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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도 죽어서도 혼자… 마지막도 상주 외면한 ‘무연고 장례’ [심층기획-고독사 내몰리는 중년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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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떠난 이의 빈자리와 남겨진 사람들 / “고인 방 안 가볼 것… 유품 그냥 버려라” / 학대·방임당한 유족들 ‘부고’에 냉담 / “빚 떠안을까 못 가겠다” 불안감 호소도 / 자녀에 생활비 받던 평범한 중년마저 / 경제력 상실 우울증에 곡기 끊어 아사 / “짐 되기 싫어” 病 숨기다 악화 사망도 / 장례식장 한켠서 결국 우는 유족들 / “쪼개진 가족 이어줄 치유 장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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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한 걸 전해 듣고 우리(특수청소업체)에게 아버지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잘 부탁한다고 숨이 넘어갈 듯 울면서도 근처만 빙빙 돌다 막상 현장에는 와보지도 못하고 돌아가더군요.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보따리장사를 하며 대부업체는 물론 이웃들에까지 빚을 낸 상태였는데, 본인도 생활고에 시달리던 상태라 고인의 빚을 떠안는 게 무서웠던 것 같아요. 본인의 연락처를 주변에 알리지 말아 달라고 거듭 부탁하며 울먹이며 떠나던 유족이 자꾸 생각나 안타까운 마음에 한참 동안 청소를 하기 전 묵념했던 게 기억납니다. 제발 다음 생에는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요.”(A특수청소업체 대표)

고독사 특수청소업체, 장례지원단체, 유품정리업체 등 고독사 현장을 가장 가까이 체험하는 이들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족 해체’와 ‘가족 유대감 약화’ 등을 급증하는 고독사의 본질적 원인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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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세계일보가 고독사 위험군을 현장에서 대면하는 복지인력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에 따르면 고인의 죽음을 유족에게 알려도 시신을 인수하거나 공영장례식에 참석하겠다는 고독사 유족들은 극히 드물었다. 사진앨범 등 추억이 깃든 물건을 애써 찾아줘도 버려 달라는 경우가 대다수. 오랜 가족 간 불화로 연락이 장기간 두절됐던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경제난과 양극화가 심화하는 시대, 부모가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없어 힘겹고 어두웠던 성장기를 겪어내야 했던 자식들이라면 ‘감정의 응어리’는 더욱 독하고 단단하다. 가족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힘들어지는 시대에 공영장례 등을 보다 활성화하되, 홀로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기 전 가족과의 ‘화해’를 도울 수 있는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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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조기실직에 늘어나는 가족 해체…고독사 급증의 본질

특수청소업체들은 고인이 머물렀던 곳을 방문하지 않거나 극단적인 경우 굵은 소금을 매몰차게 뿌려대며 남은 보증금, 현금을 청소 중에 찾게 되면 연락 달라는 이악스러운 유족들에게서 비정함을 느낄 때도 있다고 전했다. B유품정리업체는 “가끔 무턱대고 청소 중간에 금붙이나 현금 등을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심과 비난을 해대는 유족들도 있다. 이럴 땐 예와 정성을 다한 우리 입장에서 가슴이 녹아내리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인이 살던 방 안에 들어오기를 꺼리는 유족들을 ‘냉혈한’, ‘패륜아’ 등으로 맹목적으로 몰아가기엔 현실이 단순치 않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C특수청소업체는 “청소를 하면서 공통으로 발견하는 게 채권추심업체들이 보낸 수많은 빚 독촉장, 굴러다니는 술병, 다양한 약병, 부패한 음식 등”이라며 “오랜만에 나타나 살아생전 부모가 살았던 비참한 생활의 궤적을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유품정리업체는 “가끔 유족들로부터 어렸을 때 부모에게 버려졌거나 모진 학대를 견디지 못해 가출하게 된 사연 등을 듣게 된다. 몇십년 만에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서) 자신에게 나타난 부모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냐, 가족으로 인정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유족의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수청소업체(유품정리업체) 하늘유품의 최재남 실장(중부권 지사, 효담유품 소속)은 “고독사 한 경우 사실 유족도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고인 삶의 마지막 정돈’을 해 주는 것에서 보람을 크게 느낀다”며 “한 번은 유족의 부탁으로 시골로 내려가 고인의 유품을 예를 갖춰 소각하고 명복을 빌어 드린 적이 있었는데, 유족이 고맙다고 여러번 인사를 했던 게 기억이 난다. 정말 뿌듯했던 순간 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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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급증…고독사, 더 이상 극단적인 경우 아니야

고독사가 극단적인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라는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고독사 방지 단체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사안이다.

