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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김정은 ·푸틴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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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재개보다 북·미 간 ‘톱다운’ 기본 틀 유지될 것” / 정부 “톱다운, 한반도 프로세스에 필수”/ ‘美와 무역갈등’ 中도 6자 재개 땐 부담 / 北, 러시아 배려한 선언적 언급 가능성 / “美 압박·지렛대 확보 노림수” 시각도

세계일보

8년 만에 이뤄진 북·러 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한반도 주변 정세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북·미 정상 간의 톱다운(top-down)’이라는 협상의 기본 틀에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북·미 간의 대화 교착 상태에서 북한이 운신의 폭을 넓히고 미국을 압박하는 시도 정도의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협상, 톱다운으로 유지될 것”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5일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6자회담 재개’에 대해 우리 당국과 전문가들은 대부분 비관적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6자회담 재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정부는) 현재의 톱다운 방식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고만 답했다. 정부가 북·미 정상 간에 진행되고 우리 정부가 지원하는 톱다운 방식이 현재 북한 비핵화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킬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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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러시아로서는 6자회담이 ‘시그니처 폴리시(주요 정책)’겠지만, (북·미 간의) 톱다운을 살리면서 문제가 풀렸을 때 그다음 수순으로 6자가 추인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러가 일부 6자회담 재개 필요성에 공감했더라도, 이는 러시아를 배려한 선언적인 언급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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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앉은 북·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네 번째)이 25일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양국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AFP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러시아를 방문해 북한 비핵화를 설득하도록 당부했을 때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수준을 요구하도록 언급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이는 러시아가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반도 문제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6자회담이 재개됐을 때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중국 역시 현재는 미·중 무역갈등 때문에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꺼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분간은 북한 문제가 북·미 간 협상에 묶여 있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6자회담은 다른 경제 협력 가능성이 대북 제재로 봉쇄된 가운데서 선언적으로나마 언급하기 쉬운 소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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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러시아 통해 협상 지렛대 확보하려는 것”

그럼에도 북한이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현재 교착국면에서 미국을 압박하고 외교적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외교적 ‘다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정상회담 가능성을 얘기한 바 있다”며 “북한이 2001년 ‘악의 축’으로 지목된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평양에 불렀던 것을 상기해볼 때 향후 북·일 회담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관측했다.

유엔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구 차원의 사찰단을 바로 초청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이 또한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을 일정 정도 압박하고 지렛대를 확보하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도 ‘숏코스’로 가려고 하지, 6자회담으로 돌아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적당히 압력을 행사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다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자칫 북한의 협상 전술에 말려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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