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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신율의 정치 읽기] 총선 결과·정계개편 최대 변수는 文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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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1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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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세간의 관심은 1년 후에 치러질 총선의 승패, 그리고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정계 개편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다.

1년 후 결과를 벌써부터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의 흐름을 파악함으로써 정계 개편 방향과 시기, 그리고 각 정당 전략을 예측하는 정도는 가능하다.

1년 후 총선 결과와 정계 개편 추세를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무엇일까.

먼저 꼽을 수 있는 변수는 대통령 지지율이다. 지금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에 연동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맥락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총선 결과를 규정할 뿐 아니라, 정계 개편 방향도 근본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변수다.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요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문재인 정권의 트레이드마크인 이른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따른 경제 상황이다. 다른 하나는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다.

먼저 ‘소득주도성장’과 그에 따른 경제적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자. 망가진 경제는 회복시키기 상당히 어렵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이뤄진 최저임금의 급속한 상승은 지난해부터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은 올해 다시 상승했다.

최저임금 급상승 여파는 올 상반기 중에 보다 도드라지게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 그 여파는 분명 내년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와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수정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일 뿐 아니라 설사 정부가 수정할 의지를 보인다 해도 이미 너무 늦을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경제적 상황이 단기간 내에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럴 경우 유권자 분노가 투표로 표현될 수 있다. 지난 4월 3일 재보선 결과는 경제적 어려움이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4·3 재보선 결과는 유권자 분노투표의 결과다. 분노투표 대상은 정부와 여당, 분노의 원인은 경제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번 재보선만 봐도 정부와 여당 경제정책에 대한 유권자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당연히 지금 같은 경제 상황이 내년 총선까지 유지되거나 더 악화된다면 대통령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요소인 남북관계와 북한 비핵화 문제를 보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지난 3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는 시기에 그에게 정치적 이득을 가져다줄 평화 이니셔티브(추진계획)에 베팅을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주눅이 든 채 불확실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 언급은 정권 의중을 아주 정확히 표현했다. 한마디로 ‘평화’로 ‘경제 문제’를 덮겠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 가능성 여부에 따라 총선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때 경제는 상관없는 변수가 된다.

북핵 문제 해결은 낙관할 수 있을까?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낙관할 수 없다. 현재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 할 수 있는 근거는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지난 한미정상회담이 결코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다. 청와대는 ‘잘됐다’는 평가를 내리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그렇게 ‘잘된’ 회담은 아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관한 구체적·현실적 방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기회가 됐다.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있는 미 행정부 고위 인사까지 모두 만난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이는 한미 정상 간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음을 증명한다. 외교에서 ‘허심탄회’라는 용어는 합의는 못 하고 의견만 오갔을 때 사용하는 일종의 수사적 표현이다. ‘미 행정부의 고위 인사를 모두 만난 것’을 거론한다는 것도 정상회담에서 구체적 성과가 없었음을 의미한다. 한미 정상 간 오간 대화 내용을 보더라도 이번 정상회담은 우리 입장에서 실패다.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말을 꺼냈을 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굿 이너프 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을 고수할 것을 분명히 했다. 정상회담 이후 공동합의문조차 발표되지 않은 것을 봐도, 이번 회담이 ‘노딜’로 끝났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까지 우리를 몰아붙이기 시작했으니 상황은 점입가경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갖고 (미국에 대해) 자신이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주장하던 ‘중재자’ 역할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은 채 “시정연설을 통해 미북대화 재개와 제3차 미북정상회담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의 변함없는 의지를 높이 평가하며 크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문 대통령은 그동안 강조했던 ‘중재자’나 ‘촉진자’ 등의 용어를 쓰지 않았다. 이것만 봐도 지금의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직접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제의한 것은 북한이 우리 측 특사를 당장 받을 생각이 없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이렇게 북한이 우리 역할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한 언급을 하고, 미국은 입장을 변화시킬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으니, 앞으로 극적 반전이 일어나리라고 예측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 예측하기는 어렵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40% 선에서 오락가락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4월 8~12일 사이, 전국 유권자 25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신뢰 수준 95%에 표본오차 ±4.4%포인트)를 보자. 민주당은 전주 대비 2.1%포인트 내린 36.8%, 한국당은 0.4%포인트 내린 30.8%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양당 지지율 격차가 6%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일시적 진보’로 선회했던 합리적 보수와 중도가 서서히 다시 보수 쪽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한 국가의 이념 지형은 전쟁 같은 엄청난 참사가 아니면 잘 바뀌지 않는다. 우리나라같이 전통적으로 보수가 우세한 나라에서 탄핵 때문에 보수나 중도가 일시적으로 진보로 돌아섰을 수 있지만, 탄핵 충격이 사라지면서 이들이 다시 서서히 원상 복귀한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다. 한마디로 본래 이념 지형으로의 회귀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정계 개편에서 민주평화당이 다시금 더불어민주당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그뿐 아니라 호남이 지금처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보낼 것이라 장담하기도 어렵다. 그렇기에 민주평화당은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을 포섭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며 호남 지역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자유한국당은 보수 빅텐트론을 주장하며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 출신들을 개별 포섭하는 전략으로 갈 것 같다. 단 여기서 자유한국당은 극단적 보수 이미지는 주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총선 같은 전국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도층을 지지자로 만들어야 한다. 극단적 우파를 포섭하면 중도층이나 합리적 보수들이 한국당 지지를 철회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계 개편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의원들이 움직이려면 자신의 정치적 생명에 위협을 느껴야 하는데 그 시기가 바로 올 연말 정도부터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벌써 정치권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매경이코노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5호 (2019.04.24~2019.04.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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