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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단독]병원서 해직된 성추행 교수, 다시 강단 세운 서울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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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규정상 어쩔 수 없다” 정직 3개월 뒤 학부생 수업 맡겨

최근 3년간 성 관련 비위 서울대 교수 모두 ‘솜방망이 징계’

성추행으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해직된 교수가 서울대 의대에서는 정직 3개월의 징계만 받고 강단으로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에서는 근무할 수 없지만, 학교 교수 신분은 유지하고 있다.

2017년 1월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과장이었던 ㄱ교수는 전공의에게 강제로 키스를 시도하고 술자리에서 어딘가로 끌고 가려 하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 그는 서울대 의대 응급의학교실과 분당서울대병원에 동시에 소속된 겸직 교수였다.

성추행사실이 알려지자 병원 측은 2017년 8월 ㄱ교수에게 진료정지 처분을 내렸고 서울대에도 겸직 교수 해제를 요청했다.

당시 응급의학과 교수들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가 있다”며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도록 당부했고, 전공의와 전문의들도 이에 따랐다. ㄱ교수가 병원을 그만두면서 징계 절차가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서울대는 이후 ㄱ교수에게 정직 3개월 처분만 내렸다. 24일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서울대 측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대 인권센터는 2017년 8월 자체 조사를 시작해 그해 12월 ㄱ교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징계위 결정은 사건 발생 후 1년이 지난 2018년 1월 나왔다. ㄱ교수는 3개월의 정직 기간이 끝나고 강단으로 복귀했다. 올해부터는 학부생 대상 수업도 진행 중이다.

한 응급의학교실 관계자는 “병원에서 진료정지 처분을 받은 사람이 서울대에서는 ‘솜방망이 징계’만 받고 강단에 복귀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대 교수들은 병원 진료에 학생들을 참관하게 해 수업시수를 채우는 경우가 많다”며 “서울대는 병원 진료가 불가능해진 ㄱ교수를 위해 특정 수업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수업시수를 보장해주고 있다”고도 했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징계규정상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서울대가 준용하는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해임 바로 아래 단계의 징계인 정직은 최대 3개월까지만 할 수 있다. 신찬수 서울대 의대 학장은 “ㄱ교수를 수업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징계위 결정을 넘어선다고 판단했다”며 “150명 이상 대형 강의에서는 배제했고 10~15명 단위의 소규모 임상 수업에 한해 부교수로 들어가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성추행 교수들은 징계 칼날에서 비켜나 있다. 지난해 5월 학생들이 집단자퇴서까지 제출하며 파면을 요구했던 사회학과 ‘H교수’에 대한 징계(정직 3개월)도 뒤집히지 않았다. 지난 1월 성추행·갑질 의혹이 불거진 서어서문학과 ‘A교수’에 대해서도 서울대 인권센터는 정직 3개월만 권고했다.

‘깜깜이 징계’는 징계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서울대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징계 관련 내용을 제3자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징계 논의 과정이나 양형 기준, 징계위 구성과 최종 징계 의결 내용도 비공개다. 피해 당사자도 징계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윤민정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특위)’ 공동대표는 “H교수나 A교수처럼 언론 주목을 받지 않은 경우엔 성추행으로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고 슬그머니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위 학생들은 A교수 파면과 피해자와 학생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징계규정 마련 등을 요구하면서 지난 3일부터 단식 투쟁에 나섰다. 학교 측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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