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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연금 사회주의? 해외에선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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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코드센터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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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코드센터장. /사진=김사무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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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가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이 있지만 해외에서는 매우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심지어 선진국의 연기금들은 투자한 기업의 경영진에 비공개 대화를 요구하고 서신을 보내는 등 더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기도 하죠."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서 만난 송민경 KCGS 스튜어드십코드센터 센터장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대한 비판에 이 같이 반박했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당연하게 이뤄지는 일들이 한국에서는 '연금 사회주의'라는 이름으로 비판받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기로 한 이후 연금 사회주의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자가 투자한 기업에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기 위해 정한 자율 지침이다. 집안 일을 돌보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기관투자자가 고객의 돈을 선량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노후 자금 630조원을 바탕으로 기업에 투자하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나서자 국가가 기업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 등의 반대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표 연임에 실패하면서 이 같은 비판은 더 커졌다.

송 센터장은 이에 대해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연기금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정착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선다"며 "이들 연기금은 적극적인 주주활동에서 더 나아가 투자대상 기업을 선정할 때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 책임투자 원칙을 정해 자산을 운용한다"고 말했다.

관치 논란에 대해서도 국민연금 내부의 독립적 의사결정 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신설되면서 어느 정도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들어 수탁위가 단지 국민연금 산하 조직이라는 이유만으로 관치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과도한 걱정이라고 지적한다.

송 센터장은 "네덜란드연금과 캐나다연금의 운용기관은 모두 각국 정부가 이사회를 구성할 정도로 정부 영향이 막강하지만 관치 논란은 거의 없다"며 "이는 독립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착된 해외에서는 주요 연기금들이 의결권 행사 결과를 정리해 매년 공개한다. 어떤 기업을 만나 어떤 우려를 전달했고 어떤 의안에 찬반 의사표시를 했는지 등이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연금 사회주의 논란과 더불어 주주 행동주의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시작은 요란했지만 막상 국민연금의 제안이나 반대 안건이 반영된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다른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활동도 마찬가지였다. 주주들이 제안한 안건의 통과율도 여전히 10%대로 저조했다. 주주들의 반대로 대기업 총수를 물러나게 하는 등 성과도 있었지만 대부분 기업에서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송 센터장은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이 통과되거나 주주제안의 부결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주주활동이 실패했다고 하는 것은 국제적 흐름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단순한 가결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주주의 지지를 얻었느냐가 주주행동주의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처음으로 주주제안을 했다. 배임·횡령 등으로 실형을 받은 임원은 자격을 박탈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내용이었다. 표결에서 찬성률 48.66%로 안건 통과에는 실패했지만 국민연금 지분(7.16%)보다 많은 주주가 해당 안건에 찬성한 점은 경영진이 되새겨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KCGS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주주총회 이후 각 안건별 찬성 반대 비율이 공개된다. 회사측의 안건이 통과 됐더라도 반대율이 20~30%로 높으면 성공한 안건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의결권 자문기관들은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반대율이 높았던 안건이 다음 주주총회에서 또 나오면 반대 권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주주들의 우려를 제대로 해소하기 위한 보안 방안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송 센터장은 "우리나라도 주주총회 공시에서 찬반 비율을 공개하고 자문기관들이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주주 행동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주주제안 안건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사실상 경영권 방어 수단이 된 국민연금 5% 공시 룰도 완화하는 등 여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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