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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일 놓지 못하는 노인들…‘근로여력’ 유럽국 절반에도 못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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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노인 근로여력 보고서

60∼74살 세계 주요국 비해 낮아

연령 높을수록 일본과 격차 더 커져

외국 고학력자 경제활동 많은데

한국은 저학력자일수록 더 일해

KDI “경제상태 따른 건강 격차 보완 필요”



한겨레
10년 전부터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김아무개(72)씨는 최근 계약 갱신 기간이 단축돼 걱정이 커졌다. 그동안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다 올해부터는 갱신 기간이 3개월로 줄었다. 일흔이 넘은 나이 탓에 회사에서 언제 그만두라고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월급과 기초연금, 국민연금을 합치면 월수입이 200만원을 넘어 현재 생계유지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직장을 잃을 경우 연금만으로는 생활비로 턱없이 부족하다. 김씨는 “혹시라도 잘리면 다른 일을 찾을 생각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자식들한테 손 안 벌리고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소득층을 제외한 대다수 고령 남성은 김씨처럼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려고 한다. 21일 <한겨레>가 입수한 한국개발연구원( KDI) 권정현 연구위원의 ‘노인의 건강과 은퇴연령 조정연구’ 보고서는 이런 노인들의 근로 실태를 ‘근로여력’(더 일할 수 있는 건강 여력)이라는 개념을 통해 실증적으로 제시했다.

한겨레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고령(60~74살) 남성의 근로여력은 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주요국 노인들에 비해 일을 더 많이 한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국제비교를 위해 외국에서 근로여력 계산의 기준으로 삼은 51~54살을 적용해 분석했다. ‘51~54살 남성의 건강상태가 근로 여부에 미치는 영향력을 도출해 이를 고령층(60~74살)에게 똑같이 적용한 뒤 가상의 ‘추정 고용률’을 냈다. 이를 노인의 실제 고용률과 비교해 나타나는 차이가 근로여력이다. 국내 상황만 파악해보기 위해 활용했던 기준 연령대(55~59살)와 달리 이처럼 기준 연령대(51~54살)를 낮게 설정하면, 고령층의 추정 고용률이 더 높게 산출되고 이에 따라 근로여력도 더 크게 나온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 60~64살의 근로여력은 16%포인트, 65~69살은 26%포인트, 70~74살은 34%포인트였다. 이는 독일, 영국, 덴마크 등 유럽 국가 고령층 근로여력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과 비슷하게 고령자의 은퇴연령이 높은 일본과 비교해보면, 60~64살에서는 근로여력이 비슷하지만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우리나라 고령 남성의 근로여력이 낮아진다.

연령대별로 분석해보면 눈에 띄는 특징이 나타난다. 다른 나라는 고령 남성 가운데 고학력자일수록 더 늦게까지 경제활동에 참여해 근로여력이 낮은 반면, 한국은 저학력일수록 경제활동 참가를 더 많이 해 근로여력이 낮다는 점이다. 미국과 한국의 교육수준별 근로여력 비교를 보면, 60~64살의 경우 미국은 중졸 이하 근로여력은 17%포인트인데 대졸 이상은 15.8%포인트였다. 반면 한국은 같은 연령대 중졸 이하의 근로여력이 11%포인트이지만 대졸 이상은 27%포인트로 훨씬 더 높았다. 고학력 노인들을 수용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한국의 노동시장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보고서는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이나 이에 따른 정년제·연금제도 개편 과정에서 이런 교육수준에 따른 근로여력 차이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 연구위원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건강 격차를 보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저학력 고령 남성은 낮은 건강 수준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문제로 일하는 비중이 높으므로, 이들의 건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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