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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中企 공동 어린이집이 생겨 얼마나 좋은지… 저녁 8시까지 봐주니 퇴근할 때 데리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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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인천 IBK 남동사랑 어린이집, IBK 기업은행이 제공한 부지에 설립

설치비·운영비는 근로복지공단과 분담

지난 22일 오후 4시, 인천 남동구 논현동에 있는 'IBK 남동사랑 어린이집' 실내 놀이터에서 '풀잎반'(만 2세) 아이 10여명이 뛰어놀고 있었다. 보육 교사 2명이 아이들이 미끄럼틀을 타도록 도와주거나 "아이, 잘하네!" 하고 칭찬해줬다. 다른 어린이집 아이들은 대개 이 시간에 집에 간다. 이곳은 다르다. 놀이터에선 아이들이 한창 노는 중이고, 다른 교실에선 보육교사가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시설 이름에 'IBK'가 들어가지만, IBK 기업은행 직원들이 아이 맡기는 곳이 아니라 남동공단 중소기업 직원들이 아이를 맡기는 곳이다. 직장 어린이집이 따로 없는 중소기업 직원들의 고충을 덜어주려고 작년 3월 IBK기업은행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근로복지공단과 함께 세웠다. 부지(661㎡·200평)는 IBK기업은행이 제공하고, 설치비·운영비는 은행과 공단이 분담했다.

조선일보

지난 22일 오후 인천 'IBK 남동사랑 어린이집' 원생들이 실내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맞벌이 학부모가 대부분이라 퇴근하는 부모의 손을 잡고 돌아가는 아이가 많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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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 어린이집엔 16개 중소기업 직원 자녀 31명이 다니고 있다. 정원은 55명인데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원생이 다 차지는 않았다. 시설도 좋고 운영 시간도 길지만 학부모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은 특별활동비(월 4만원)가 전부다. 원생 1인당 월 198만원이 드는데 그중 102만원은 기업은행이, 96만원은 정부가 댄다.

작년까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봐주다가, 올 들어 30분 앞당겨 오전 7시 30분부터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회의가 아침 8시에 있어 출근할 때 아이 맡기기가 빡빡하다"는 학부모 사정을 배려했다. 유인숙 원장은 "학부모 대부분이 맞벌이"라면서 "워킹맘들이 아이 등·하원 시간 때문에 마음 졸이지 않도록 늦게까지 봐주고 있다"고 했다.

학부모 강현주(39)씨는 18개월 육아휴직을 마치고 작년 6월 업무에 복귀했다. 원래 2년간 휴직할 예정이었지만, IBK 남동사랑 어린이집이 개원하면서 복직 시기를 6개월 앞당겼다. 강씨는 "일반 어린이집에 보낸다 해도 하원 시간에 맞춰 퇴근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는데, 늦게까지 봐주는 어린이집이 생겨 걱정을 덜었다"고 했다.

애견용품 제조회사에 다니는 김현숙(39)씨는 쌍둥이 단우·시우(4)를 낳고 6개월 만에 회사에 나왔다.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기업 특성상 어쩔 수 없었다. 김씨는 "운 좋게 국·공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도 오후 6시쯤 내 아이만 남아 있으면 가슴이 아팠을 텐데, 여기에선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일찍 집에 가는 아이들은 6명뿐이고, 나머지 25명은 어린이집에서 놀다가 오후 6시쯤 어린이집에서 다 같이 저녁을 먹고 퇴근하는 엄마·아빠와 함께 집으로 간다.

풀잎반 담임 박상은(30)씨는 "교사 수가 넉넉해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쏟을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현행법은 보육 교사 1인당 만 0세는 3명, 1세는 5명, 2세는 7명, 3세는 15명, 4~5세는 20명을 맡도록 정해져 있다. 이곳은 원아 31명에 담임교사만 8명이고 보조교사도 3명 더 있다.

IBK 남동사랑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맞벌이 부부들 만족도가 높자 IBK기업은행은 올해 초 경북 구미에 'IBK 구미사랑 어린이집'을 열었다. 현재 중소기업 직원들 자녀 27명이 구미에 있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김진우 덕성여대 교수는 "같은 근로자여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복지 격차가 있고 우리 사회는 이 차이가 큰 편"이라며 "대기업이 상생의 관점에서 이를 줄이는 데 기여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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