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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4개 도시서 교회 등 8곳 테러… 스리랑카 '부활절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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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시신, 끔찍했다"… 외국인 35명 사망 등 최소 657명 死傷

정부 "폭발 관련자 7명 붙잡아"… 내전종식 10년 만에 최악테러

부활절인 21일(현지 시각) 스리랑카에 있는 교회 3곳과 호텔 3곳 등 4개 도시의 8곳에서 연쇄 폭발 테러가 발생해 최소 207명이 숨지고 450명이 다쳤다. 현지 언론 뉴스퍼스트 등에 따르면 스리랑카 당국은 이날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부활절인 21일(현지 시각) 연쇄 폭발 테러가 발생한 스리랑카 행정수도 콜롬보의 한 병원 영안실 밖에서 희생자 유가족들이 흐느껴 울고 있다. 이날 스리랑카 콜롬보 등 4개 도시에 있는 교회 3곳과 호텔 3곳 등 8곳에서 연쇄 폭발 테러가 발생해 최소 207명이 숨지고 450명이 다쳤다. 콜롬보 시내 종합병원 등은 수백명의 환자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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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5분쯤 행정수도 콜롬보의 성 앤서니 교회에서 첫 번째 폭발이 일어났다. 당시 교회에서는 부활절 예배가 진행 중이었다. 폭발로 지붕이 날아가 뼈대만 남았고 바닥은 희생자들의 피로 얼룩졌다. 성 앤서니 교회를 찾은 하르샤 데 실바 경제개혁·공공분배 장관은 "끔찍했다. 많은 시신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각 콜롬보 시내 샹그리아·킹스베리·시나몬 호텔에서도 폭탄이 터졌다. 이 호텔 세 곳은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이용하는 5성급 호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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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콜롬보 북쪽 도시인 네곰보 지역의 성 세바스티안 교회, 스리랑카 동부 바티칼로아 지역의 시온 교회에서도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또 오후 2시쯤 콜롬보 남부의 데히왈라 동물원 인근 게스트하우스에서 일곱 번째 폭발이 일어나 2명이 숨졌다. 여덟 번째 폭발은 오후 2시 40분쯤 콜롬보 북동부 데마타고다의 주거 단지에서 발생해 경찰관 3명이 희생됐다.

루완 구나세케라 경찰청 대변인은 "폭발이 일어난 교회들에선 당시 부활절 행사가 진행돼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전했다.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곳은 성 세바스티안 교회로, 최소 93명 이상이 이곳에서 숨졌다. 성 앤서니 교회에서는 최소 40명, 시온 교회에서는 최소 27명이 희생됐다. 외국인 사망자도 최소 35명에 달한다고 현지 언론 뉴스퍼스트가 전했다. 스리랑카 주재 한국대사관은 21일 현재 한국인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복수의 스리랑카 당국자는 "적어도 두 곳에선 자살 폭탄 테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루완 위제와르데네 국방장관은 "폭발과 관련된 용의자 7명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푸쥐트 자야순다라 경찰청장은 테러 발생 열흘 전인 지난 11일 '외국 정보 당국으로부터 스리랑카의 이슬람 과격 단체 내셔널타우힛자맛(NTJ)이 콜롬보의 유명 교회를 대상으로 자살 폭탄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를 전해들었다'는 내용의 경고성 메시지를 고위급 경찰관들에게 전달했었다. NTJ는 지난해 불상 훼손 테러로 주목을 받았다. 경찰은 "수사가 끝날 때까지 테러의 배후가 누구인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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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의 비극… 스리랑카 교회·호텔 폭발 테러, 200명 이상 사망 - 부활절인 21일(현지 시각)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북부에 있는 도시 네곰보의 성 세바스티안 교회에서 폭발 테러가 일어난 직후 신도들이 쓰러진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다. 이날 스리랑카 교회와 호텔 등 8곳에서 폭발 테러가 발생해 최소 207명이 사망하고 450여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스리랑카 당국은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라고 밝혔다. /성 세바스티안 교회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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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조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뜬소문에 속지 말라"고 당부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날 오후 3시 27분을 기해 통행 금지령을 내렸다.

이날 테러는 2009년 스리랑카 내전이 종식된 지 10년 만에 일어난 최악의 사건이다. 다민족·다종교 국가인 스리랑카는 오랜 시간 민족·종교 간 갈등을 겪어왔다. 스리랑카 국민 2100만명 중 대다수(70.2%)는 불교를 믿고, 힌두교인이 12.6%, 이슬람교인이 9.7%, 기독교인이 5.7%가량이다. 1983년부터 2009년까지 스리랑카 인구의 다수를 점하는 싱할라족(74.9%) 불교도 주축 정부와 타밀족(11.2%) 힌두교도 반군 간에는 내전이 벌어져 10만여 명이 사망했다. 기독교인들은 싱할라족과 타밀족의 민족·종교 갈등을 중재해왔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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