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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24년 만에 강제해산 한유총 “국가권력 횡포” 소송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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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설립 취소 처분 / “개학 연기 투쟁 등 공익 저해 / 연 6억 넘는 회비 모금했지만 / 직접 목적사업 수행 8% 그쳐” / 한유총 ‘교육청 표적조사’ 주장 / “반민주적 탄압… 집행정지 신청”

세계일보

“헌법상의 기본권인 유아의 학습권, 학부모의 교육권, 사회질서 등 공공의 이익을 심대하고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행위를 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에 대해 법인 설립허가 취소가 불가피하다.”

서울시교육청은 22일 한유총에 대한 설립허가 취소 처분을 내리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향후에도 유아와 학부모를 볼모로 하는 집단 휴·폐원 행위를 반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처분 이유를 덧붙였다. 한유총은 “민간을 향한 국가권력의 부당한 횡포이자 반민주적인 탄압”이라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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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무실에서 이정숙 서울시교육청 주무관(왼쪽)이 김철 한유총 사무국장에게 한유총 법인 설립허가 취소 통보서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


교육청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유총 사무실에 직원을 보내 이같이 통지했다. 이로써 1995년 말 설립돼 24년간 국내 최대 사립유치원 이익단체로 군림한 한유총은 사단법인의 지위를 잃고 사립유치원 단체로서의 대표성을 상실했다. 이후 청산절차를 밟게 되면 한유총은 단순한 친목단체로 전락해 잔여 재산이 국고에 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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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은 설립허가 취소의 주요 근거로 △한유총의 지난달 초 개학연기 투쟁 △한유총의 목적 외 사업 수행 등을 내세웠다. 교육청은 한유총의 개학연기 투쟁, 그에 앞선 집단 휴·폐원 시도를 “공익을 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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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무실에서 김철 한유총 사무국장(왼쪽)이 이정숙 서울시교육청 주무관에게 한유총 법인 설립허가 취소 통보서에 대한 이의제기 공문을 전달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한유총은 앞서 열린 두 차례의 설립허가 취소 청문회에서 개학연기 투쟁에 대해 “헌법상 기본권에 따라 합법적 권리를 행사했고, 유치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을 뿐 법인이 강요한 적이 없으며, 하루 만에 철회해 현실적으로 공익 침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개학연기 투쟁 등은) 유치원 원아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심리적 고통을 줬고 전국적 혼란과 불편, 사회적 불안감을 야기해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소모했다”며 “투쟁을 하루 만에 철회한 것도 반성이 아닌 국민적 분노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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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은 또 한유총이 “회원의 사적 특수 이익 추구를 주 사업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에 따르면 한유총은 1995년 설립허가 당시 법인 정관에 △유치원 진흥 연구 △유아교육 연구 개발 보급 △국제학술회의 개최 등을 목적사업으로 명시한 뒤 연평균 약 6억2000만원의 회비를 모금해왔지만, 2015∼2017년 사이 직접 목적사업 수행 비율은 8%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교육청은 한유총이 정관을 임의로 수정해 매년 3억원 내외의 특별회비를 모금해 사유재산 공적이용료 추진 사업(2015년), 무상교육 촉구 학부모 집회(2016년), 사립유치원 생존권을 위한 유아교육자 대회(2017년) 등에 사용한 것 또한 정관에 명시되지 않은 ‘목적 이외 사업’을 수행한 것으로 보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한유총) 설립허가 취소를 하지 않을 경우 이같이 반복되는 행위에 대해 법인을 검사·감독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공익 침해 상태를 제거하고 정당한 법질서 회복을 위한 제재수단으로 설립허가 취소가 긴요하게 요청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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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은 취소 처분 통지 직후 입장문을 내고 “교육청이 제시한 취소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유총은 교육청이 개학연기 투쟁 선언 이전인 지난해 말 ‘법인허가 취소’를 언급한 데 대해 “당초 한유총을 강제 해산시키겠다는 표적 조사임이 드러난 것”이라며 “과거 어떤 정권에서도 시도하기 힘들었던 반민주적 처사”라고 질타했다. 한유총은 “사법부의 판단을 받기 위해 법인 취소 결정 집행정지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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