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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삼시세끼 모두 사무실 책상서 해결… 100만 직원, 동물로 비유한 '냉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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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 도전하는 '대만의 트럼프' 궈타이밍

조선일보

/AP 연합뉴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대만판 트럼프'가 탄생할 것인가. 궈타이밍(郭台銘·69·사진) 훙하이(鴻海)정밀공업(영어명 폭스콘) 회장이 지난 17일 대만 국민당 총통 후보 경선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이런 말이 나오고 있다. 궈타이밍은 백만장자 기업가, 거침없는 언행, 공격적인 협상 스타일 등 여러 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판박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트럼프는 반중, 그는 친중이라는 점이다. 그가 '대권 도전'을 선언하자 중화권 증시는 '친중 기업가 정권'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썩였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폭스콘 등 회사 시가총액이 대만·중국·홍콩 증시에서 총 10조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지난 17일 대만 세신대학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그는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과 가상 양자대결에서 50.2% 대 27.1%로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직원 100만명(중국 60만명)에 전 세계 IT 제품의 절반을 만든다는 폭스콘의 시작은 1974년이었다. 1950년생으로 해사(海事) 관련 대학을 나온 24세 궈타이밍은 모친이 준 10만대만달러(약 367만원)로 직원 10명의 훙하이플라스틱을 설립했다. 그는 불굴의 '영업맨'이었다. 11개월간 홀로 미국 전역의 컴퓨터·게임기 회사를 찾아다니며 "누구보다 싸고 빠르게 부품을 댈 수 있다"고 세일즈했다. 문전박대당하고 산업 스파이로 몰리기도 했지만 굴하지 않았다.

중국의 개혁개방 시기, 그는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대만 기업들이 중국 진출을 꺼리던 1988년 대만 자본으론 처음으로 선전에 공장을 지었다.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박리다매 위탁생산 전략은 대박을 터뜨렸다. 애플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 IT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세계 최대 IT 기기 위탁생산 업체 오너이자 대만 최고 갑부가 됐다.

그는 고객사 요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들어주며 신뢰를 쌓았다. 2010년 애플 아이폰4 때였다. 애플은 금속 프레임을 요구했다. 기존 장비로는 가공할 수 없었다. 궈 회장은 일본 공작기계 메이커 화낙에서 대당 2만달러씩 하는 NC(수치제어)머신 1000여대를 주문하는 결단을 내렸다. 2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인 것이다.

반면 폭스콘 공장들은 가혹한 노동으로 악명 높았다. 2010년 선전 공장에서만 14명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지쳐 투신자살했다. 궈 회장은 대책회의에서 "인간도 일종의 동물이고 100만명이 넘는 동물을 관리하는 일은 머리 아픈 일"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냉혈한'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하루 16시간을 일하며 세끼를 모두 책상에서 해결했다. 심야회의도 수시로 열었다. 임원들에겐 매년 30% 이상의 실적 향상을 요구했다. 선전 공장 사내 식당 앞에서 흡연하는 직원들에게 달려들어 담배를 빼앗아 꺼버릴 만큼 불같은 성격이다. 하지만 임원 보너스는 사재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첫 아내와 사별한 그는 2008년 24세 연하의 댄스 강사와 재혼했다. 결혼식 때 턱시도 상의를 벗어던지고 하객들 앞에서 푸시업 30개를 해보이며 정력을 과시했다. 일흔이 다 됐지만 네 살배기 막내딸이 있다. 전처소생을 포함해 다섯 자녀를 뒀지만 "후계자는 핏줄이 아니라 능력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한국 삼성전자와는 악연이다. 2010년 훙하이 계열사 치메이(奇美)가 삼성전자로부터 가격담합 혐의로 고발당해 유럽연합(EU)으로부터 3억유로의 과징금을 부과받자 그는 삼성을 "경쟁자의 등 뒤에 칼을 꽂는 소인배"라고 비난하며 '삼성 타도'가 평생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각별하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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