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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北대사관 훔친 자료 받고선···FBI '자유조선 체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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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대사관 자료 건네받았는데 체포 나선 배경 의문

외교적 부담에 원칙적 처리? 트럼프의 북한 고려?

자유조선 리더 놔두고 '꼬리 자르기'란 분석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왜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의 배후로 알려진 '자유조선' 회원 체포에 나선 것일까.

미 정보당국과의 연계설이 거론되던 이 반북단체(옛 천리마민방위)의 회원 크리스포터 안(한국계 미국인)이 전격 체포되면서 일각에선 '미국이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란 해석까지 대두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의 무장 연방요원들이 18일(현지시간) 크리스토퍼 안 체포에 이어 '자유조선'의 리더이자 북한 대사관 습격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진 에이드리언 홍 창의 아파트를 급습했지만 체포에는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자유조선'은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위험에 처하자 그를 마카오에서 모처로 도피시킨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조직원 중 상당수가 탈북자이고, 멕시코 국적의 미국 영주권자인 홍 창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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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2일 발생한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괴한 침입 사건 용의자 '에이드리언 홍 창'.자유조선의 리더로 알려져 있다.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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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체포된 크리스토퍼 안의 경우 김한솔 피신 작전에 직접 관여한 인물로 전해진다. 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닷새 전인 지난 2월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들어가 공관 직원들을 결박하고 훔쳐 간 컴퓨터와 이동식 저장장치(USB), 휴대전화 등을 미 FBI에 전달한 인사로도 알려져 있다. 실제 자유조선은 지난달 26일 스페인 법원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자유조선 용의자들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미국에 요청하자 "우리는 북한의 해방을 위해 활동하는 인권 단체 소속이다. 범행 직후 FBI와 접촉해 자료를 건넸다"고 공개 주장했다.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자유조선-미국 정보·수사당국' 간의 커넥션이 거론됐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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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반북단체인 자유조선은 미국 당국의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의 용의자인 자유조선 멤버 '크리스토퍼 안' 체포와 관련해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사진 자유조선 웹사이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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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와중에 '믿었던' FBI가 자신들에 대한 체포에 나서자 자유조선 측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18일 성명에선 "북한 정권이 고소한 미국인들(자유조선 멤버)을 상대로 미 법무부가 영장을 집행하기로 결정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또 2017년 식물인간 상태로 귀환해 결국 숨진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는 미국 정부가 표적으로 삼은 미국인들(크리스토퍼 안, 홍 창 등)의 안전과 보안에 대해 미국 정부로부터 그 어떤 보장도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믿었던 미 당국에 배신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미국 내에선 이번 사안을 두고 여러 갈래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첫째는 이번 사안이 커지자 미 당국도 부담을 느끼고 '원칙'대로 처리하기로 했다는 관측이다. 범죄자 인도를 요구한 스페인 정부의 요청을 특별히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간 미 당국은 자신들과 자유조선은 관련성이 없으며 범행 계획 및 실행, 사후 자료 전달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적이 없음을 강조해 왔다. 자유조선으로부터 건네받은 도난품들도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고 스페인 측에 반환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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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 전경.[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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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표면적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많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달 31일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에서 "이번 테러사건에 FBI와 반공화국 단체 나부랭이들이 관여되어 있다는 등 각종 설이 나돌고 있는 데 대해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북한과의 관계 악화를 원치 않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가 이번 조치에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법무부는 체포와 관련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을 적정선에서 '마무리'하기 위해 크리스토퍼 안을 체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FBI가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을 자유조선 리더인 홍 창의 자택을 홍 창 부재중에 수색한 것이나, 그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던 크리스토퍼 안을 체포한 것도 '꼬리 자르기' 차원이란 것이다.

미 당국은 이번에 체포한 크리스토퍼 안을 제3국, 예컨대 북한에 넘기는 등의 일은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미국 내에서 신병 처리하거나, 정치범으로 간주해 인도를 거부하는 방안, 나아가 크리스토퍼 안이 스스로 범죄인 인도 소송을 통해 인도를 거부하는 안이 거론된다. 모두 최소 2~3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은 시간을 버는 측면도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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