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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북·러 정상회담]‘지각 대장’ 푸틴, 김정은 30분 기다려…김, 미국 의식한 듯 “가장 위대한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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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회담, 북 리용호·최선희

러 외교·경제 핵심 인사 배석



경향신문

‘장검’ 선물 주고받은 북·러 정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개최된 북·러 정상회담 후 공식 연회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받은 검을 들어 보이고 있다(위 사진).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선물한 전통 검이 상자 안에 놓여 있다(아래).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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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다. 지난해 4선에 성공하며 장기집권의 길을 다진 푸틴 대통령과 최근 2기 체제를 출범시키고 권력을 공고히 한 김 위원장의 첫 만남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양국 모두 국제사회의 제재로 고립된 비슷한 처지여서인지 두 정상은 친밀감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마치 미국을 의식한 듯 “러시아 벗들” “가장 친선적인 위대한 인방(이웃나라)”이란 표현을 썼다.

양 정상은 이날 오후 2시5분 정상회담 장소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의 극동연방대학에서 만났다.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보다 30분가량 먼저 회담장에 도착했다. 평소 외교무대에서 다른 나라 정상들을 기다리게 만들어 ‘지각 대장’으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을 오히려 김 위원장이 기다리게 했다.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이 전용차량에서 내리자 푸틴 대통령이 회담장 앞에서 반갑게 맞으며 악수했다.

김 위원장은 단독회담 모두발언에서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통령 선거에서 4선에 성공한 점을 거론하며 “위대한 러시아 인민을 영도할 중임을 맡고 정력적으로 활동하시는 데 대해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친선의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두 나라의 관계를 보다 공고하고 건전하게 발전시키는 데 유익한 만남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게 된 것이 아주 기쁘다”며 1949년 김일성 주석의 러시아 방문, 2000년 자신의 평양 방문 사실을 상기시키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그는 “당신의 부친(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조·러 친선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고도 했다.

두 정상은 2시간 가까이 단독회담을 가졌다. 이어 오후 4시쯤 양측 수행원들이 참석하는 확대회담이 시작됐다. 러시아 측에선 외교·경제 핵심 인사 10명이 총출동한 반면 북측에선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 두 명만이 배석했다. 북측은 비핵화 문제에 논의를 집중하려 한 반면 러시아 측은 외교부터 경제협력 현안까지 두루 논의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3시간여에 걸친 단독·확대회담을 마친 뒤 두 정상은 만찬을 함께했다. 김 위원장은 만찬 연설에서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맥으로 잇닿아 있는 우방”이라며 “언제나 친근하고 형제적인 감정을 품고 있으며 러시아와 같이 위대한 나라를 가까운 이웃으로 두고 있는 것을 긍지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만찬 연설에서 ‘힘을 합치면 산을 옮길 수 있다’는 북한 속담을 언급하며 “한반도에서 영구적 평화 구축과 번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 북·러 수교 70주년을 기념했음을 상기하면서 “우리는 어려운 국제환경 속에서 이 기념일을 맞았다. 하지만 김정은 동지의 여러 주창 덕에 최근 몇 개월 동안 한반도 상황이 안정화됐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만찬사를 마친 뒤 건배를 했다. 만찬 헤드테이블에는 북측의 리 외무상과 최 제1부상, 러시아 측에서 유리 트루트녜프 부총리 겸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 등이 자리했다. 푸틴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일대일로 정상포럼 참석을 위해 이날 저녁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기로 돼 있어 만찬은 1시간가량 짧게 진행됐다.

만찬 메뉴로는 게살샐러드, 만두, 대구와 쇠고기 요리와 초콜릿케이크, 사과셔벗이 나왔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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