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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우크라이나 결선투표…코미디언 출신 대통령 탄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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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출신 배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당선 유력

각종 여론조사서 압도적 우위 …反부패 국민열망 반영

초콜릿 재벌 現대통령 누른 정치경험 전무한 '아웃사이더'

이데일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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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 결선 투표가 치러진다. 1차 투표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코미디언 출신 배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당선될 확률이 높게 점쳐진다. 젤렌스키는 정치 경험이 전무한 아웃사이더다. 기성 정치권 부패에 반발한 국민들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안보, 국방 및 외교 정책에 있어 중요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번 결선 투표는 지난달 31일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 득표자가 없었기 때문에 치러지게 됐다. 1차 투표에선 젤렌스키가 30.24% 지지를 얻어 현 대통령인 페트로 포로셴코(15.95%)를 상대로 압승했다.

젤렌스키는 선거 유세를 거의 펼치지 않았고 인터뷰도 사실상 하지 않았다. 주로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민들에게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게 전부였으며, 뚜렷한 정치적 견해도 없었다. 공약 역시 구체적인 게 없다. 디지털 혁명을 통해 “한 시간 만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15분 안에 여권을 만들 수 있으며, 온라인으로 단 1초 만에 투표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를 만들고 싶다”는 식이다.

그는 취업자를 늘리고, 젊은 가정에 주택을 공급하고, 부패를 척결하고, 임금과 연금을 늘리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제를 어떻게 개편하겠다거나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펼치겠다는 등과 같은 세부적인 정책 대안을 내놓지 않는다.

젤렌스키는 코미디언 출신답게 그저 “우크라이나에 사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고 싶다”고 말한다.

아울러 “국가는 국민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국민이 국가를 위해 존재해선 안 된다”며 이를 이루기 위해 “대통령이 되면 국회의원들의 면책 특권을 폐지하는 등 사법 개혁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인 공약도 적극적인 유세도 펼치지 않았지만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시장조사업체 KIIS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젤렌스키에 대한 지지율은 48.4%로 포로셴코(17%)를 크게 앞섰다.

그렇다고 젤렌스키가 아무런 대안이 없는 건 아니다. 든든한 조언자들을 두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인들이 민감한 경제 문제와 관련해선 재무장관 출신의 올렉산드르 대닐루크를 영입했다.

그는 자신이 부족한 분야에 있어선 전문가 도움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책 아이디어를 묻는 방식으로 젊은 유권자들을 사로잡은 것도 궤를 같이 한다.

젤렌스키는 1차 투표에서 승리한 뒤에도 “대통령이 되면 공직을 팔지 않을 것이다. 또 야권 인사들을 기용하는 것도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젤렌스키가 정말로 대통령에 당선되면 드라마를 현실로 만들게 된다. 젤렌스키는 지난 2015년 그를 국민배우로 만들어준 TV 정치풍자 드라마 ‘국민의 종(Servant of the People)’에서, 서민 출신으로 부패와 싸운 끝에 대통령이 되는 역할을 맡았다.

젤렌스키에 대한 지지율은 1년 전만 해도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통령을 둘러싼 방산 비리가 터져나온 뒤부터 지지율이 급등했다. 러시아 위협으로 군 복무가 신성한 의무로 여겨지는 우크라이나에서 군과 관련된 비리는 가장 악질적인 범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러시아에 맞서겠다며 지난 2014년 33억달러였던 국방 예산을 올해 78억달러로 2배 이상 늘렸다. 그런데 지난 2월 국방위원회 부의장인 올레 글라드코프스키의 아들이 러시아로부터 밀수한 부품을 우크라이나 방산업체에 비싸게 판매한 혐의로 고발됐다. 글라드코프스키는 초콜릿 재벌 출신인 포로셴코 대통령의 사업파트너였다가 국방위원회 부의장에 앉은 인물이다.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을 되찾겠다는 2014년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등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잠재우지 못한 상황에서 비리 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후 포로셴코 대통령을 지지하던 유권자 중 상당수가 젤렌스키 쪽으로 옮겨갔다.

공용어 선택을 놓고 논란이 일었을 때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를 모두 택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유권자 확보에 도움이 됐다고 BBC는 전했다.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지를 얻었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코미디언 출신 배우가 대통령이 된다는 살이 얼핏 보면 장난같아 보이지만, 러시아와 사실상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대선은 국민들에게 매우 진지한 행사다.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젤렌스키의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기엔 우크라이나인들의 기성 정치에 대한 반발과 새로운 인물에 대한 열망이 모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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