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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원장들 만나라” “설명하라”…한유총 ‘로비스트’ 된 도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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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 권한으로 사립유치원 편에 서 전방위 ‘감사 방해’

경향신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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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경기교육청 감사관 증언

지방선거 전 압력 최고조

“에듀파인 안 막고 뭐하냐”

유아교육과 가서도 압박


경기도의회가 한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원장들의 로비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유총 입김이 강한 지역의 도의원들은 도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들에게 사립유치원 원장에게 감사에 대한 설명을 하게 했다. 경찰 수사에 비유하면, 도의원이 경찰관을 잠재적인 ‘피의자’들 앞에 세워놓고 브리핑을 시킨 셈이다.

지난해 10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가 있기까지는 2015년부터 사립유치원 감사에 나섰던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실의 역할이 컸다. 도교육청의 감사는 이른바 ‘한유총 사태’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이때부터 감사를 피하기 위해 사립유치원들의 집단휴원과 폐원 등을 주도하는 게 한유총의 존재 이유가 되다시피 했다.

감사 과정은 험난했다. 감사를 처음 시작하고 이를 지난해 8월까지 주도했던 김거성 전 도교육청 감사관은 21일 경향신문과 만나 “감사를 하는 3년간 누군지 일일이 밝힐 순 없지만 정말 많은 감사 중단 관련 민원과 외압을 받았다”고 밝혔다.

수많은 외압 중에서도 감사관실을 가장 힘들게 한 건 다름 아닌 경기도의회였다. 도의회는 도교육청의 사무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이 있다. 사립유치원 감사가 본격화된 이후 시도 때도 없이 사립유치원 편에 선 도의원들이 감사관실 직원들을 호출해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한 도의원은 “도의원에게 지역구 내 사립유치원장들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며 “도의회로 감사와 관련된 민원이 쏟아졌다”고 밝혔다.

지방선거를 한 해 앞둔 2017년에는 도의원들의 압력 행사가 극에 달했다. 도의원이 나서서 감사관을 불러내 사립유치원장들과의 자리를 마련한 건 ‘기본’이었다. 민주당 소속 ㄱ도의원의 경우 2017년 8월 “유치원 문제로 얘기할 게 있다”며 김 전 감사관을 도의회로 불러냈다. 김 전 감사관이 장소에 도착해보니 3~4명의 사립유치원장들이 ㄱ의원과 함께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당시 한유총 경기지회장이었다. ㄱ의원은 원장들이 같이 있다는 사실을 김 전 감사관에게 미리 말하지도 않았다. 기막혀하는 김 전 감사관을 앉혀놓고 원장들은 “감사를 미뤄달라”는 등의 민원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ㄱ의원은 “지역에서 10여년 알고 지낸 유치원장 민원이 있어 잠깐 얘기나 하자고 한 것뿐”이라며 “한유총의 실체를 알게 된 뒤부터는 연락도 안 하고 지낸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ㄴ도의원은 같은 해 10월 김 전 감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원장들과 같이 한번 보자”고 요구했다. 김 전 감사관은 “한유총 만날 생각 없다. 의원님이 저희를 도와주시려면 학부모와 납세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시면 된다”며 거절했지만, 거듭된 요구에 결국 원장들을 만나야 했다. ㄴ의원은 “당시 원장들과 감사관실이 고발건이 얽혀 있어 중재하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김 전 감사관은 “그 사람들과 고발이 얽힌 건 없었다. 감사 민원 얘기만 듣다 왔다”고 밝혔다.

사립유치원 감사 전담팀장인 ㄷ사무관은 직원과 함께 한 도의원에게 호출돼 수모를 겪기도 했다. ㄷ사무관은 “가보니 유치원장 여러 명이 의원과 함께 앉아 있었다”며 “의원이 ‘유치원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설명해보라’고 요구해 원장들 앞에 서서 설명을 해야 했다. 너무도 수치스러웠다”고 말했다.

감사관실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ㄹ도의원은 지난 2월 도교육청 유아교육과 공무원들을 불러 “사립유치원 다 죽일 거냐, 에듀파인 안 막고 뭐하냐, 왜 사립유치원 시설사용료 인정을 안 하냐”며 윽박질렀다. 유아교육과는 한유총이 감사관실 다음으로 민원을 쏟아넣은 주무부서다. 이 자리에 불려왔던 유아교육과의 직원은 한 달 뒤 인사에서 본청 밖으로 전보조치됐다. ㄹ의원은 “원장들의 민원을 전달하는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이라며 “시설사용료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게 개인 소신”이라고 해명했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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