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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또 조현병 살인사건…10대가 윗집 할머니에 흉기 휘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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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아파트서 이웃간 참극

2017년 자퇴…조현병 지속적 통원치료 받아

경찰 “할머니가 머릿속에 들어와 조종한다 말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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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아파트 참사’에 이어 또다시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24일 아침 9시5분께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ㅅ아파트 5층에 사는 ㅈ(18)군이 6층 복도에서 외출하려고 나서는 윗집 할머니(74)를 흉기로 찔렀다. 윗집 할머니는 아파트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긴급후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ㅈ군은 ‘진주 아파트 참사’를 일으킨 안아무개(42)씨와 같은 편집형 조현병 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ㅈ군은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때인 2017년 11월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만큼 학교에서 이상증세를 보여 자퇴했다. 학업을 중단한 직후, 진주 경상대병원 등에서 편집형 조현병 진단을 받고, 지속해서 통원치료를 받았다. ㅈ군의 아버지(48)는 “병원에선 입원 치료를 권했으나, 아이가 거부해 입원시킬 수 없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ㅈ군은 범행 전날인 지난 23일까지 약을 복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ㅈ군은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여러 차례 윗집에 찾아가 층간소음을 항의했지만, 이 외에는 아파트 주민들을 상대로 평소 특별히 이상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신고된 것은 2차례로 퇴학 직후인 2017년 12월과 지난해 8월 다니던 고등학교에 찾아가 말썽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던 ㅈ군은 아버지가 일하러 나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혼자 지내며, 애니메이션에 빠져서 지냈다고 한다. 사람의 뇌와 뇌가 연결돼 다른 사람의 조종을 받는 애니메이션 내용을 실제라고 여기는 망상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ㅈ군이 ‘윗집 할머니가 내 머릿속에 들어와 나를 조종해서, 할머니가 움직일 때마다 뼈가 부서지는 고통을 느꼈다. 내가 살기 위해서 할머니를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ㅈ군은 윗집 할머니를 살해하기로 23일 밤 결심하고, 24일 아침 8시께 아버지 몰래 흉기를 들고 윗집에 찾아갔다. 하지만 할머니로부터 야단을 듣고 물러선 ㅈ군은 6층 승강기 옆 출입문 뒤에 숨어서 1시간가량 기다리다가, 외출하기 위해 나온 윗집 할머니에게 달려들어 흉기로 여러 차례 찔렀다. 현장에 흉기를 버리고 달아난 ㅈ군은 아파트 부근 ㅁ미술관에서 손을 씻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들의 범행 사실을 알게 된 ㅈ군 아버지는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ㅈ군은 전혀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 직후 ㅈ군은 “내가 어쩌다가 애니메이션에 빠져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며 후회했다.

경찰은 아파트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을 분석하고, ㅈ군 아버지와 주민들을 상대로 ㅈ군 평소 행동을 조사하는 등 정확한 범행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또 범죄심리분석가를 투입해 ㅈ군의 상태를 분석하는 한편, ㅈ군의 정확한 정신질환 병력도 확인하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 소속 범죄심리분석가는 “ㅈ군은 실제로 나타나지 않는 망상을 보고, 이상한 소리를 들으며, 주변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등 편집형 조현병의 전형적인 증세를 보인다. 특히 환절기에는 정서적 영향을 많이 받아 증세가 심해질 수 있는데, 최근 발생한 ‘진주 아파트 참사’와 이번 ㅈ군 사고 모두 계절 변화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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