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鶴을 부르니 풍악이 궁궐을 감싸네…5대궁·종묘에서 울리는 봄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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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문화축전을 앞두고 최근 경복궁 근정전에서 왕이 과거시험을 주재하는 행사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문화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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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기운 감도는 구중궁궐이 하늘 문으로 통하고, 궁궐을 감싸는 구름의 길조가 하늘 향기와 가까우니, 이리로 학을 탄 신선이 내려올 것이옵니다.'

오는 26일 저녁 7시 30분 경복궁 경회루 연못에 나룻배가 뜬다. 그곳에 단아하게 앉은 여성 가객이 효명 세자(1809~1830)가 지은 노랫말로 학(鶴)을 불러낼 예정이다. 이윽고 무용수가 학의 날갯짓을 춤추는 궁중정재 학연화대합설무가 펼쳐진다. 궁궐 호위군 사열의식인 '첩종', 태종의 명으로 박자청이 경회루를 건설하는 과정을 엮은 '경회루 판타지-花龍 之夢(화룡지몽)' 주요 대목이 이어진다.

'첩종'은 임금이 불시에 궁궐 군사들을 소집할 때 울린 큰 종이다. 군율과 군기를 다스려 국가의 근본을 유지하고자 했던 조선의 대표적인 무예제도로, 궁궐에 위치한 군사뿐 아니라 문무백관과 중앙군인 오위 병사들까지 집합해 사열의식을 진행했다.

'경회루 판타지-花龍之夢(화룡지몽)'은 2층 누각의 건축미와 악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해 곳곳에 놓은 벽사 상징물들이 품고 있는 이상향을 화려한 첨단 조명기술로 풀어내는 미디어 퍼포먼스. 경회루와 호수, 주변 하늘을 빛으로 물들이며 공중을 나는 플라잉 퍼포먼스가 가세한다. 관람객은 호수 위에 설치한 무대에서 감상할 수 있다. 26일 개막제에서는 일부만 공연하지만 28일부터 5월 4일까지 오후 8시부터 1시간 동안 전체를 관람할 수 있다.

경복궁뿐만 아니라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종묘에서 다채로운 문화유산축제가 열린다. 문화재청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재재단과 대한황실문화원이 주관하는 제5회 '궁중문화축전-오늘 궁을 만나다!'로, 2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40여 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지난해에는 4대 궁에서 개최됐지만 올해는 경희궁과 종묘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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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지몽` 궁중 연회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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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이성계가 조선 건국과 함께 창건한 경복궁은 5대 궁궐 중에서 가장 크고 웅장하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엄격한 질서와 자유로운 변화를 함께 담아낸 법궁(法宮)이다. 창덕궁은 왕들이 쉬거나 조용히 공부하기 위해 조성한 아름다운 후원으로 유명하다. 300년 넘은 거목들과 연못, 소박한 정자 등이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5월 2~4일 오후 3시부터 1시간 동안 창덕궁 인정전에서 조선왕조 500년의 예악(禮樂)이 울려퍼진다. 국립국악원이 대취타, 쌍춘앵전, 수제천, 쌍무고, 여민락, 쌍포구락 등을 준비했다. 달밤 창덕궁을 걷는 '달빛기행 in 축전'도 5월 2일부터 4일까지 오후 7~9시, 오후 8~10시 두 차례 열린다.

덕수궁은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역사적인 장소로 부각됐다. 석조전을 비롯해 정관헌, 분수대 등 서양식 건축이 남아 있다. 고종이 대한제국을 건국한 과정을 뮤지컬로 구성한 '시간여행 그날, 고종-대한의 꿈'이 27~29일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공연된다.

대한제국 시대 최초 국립극장이었던 협률사를 재현한 '웃는 봄날의 연희-소춘대유희(笑春臺遊戱)'도 27일부터 5월 5일까지 오후 1시와 오후 7시 두 차례 펼쳐진다. 고종 황제는 1902년 현재 광화문 새문안교회 자리에 전통연희를 위한 실내극장을 세웠다. 그해 12월 4일 이 극장에서 '소춘대유희(笑春 臺遊戱)'라는 제목으로 판소리, 탈춤, 무동놀이, 땅재주, 궁중무용 등을 공연했다. 이번 축제에서는 덕수궁 광명문 앞에 에어돔으로 협률사를 재현하고, 낮 시간에는 한국문화재재단 한국의집 예술단이 당시 성행했던 음악과 춤을, 저녁 시간에는 명창 안숙선과 한국 무용가 국수호 등 명인명창들의 무대를 선보인다. 경희궁은 광해군 시절 왕이 유사시에 정궁을 떠나 머물 수 있는 이궁(離宮)으로 지어졌다. 1907년부터 일제가 경희궁에 학교를 세우면서 주요 건물들을 철거했으며, 1988년 복원작업이 시작돼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5월 4~5일에는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공간으로 바뀐다. 씨름대회, 로봇들이 전통춤을 추고 태권도를 하는 한마당 등이 펼쳐진다.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은 "궁이 우리 삶의 일부이며 국민이 궁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축제다. 올해는 경희궁과 종묘가 추가됐는데 내년에는 사직(社稷)까지 포함시키겠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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