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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부활절 참사' 배후로 지목된 NTJ…실제론 IS가 배후 선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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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군소조직 NTJ, IS와 손잡고 급성장 가능성

연합뉴스

스리랑카 폭발 용의자 은신처 추정 가옥으로 들어가는 특공대. [AP=연합뉴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스리랑카 정부가 '부활절 연쇄 폭발 참사'의 배후로 현지 극단주의 이슬람조직 NTJ(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를 지목한 가운데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뒤늦게 배후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두 조직 간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데일리메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NTJ는 이번 테러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조직이었다.

지난해 스리랑카 마와넬라 지역 등에서 불상을 훼손하면서 겨우 존재감을 유지했고 간간이 언론에 이름이 등장하는 정도였다.

망치를 들고 불상의 머리를 부수는 수준의 공격을 저질렀던 NTJ가 이번에 갑자기 스리랑카 곳곳에서 조직적으로 동시다발 테러를 일으킨 전문 테러조직으로 부상한 것이다.

한 군사정보 전문가는 NTJ 지도자들이 이미 수년 전부터 물밑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불교도(전체 인구의 70%)와 힌두교도(13%)가 다수인 스리랑카에서 이슬람 '성전'(聖戰)을 일으키겠다는 의도였다.

앤 스펙하드 국제극단주의연구센터 소장은 뉴욕타임스에 "NTJ의 목표는 반란이나 분리주의가 아니다"라며 "스리랑카에 글로벌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운동을 들여와 증오, 공포, 분열을 조장하는 게 그들의 목표"라고 말했다.

지역의 군소 극단주의 조직에 머물렀던 NTJ가 물밑에서 최근 급격하게 세력을 팽창한 것은 국제테러조직과 손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리랑카 정부 대변인인 라지타 세나라트네는 "NTJ 같은 작은 조직이 이번 일을 모두 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NTJ에 대한 국제조직의 지원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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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폭발이 발생한 콜롬보의 성 안토니오 성당 주변에서 경계활동에 나선 치안 병력. [AP=연합뉴스]



NTJ와 연계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제테러조직으로는 이슬람국가(IS)가 첫 손에 꼽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동에서 밀려난 IS가 스리랑카 출신 조직원을 앞세워 NTJ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안보 전문가인 로한 구나라트나는 NTJ는 과거 IS의 스리랑카 지부 역할을 했던 곳으로 추정된다며 조직원들은 IS에 가입하기 위해 시리아로 갔던 스리랑카인들과도 관련돼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에 근거가 될 수 있는 사진이 지난 22일 친IS 성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됐다. 사진에서는 NTJ의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3명이 IS의 깃발을 배경으로 성전을 다짐했다.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정보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 가운데 '아부 우바이다'로 알려진 이가 NTJ의 핵심 조직원 자란 하신으로 이번에 자살폭탄테러를 자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국제안보위협을 모니터링하는 소우판 센터는 AFP통신에 "이번 연쇄폭발은 살라피 지하디스트(이슬람 수니파 성전주의자)의 공격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다"며 NTJ가 국제테러조직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스리랑카 정부에 의해 체포된 테러 용의자 40명 가운데 시리아인이 한 명 포함된 것도 이같은 주장에 무게감을 싣는다.

실제로 IS는 이날 자체 선전 매체인 아마크 통신을 통해 자신들이 이번 연쇄 테러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IS는 주장의 근거가 될 사진이나 영상은 일절 제시하지 못했다.

IS가 세력 과시를 위해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엉뚱한 테러에 자신들의 이름을 엮으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IS가 이번 테러에 직접 연관이 있지는 않아도 테러 방식이나 이념 등을 통해 NTJ에 간접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IS는 지난 3월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사원(모스크)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자의 총격 테러 직후 이에 복수하겠다고 다짐한 바도 있다.

스리랑카 정부도 이날 이번 테러가 뉴질랜드 테러에 대한 복수 차원에서 감행됐다는 예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정작 당사자인 뉴질랜드의 총리실은 이날 "그런 평가의 근거가 될 어떠한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며 스리랑카 정부의 주장을 사실상 부인했다.

지난 21일 스리랑카에서는 호텔과 교회 등 전국 8곳에서 동시다발적인 폭발 테러가 발생, 현재까지 321명이 숨지고 50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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