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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北조평통, 11달 만에 대남비난 나서…남북관계 불만 투영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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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시기' 남북관계, 위험 빠질 수도"…대남라인 재정비 맞물려 관심

연합뉴스

남북고위급회담, 발언하는 리선권
리선권 북한 조평통 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최근 남북관계가 주춤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당국 간 공식 채널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내세워 강도 높은 대남비난을 내놓으면서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조평통은 25일 대변인 담화에서 최근 시작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비난하며 "북남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살려 나가느냐 마느냐 하는 중대한 시기에 우리를 반대하는 노골적인 배신행위가 북남관계 전반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이번 훈련이 남북관계를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가게 할 수도 있는 행위라면서 "상응한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라고까지 위협했다.

조평통이 기구 차원에서, 또는 조평통 관계자가 공식적으로 남측을 비난한 것은 은 11개월 전인 지난해 5월 17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의 조선중앙통신 문답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당시 북한은 맥스선더 한미연합공중훈련을 문제 삼아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뒤 리 위원장을 내세워 '파렴치', '무지무능한 집단' 등으로 남측 정부를 격하게 비난했다.

조평통이 대변인 담화를 낸 것은 지난해 1월 23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방남 때 남측 보수단체의 인공기 소각에 반발한 뒤 1년 3개월 만이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평통은 그동안 통일부의 카운터파트로서 남북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당국 간 채널의 한 축을 맡아왔다. 리선권 위원장은 남북고위급회담의 북측 단장이다.

남측과의 대화 상대 역할을 해온 조평통이 오랜만에 직접 대남 비난에 나선 데는 한미 연합훈련 자체에 대한 반발뿐만 아니라 지지부진한 남북관계 현주소에 대한 불만이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매체들은 최근 남측에 외세와의 협력 대신 '민족공조'에 나설 것을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다.

물론 북한은 과거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나 독수리(FE) 훈련, 키리졸브(KR) 연습 등 한미의 정례적 연합훈련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꾸준히 반발해 왔다.

그러나 최근 한미는 연합훈련 규모를 잇달아 축소하며 '로키'로 진행하고 있어 "우리 군대의 대응" 등을 언급한 이번 비난의 강도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는 F-15K·F-16 전투기 등이 참가하는 연합편대군 종합훈련을 지난 22일부터 2주간 실시하고 있는데, 이로써 기존 대규모 항공훈련인 맥스선더는 10년 만에 폐지됐다.

아울러 북한은 키리졸브 연합연습을 대체해 지난달 이뤄진 '동맹' 연습의 경우 중앙통신이나 선전매체 기사 등을 통해 비난했지만, 국가기구 차원에서 대응하지는 않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남측의 군사훈련에 대해서는 북측에서 민감하게 반응해 온 전례가 많다"면서도 조평통의 입장이 나온 것은 "시기적으로 이례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평통의 이번 담화는 최근 북한의 대남라인 정비와 맞물려 더욱 관심을 끈다.

북한이 노동당의 대남 전략을 맡는 통일전선부장을 최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서 장금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으로 교체한 사실이 전날 국가정보원의 국회 정보위 보고를 통해 알려졌다.

대남뿐만 아니라 대미 관계까지 관장해 온 김영철 부위원장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따른 문책성 인사를 당하며 정책 영향력이 대폭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의 측근으로 대미협상에 깊숙이 관여한 김성혜 통전부 실장 등도 하노이 이후 입지가 불투명한 만큼 북한 대남라인에 상당한 조정이 있었으리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조평통이 기존 내각 산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관할하는 국무위원회 산하로 이동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담화는 새로 짜인 북한 대남라인이 남측에 견제 수위를 높이며 반응을 보려는 의도로 분석해볼 여지도 있다.

장금철 신임 통전부장이 이끄는 북한 대남라인이 이런 기조를 당분간 유지한다면 북러정상회담 이후에도 남북관계를 풀어나가기 쉽지 않은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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