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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칼럼] 박정수의 일자리와 4차 산업혁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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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박정수 성균관대학교 스마트팩토리 융합학과 교수, 진 코퍼레이션(주) 부회장, 한국 ict융합네트워크(사) 부회장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의 생산기반에서 출발한다. 아래 표에 나타나 듯 독일은 '마에스트로'라는 전문가 정신에서 일본은 '모노주꾸리'라는 장인 정신에서 생산 혁신이 출발했다. 그래서 산업혁명뿐만 아니라 모든 변화관리의 출발점을 파악하는 상세한 내용의 핵심에는 관점이 존재한다. 독일과 일본의 경우, 산업의 생태계 관리 및 혁신활동의 관점은 새롭고 지속가능한 '수요창출'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관점은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그것을 우리는 목표의 명료화라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만 산업의 신진대사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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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우 4차 산업혁명 관점에서 보면 대기업 집단, 중소기업, 벤쳐 등 산업과 기업 집단을 구분 짓는 기준과 표준이 부조화 상태에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독일, 미국, 중국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다르다. 물론 다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관점이 오늘날 우리 나라의 경제를 더 나아가 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관점이 존재하지는 않는지 되짚어 보자.

우리 제조업이 지난 20년간 글로벌 성장 업종에서는 점유율이 떨어진 반면 쇠퇴 업종에서는 오히려 상승하는 등 '산업 신진대사'가 역류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또 한 주력 업종의 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데다 일부 업종에 대한 편중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성장엔진'이 식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작성한 '한국 제조업의 중장기 추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7년과 2017년의 수출액 상위 10개 품목을 비교한 결과 2개만 교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부품과 모니터가 10대 품목에서 빠진 대신 특수선박(해양플랜트)과 유화원료가 새로 포함됐다. 같은 기간 중국에서는 인쇄기, 스웨터, 변압기, 여성정장 등 4개가 10대 수출품목에서 제외되고 자동차부품, 램프·조명기구, 가죽가방, 가구 등이 추가된 것과 비교하면 교체율이 절반에 그친 셈이다.

선진국 진영과 비교해도 독일(3개 교체)보다 적었고, 일본·미국(각 2개 교체)과는 같았다.

특히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10대 품목의 비중은 한국이 지난 2017년 기준으로 46.6%에 달해 일본(33.8%)과 중국(27.9%), 독일(28.0%), 미국(30.1%) 등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나라가 대기업 중심의 편중 현상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편중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미래의 경쟁력을 준비하고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세계시장에서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수익율이 점점 줄어 들고 중국기업들에게도 밀리고 있다면 큰 문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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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는 보고서에서 "10년간 수출 상위 10개 품목 가운데 8개가 바뀌지 않고, 10대 수출품목의 비중이 경쟁국들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다는 것은 (제조업의) 고착화와 편중화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국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무역 규모가 증가하는 성장 업종에서는 부진한 반면 성장력이 떨어지며 도태, 또는 사양의 조짐이 보이는 업종에서는 점유율이 더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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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주요 40개 제조업종 가운데 석유정제, 통신, 의약, 비철금속, 정밀기기 등이 '5대 성장 업종'으로 분류됐는데, 한국은 지난 1995년과 2016년 사이에 통신기기와 의약, 비철금속 업종에서 글로벌 생산 점유율이 하락했다. 그러나 제지, 섬유, 특수목적기계, 의류, 일반가전 등 '5대 쇠퇴 업종' 가운데서는 섬유만 제외하고는 모두 같은 기간에 글로벌 점유율이 상승했다.

또 제조업 부문의 차세대 신산업으로 화장품과 의약 업종이 부상하고 있지만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0.86%와 0.55%에 그쳐 주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미약한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밖에 서비스산업에서는 게임이 '한류 콘텐츠 산업'의 선도 업종으로 집중 육성되고 있지만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10위권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제조업의 국내 생산액이 2012년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고, 해외법인 매출액도 2014년 이후 감소하는 등 우리 제조업은 중장기적인 쇠락 추세에 진입한 상태"라고 한다.

과거 10년의 보고서가 시사하는 핵심은 제조업의 역동성과 신진대사가 저조했다는 분석이다. 그 원인은 사업정책과 전략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독일, 미국, 일본, 중국이 4차 산업혁명을 역동적으로 준비하고 있을 때 우리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래서 지금이라도 모든 산업 분야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산업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한 산업전략의 실행 분야로 '스마트 팩토리 구축'이라는 국가적인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 팩토리 구축과 공장개선 사업은 전적으로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혹시나 생산개선활동을 '스마트 팩토리 구축' 사업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4차 산업혁명 사회는 초연결(Hyper-Connectivity)사회이다. 고객, 유통, 생산 그리고 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된(Connected) 상태로 힘을 발휘하는 시대이다. 왜냐 하면 모든 것은 통신기술이 선도하고 있으며 누가 먼저 그것을 활용해 경쟁을 선도하느냐 이기 때문이다. 아래 표에 나타나 있듯이 어느 것 하나 따로 따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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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국, 독일의 경우 스마트 공장 확대 정책은 해외로 나가 있던 자국의 기업들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다시 말해 상대적으로 싼 임금과 원부재료를 찾아서 해외로 떠났던 기업들이 스마트 팩토리라는 혁신 플랫폼을 갖추게 되면서 본국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파나소닉은 태국에 있던 6개 생산라인 중 1개 라인을 오사카 근처 다카스키 공장으로 옮기기로 하고 최근 현장 공사를 진행 중이다. 증설되는 라인에 필요한 인력은 지역 주민 위주로 채워질 예정이라고 한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양질의 일자리가 오사카 지역에 새롭게 생겨난 것이다. 이와 같이 단기적으로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의 이동과 초연결성의 힘은 궁극적으로는 사업의 경쟁력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정책이 개발돼야 한다. 명사(Noun) 나열식 4차 산업혁명이 아닌 세계 최초 유일(The only one)한 스마트 팩토리 구축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스마트 팜, 스마트 시티 등 모든 영역에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는 5G, 인공지능(AI), 그리고 산업용 사물인터넷(Industrial IOT)을 융합해야 한다. 이는 스마트 팩토리가 모든 산업의 신진대사라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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