이혼 후 홀로 두 아들을 키워 무탈하게 장가를 보낸 정모(56)씨는 겉으로만 봤을 때는 생활고는커녕 아들들로부터 생활비까지 받고 연락을 주기적으로 이어가던 평범한 중년 남성이었다. 하지만 그는 죽은 지 보름이 지나서야 집주인에게서 아사상태로 발견됐다. 극심한 우울증과 고립감 등으로 장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정씨는 무기력에 장기간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소극적인 자살’을 택한 것이었다. 아버지와 한 달에 한 번 정도 연락을 주고받았던 정씨 아들은 “아버지가 평소 당신의 감정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 성격이 아니라 상상도 못했다”며 “말수가 적어 데면데면하긴 했지만 사이가 나빴던 게 아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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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 후 혼자 원룸에서 생활했던 최훈영(58·가명)씨도 자녀와 꾸준히 왕래하던 대한민국 ‘보통 아버지’였다. 그 역시 죽은 지 보름이 넘어서야 이웃에게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당뇨 합병증, 간경화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전문적인 치료가 절실했던 최씨는 치료를 받기는커녕 나날이 알코올에 대한 의존을 키우며 건강상태를 악화시키다 자택에서 병사했다. 아들 최정남(33·가명)씨는 “내가 불안정한 직장을 전전하고 있다는 것을 아버지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빠듯한 살림에 부담을 주기 싫어 말을 제대로 안 한 것 같다”며 “살기 바빠 찾아뵙지 못한 게 평생 한으로 남을 듯하다”고 가슴을 세차게 내리쳤다.

무연고 장례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나눔과나눔’의 부영구 실장은 “대한민국 남자들은 경제적인 능력을 상실하는 순간 부모로서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엄, 존재가치가 사라진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외부와 단절한 채 숨어 사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이에 더해 지금의 중년 남성들은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거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허락받고 살아오지 못한 채 성공을 강요받아온 세대들이다. 이런 문화적 관습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중년 남성의 고독사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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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생전에 가족과의 묵은 앙금 풀 수 있는 장치 필요해

부 실장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잘 배웅하기 위한 것 이상의 의미가 ‘무연고 장례식’에 포함돼 있음을 강조했다. 보통은 유족들이 시신 인수를 거부해 무연고 처리가 된 경우 현재 서울시와 공영장례 협약을 맺은 비영리단체 ‘나눔과나눔’이 고인의 장례를 치러준다. 하지만 금전적인 이유나 깊은 감정의 골을 드러내며 시신 인수를 포기했던 이들이 종국엔 장례식장 한편에 서서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는 게 부 실장의 설명이다.

부 실장은 “10대 때 아버지가 자기를 버리고 간 후 그 원한이 너무 커 시신 인수를 포기했던 청년이 있었는데 그가 장례식장에 나타났다”며 “당시 장례절차를 진행하던 한 종교인이 자신도 유사한 경험이 있었음을 청년에게 고백했는데, 아버지를 원망하며 평생 살아가면 그 삶은 ‘자신의 삶’이 아니라 ‘아버지에 매여 사는 삶’이 될 뿐이다. 그저 아버지 가는 길에 술 한 잔 만 올려 드리자고 설득하자 펑펑 울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그때 그 청년이 아버지는 자신을 버렸지만 자신은 아버지의 마지막을 끝까지 지켰으니 나는 앞으로의 삶을 더 당당하고 멋지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여러 번 인사했다”며 “장례를 통해 쪼개졌던 가족을 이어주고 상처받았던 가족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게 나눔과나눔이 치러주는 장례의 큰 의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부 실장의 향후 목표는 고독사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군들을 대상으로 가족 간 해묵은 앙금을 풀고 화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부 실장은 “원한을 갖고 단절되어 살아가는 가족의 그 어느 한쪽도 유복하고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각자도생하면서 더욱 모질어질 뿐이며, 경제난에 부서지기 쉬운 가족관계를 치유할 수 있는 센터가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2011년 한국에서 특수청소업을 처음으로 시작한 함께 나눔(사회적 기업)의 이창호 전무이사는 “이제는 가족이 하던 돌봄 역할을 사회가 조금 더 나눠져야 할 것 같다. 혼자 사는 인구가 늘어나고, 부모 봉양에 대한 의식도 많이 줄어든 만큼 고독사를 막기 위한 방책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라며 “고양시에도 제안한 바 있는데, 고독사 군 파악하기 위해서 집안에서 사소한 수리 보수가 필요할 때 시청에 연락을 하면 인력이 바로 찾아가는 서비스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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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사 목격 복지인력 트라우마 심각

