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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기도 시작후 굉음 눈뜨니 불바다" 생존자가 전한 스리랑카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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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가방 짊어진 청년 봤다" 자살폭파범 목격담도…"호텔 17층서도 충격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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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블랙박스 카메라에 촬영된 콜롬보 성 안토니오 성당의 폭발 장면
[CNN 화면 캡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기도를 위해 눈을 감자마자 엄청난 굉음이 들렸어요. 눈을 뜨니 온통 불바다였죠. 두려움에 비명을 질렀어요…"

부활절인 21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8시 45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성(聖) 안토니오 성당.

부활절 미사를 위해 성당에 모였던 신자들이 사제의 인도로 눈을 감고 기도를 시작하려는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던 성당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자얄락시 다비드(48)씨는 로이터 통신에 "눈을 감는 순간 엄청나게 큰 굉음이 들렸다. 눈을 떠보니 불바다였다. 두려움에 비명을 질렀다"고 폭발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생존자는 사람들로 가득 찬 성당이 크게 흔들리고 천장이 무너져 내리기 직전 섬광이 번쩍였다고 폭발 당시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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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공격을 받은 바티칼로아 교회에서 사망자를 이송하는 병원 관계자들
[AFP=연합뉴스]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모두 급하게 밖으로 뛰어나갔다. 얼마 후 현장에 돌아가 보니 아들과 사위가 땅에 누워 있었다"고 했다.

폭발 직후 성당으로 달려간 사상자들을 도왔다는 상인 NA 수마나팔라씨는 "피가 강물을 이뤘고 (폭발과 화재로 인한) 재가 눈처럼 내렸다"고 참혹했던 당시를 묘사했다.

안토니오 성당과 콜롬보 시내 호텔 3곳, 콜롬보 인근 네곰보의 성(聖) 세바스티아누스 성당 등 8곳이 스리랑카 부활절 폭탄 공격의 타깃이 됐다.

경찰이 확인한 사망자만 290명, 부상자는 500명이 넘는다. 사망자 가운데는 외국인도 최소 35명 포함되어 있다.

자동차 블랙박스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보면 검은 연기와 함께 건물 잔해가 하늘로 치솟는 장면도 보인다.

최소 65명의 사망자가 나온 성 세바스티아누스 성당에는 시체와 엉망이 된 의자 사이로 피로 얼룩진 예수상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부활절을 맞아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신자가 몰린 성 세바스티아누스 성당에 들어가지 못해 화를 면했다는 남성은 친척들의 자살폭파범 목격담을 전했다.

딜립 페르난도(66)씨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성당에 들어가지 못한 친척들이 바깥에 있었는데, 미사가 끝날 때쯤 무거운 가방을 짊어진 청년이 안으로 들어가는 걸 목격했다"며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간 그 청년이 폭파범이었다"고 덧붙였다.

페르난도씨는 이어 "그는 흥분하거나 두려운 기색이 없이 차분했다고 한다"며 "그가 성당에 들어간 이후 폭발음이 들렸고 친척들은 곧바로 현장에서 달아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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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테러로 엉망이 된 성 세바스티아누스 성당
[UPI=연합뉴스]




또 콜롬보의 시나몬 그랑 호텔의 매니저는 폭파범이 뷔페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는 식당에서 폭탄을 터뜨렸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매니저는 AFP통신에 "사람들이 붐벼 매우 혼잡했는데 그는 줄을 서서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며 "그가 줄 맨 앞까지 온 다음 폭탄을 터뜨렸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또 폭발의 충격으로 식당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직원이 숨졌고, 20여명의 중상자가 발생해 국립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덧붙였다.

또 테러의 표적이 된 콜롬보의 샹그릴라 호텔에 투숙했던 사리타 마루씨는 "폭발의 충격은 17층에서 자고 있던 우리가 느낄 수 있을 만큼 강력했다"며 "몇분 후 호텔 측의 대피 요청으로 계단을 내려가는데 곳곳에 핏자국이 보였다"고 전했다.

이 호텔에서는 1층에 있는 식당 '테이블 원'에서 폭탄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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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빠진 테러 희생자 가족들
[로이터=연합뉴스]



같은 호텔에 묵었던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교수 키에란 아라사라트남은 BBC 방송에 "천둥소리 같은 폭발음 후에 모두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엄청난 혼란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의 셔츠는 피로 물들어 있었고 소녀를 구급차에 태우는 사람도 있었다"며 "호텔 벽과 바닥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피투성이가 된 채 실려 나오는 아이들을 보는 건 끔찍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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