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급자(65~74세) 6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노후생활비용은 월 평균 201만원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소 노후 생활비용(183만원)보다는 많았지만 여가활동비 등을 포함한 적정생활비용(264만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여유로운 은퇴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현역 때와 비교하면 씀씀이는 반토막 났다. 응답자 셋중 둘은 현재의 소비 수준이 은퇴 전과 비교할때 절반이하라고 답했다. 그러니 계층이 떨어졌다는 생각도 팽배했다. 은퇴 전 스스로를 상류층으로 생각했던 10명 중 9명은 계층이 하락했다고 답했다. 중산층(81.3%)과 저소득층(6.3%)이 됐다는 것이다.
놀라운 건 국민연금이다. 은퇴자의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낮다. 수급자 4명중 3명은 50만원도 받지 못했다. 100만원이상을 받는 경우는 5.3%에 불과했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적으니 생활비용의 절반 가량은 모아놓은 예적금을 헐어 쓰고 모자라는 건 일하거나 자식이나 친적에게 손벌려 충당했다.
예적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탓에 보유금융자산은 평균 82세에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없으면그 시기는 76세로 훨씬 빨랐다. 기댈데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 뒤는 더 암담하다. 응답자의 절반은 ‘무대책’이고 30%는 ‘자녀 부양’에 기대겠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2%로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16년 태어난 아기의 기대수명은 무려 82.7세다. 세계 9위 장수국가다. 질병이나 사고 없이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는 건강수명은 73세 정도다. 근 10년간은 돈 없이 배고프고 몸까지 아픈 고통 속에서 노후를 보내야 한다. 국민연금이 더 든든한 방패의 역할을 해야하는 이유다.
정부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쳐 최소한 월 100만원의 노후소득(가입 25년의 경우)을 보장하는 쪽으로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마련중이다. 하지만 재정방안은 취약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이젠 운용능력마저 의심스럽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639조원을 굴려서 5조8800억원을 까먹었다. 연간 수익률이 -0.92%다. 운용수익률 제고없이 국민연금 개혁안이 국민 합의를 얻어내기는 어렵다.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