“자살한 이용구(48·가명)씨의 영혼 일부가 제 머릿속으로 들어와 머릿속을 휘젓는 것만 같았어요. 마치 네가 조금만 더 잘했다면 난 그렇게 죽지 않았다는 말을 하려는 것 같았어요. 제가 했던 말 하나 행동 하나를 복기하며 자책해야 했던 그 시간이 너무나 괴로웠습니다.”(복지플래너 A씨)

분노, 좌절, 불안, 죄책감…. ‘고독사 위험군’을 현장에서 관리하는 복지인력들이 공통으로 토로한 늪 같은 감정의 연결고리들이다. 참혹한 ‘고독사 현장’을 직접 목격해야 했던 이들이 감내해 온 심리적 고통도 상상 이상이었다. 이들이 트라우마를 전문적으로 상담받을 수 있는 법적인 체계를 마련하되 고독사 위험군들의 정신적인 문제를 전문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속히 확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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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사회복지사 일에 입문한 지 몇 달 안 됐을 때 고독사 현장을 목격했다는 이수자(34·여·가명)씨가 당시 경험한 것은 ‘불안 장애’였다. 이씨는 “내가 담당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또 죽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에 심리적으로 굉장히 위축됐다”며 “똑같은 사례가 발생하면 결국 전부 내 책임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사회복지사들의 불안을 상담할 수 있는 예산뿐만 아니라 절차가 제대로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서울의 한 지역 정신건강 보건증진센터에서 고독사 위험군에 대해 심리상담을 하는 채영미(30·여·가명)씨가 느낀 것은 극도의 배신감과 분노였다. 5년 동안 상담을 이어가며 대상자의 마음의 문을 가까스로 열었다고 믿었던 채씨는 술을 마시는 횟수까지 줄이며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상자를 보면서 ‘재활의 가능성’에 희열을 느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대상자는 스스로 손목을 긋는 처참한 방법으로 생을 마감했다. 채씨는 “연민을 느끼기도 했지만 나를 배신했다는 생각에 화도 났다”며 “이후 몇 번 유사 사례를 겪었는데 그러다 보니 기대를 안 하고 스트레스도 적게 받게 됐지만 열정도 덜 쏟게 됐다. 인력이 늘어야 개개인에게 보다 집중하는 것은 물론 활력이 되살아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내 지역 정신건강보건증진센터는 한 구에 하나씩 총 25개 있고 여기에서 294명이 일하고 있다. 전문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구에 많게는 18명까지 전문인력이 배치돼 있지만 숫자가 적은 구는 6~8명에 불과하다. 관련 종사자는 “전문인력이 상담해야 하는 인원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대충대충 상담을 진행할 수밖에 없고 종내 학습된 무기력을 경험하게 된다”며 “많은 고위험군이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만큼 전문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쪽방촌에서 15년간 상담을 해온 시립쪽방상담 김형옥 소장은 “수많은 자살과 고독사를 보며 이제는 현장을 보고도 무덤덤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스스로 밑바닥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기초생활수급자까지 올라가기는 쉬운데, 그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복지, ‘희망 사다리’는 끊어져 있다.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악의 순환을 끊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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