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6 (목)

북·미 정상회담 때보다 빨라진 北 매체 보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정일 때는 공식활동 종료 후 보도 원칙 / 김정은 집권 후 보도 시점 계속 앞당겨 / 대내외에 체제 안정성 드러내려는 의도

북한 매체들이 지난 2차 북·미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북·러 정상회담 소식도 신속히 보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등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입성 소식을 하루 만인 25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오전 “김정은 동지께서 4월 2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시에 도착했다”며 “현지시간으로 18시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 타신 전용열차가 블라디보스토크역 구내에 들어섰다”고 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환영하는 의식이 열렸으며, 영접 나온 중앙과 지방의 간부들과 인사를 나누고 숙소로 향했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의 블라디보스토크 입성 전 중간 기착지였던 하산역에서 열린 환영행사 등도 전했다.

세계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오후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해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극동개발장관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5일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 섬 소재 극동연방대학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비핵화, 양국 경제교류 등에 대해 논의한다. 블라디보스토크=타스·연합뉴스


전날에도 북한 전역에서 청취 가능한 라디오 매체 조선중앙방송은 24일 오전 6시 정각 첫뉴스로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시기 위하여 4월 24일 새벽 전용열차로 출발하시었다”고 보도했다.

전 주민이 볼 수 있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1면에 김 위원장이 의장대 사열을 받고 환송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 5장과 기사를 게재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오전 6시11분쯤 기사와 사진을 통해 김 위원장의 러시아행 소식을 대내외에 공개했다.

김 위원장의 출발 시점은 북한이 새벽이라고 한데다가 공개된 사진의 배경에 전부 어둠이 짙게 깔린 점 등으로 미뤄 최소 자정 이후여서 불과 6시간 이내에 빠르게 보도한 셈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이날 오전 9시 40분께 북러 국경을 넘은 데다 오후 늦게야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최고지도자의 신변안전을 최우선시해온 북한 매체들로서는 상당히 과감하게 실시간 보도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이다.

과거 김정일 체제에서는 최고지도자의 공식활동이 종료된 이후 보도한다는 원칙을 고수했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공식 행보에 대한 보도 시점이 갈수록 앞당겨지는 모양새다.

앞서 작년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때에는 김 위원장이 6월 10일 항공편으로평양에서 떠난 소식을 다음 날 싱가포르 도착 소식과 함께 내보냈고,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도 2월3일 오후 4시 30분쯤 평양역 출발 소식을 다음 날 오전 6시5분쯤 타전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출발 보도 당시 김 위원장이 목적지에 도착하기 이틀 전에 그 동선을 공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였는데,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

이런 북한 매체들의 태도 변화에는 대내외적으로 체제 안정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측면이 있다.

모든 권력이 집중된 최고지도자의 신변 안전과 장기간 공백에 따른 우려를 불식하고 김정은 체제의 견고함을 과시하는 일거양득이 효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또 국제사회의 주목이 쏠리는 정상회담 과정에서 다른 나라 정상외교의 일반적 관행과 국제사회의 보도 관행을 따라가려는 김 위원장의 정상국가 지향 의지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