기가 겹치는 내년에는 활황을 회복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날 1분기 실적을 공개한 네이버 또한 수익성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네이버는 올 1분기에 매출 1조5109억원, 영업이익 2062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5.4%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9.7% 줄며 6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벤처기업의 수출도 올 1분기 감소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벤처기업 수출액은 45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7% 줄었다. 연간 벤처 수출은 지난해 최고 기록(199억9000만달러)을 세운 뒤 올해 200억달러 돌파가 예상됐다. 그런데 ICT 부문이 위축되고 해외 주요 시장이던 중국 등 중화권 수출이 움츠러들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전날 임시국무회의에서 확정한 추경안을 통해 벤처기업에 총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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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9.6원 오른 달러당 1,160.5원에 거래를 마치며 2년여 만에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53포인트(0.48%) 내린 2,190.50에 거래를 마쳤다.


◆동요하는 금융시장… 원·달러 환율 2년來 최고

‘1분기 성장률 쇼크’에 코스피 지수와 원화가치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원화가치는 달러당 1160.50원으로 떨어지며 2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0.53포인트(0.48%) 내린 2190.50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날보다 7.39포인트(0.98%) 떨어진 750.43에 마감됐다.

한국은행이 이날 증시 개장 전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하면서 국내 증시는 얼어붙었다. 전년대비 국내총생산(GDP)이 0.3%포인트 하락했다는 소식이 코스피지수 2200선을 무너뜨렸다. 시가총액 상위주 중 삼성전자(-0.22%), 셀트리온(-2.98%), 삼성바이오로직스(-6.49%), LG생활건강(-0.84%), 현대모비스(-1.94%) 등이 하락했다. 반면 SK하이닉스(2.17%), LG화학(0.97%), POSCO(0.77%), 신한지주(0.91%) 등은 올랐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 수급도 불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내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 종가보다 9.5원 내린 달러당 1160.5원에 마감했다. 이는 2017년 3월 이후 2년 1개월 만에 1160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앞서 발표된 유럽 경제 지표도 부진하면서 달러 강세 요인으로 한몫했다. 독일 기업의 경기 신뢰도를 보여주는 4월 IFO 기업환경지수는 99.2로 전날보다 0.5포인트 감소해 시장 예상치보다 부진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 매도물량이 나올 수 있다”며 “외국인 수급 불안이 좀 더 진행되면 한국 증시에 부담”이라고 말했다.

안용성·김준영·김범수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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