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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북한에 통지 없이... 4ㆍ27 판문점선언 1주년 행사 나홀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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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北엔 추후 설명할 것”… 평화퍼포먼스 주제는 ‘먼 길’
한국일보

27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4ㆍ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행사 ‘평화퍼포먼스’ 홍보를 위해 통일부가 제작ㆍ배포한 포스터. 통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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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기념한 정부 공식 행사가 판문점에서 열린다고 통일부가 21일 밝혔다. 남북 정상 간 합의를 기념하는 행사지만, 역설적으로 북한은 참여하지 않는다. 한반도 정세를 감안할 때 단독 행사 개최가 불가피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통일부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판문점선언 1주년을 기념하는 ‘평화퍼포먼스’ 행사를 27일 오후 7시부터 판문점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주제는 ‘먼, 길’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행사엔 한국ㆍ미국ㆍ일본ㆍ중국 등 4개국 아티스트가 참여한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요한 국가”의 아티스트를 초빙했다는 게 통일부 설명이다. 특별 무대는 남북 정상이 처음으로 마주한 군사분계선(MDL)과 밀담을 나눴던 도보다리 등에 설치된다. 주한 외교사절 등 약 500명이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행사 주제가 ‘먼 길’이 된 데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후 덩달아 냉각기에 접어든 남북관계가 영향을 미쳤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행사의 콘셉트를 잡기가 쉬지 않았다”고 토로하며 “쉽지 않은 길이란 것을, 그리고 당장 해결을 볼 수 있는 길이 아님을, 상황이 좋지 않음을 알면서도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다짐하고 전 세계인과 함께 나누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행사 개최 소식을 언론에 공개하기에 앞서 북한과 행사 관련 논의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자는 “이번 행사에 대해 북측에 적절한 시점에 통지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 참여 의향을 안 물어본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아직까지는 안 물어봤다”며 더 이상의 말은 삼갔다. 북한과 사전 협의 없이 행사를 추진하게 된 데는, 최근 남북 간 여러 현안에 대해 북측이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 간 합의를 기념하는 행사를 열면서 북측에 의향조차 묻지 않고 나홀로 준비하고 추후 통보하는 건 순서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진행하는 행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참석자 안전 보장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북측과 사전 협의를 거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 당국자는 “남측 지역에 대해서는 국방부와 유엔군사령부가 협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차 남북 정상회담을 공개 제안하며 북한의 결단을 촉구한 것처럼, 기념 행사 역시 언론을 통해 먼저 알리는 방식으로 북한의 참여를 요청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북측은 현재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행사를 따로 준비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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