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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Case Study] 갤럭시폴드의 필름, 그리고 반항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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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첫번째 아이폰이 나왔을 때 모든 사람들이 그랬죠. '와우'(WOW). 지금 갤럭시폴드가 그래요. 이 제품이 상징하는 것은 2007년 아이폰이 나왔을 때 처럼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사실이에요. 지금 이 제품은 새로운 시대의 첫 세대일 뿐이죠. 폴딩 스크린은 새로운 모바일폰, 새로운 모바일 컴퓨터의 시대가 열렸음을 상징하고 있어요."

1118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버 케이시 나이스빗이 삼성전자의 갤럭시폴드를 리뷰하면서 한 말이다. (▶관련 유튜브 바로가기) 2016년 8월 삼성전자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이 처음으로 기자간담회에서 폴더블 폰에 대해 언급한 이후 시장에서는 이 제품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았다. 2007년 아이폰 등장 이후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나이스빗의 기대처럼 대중들은 갤럭시폴드의 혁신적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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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빗이 갤럭시폴드를 리뷰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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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삼성전자가 선보인 접히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의 화면 불량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나이스빗은 물론 여러 미국 현지 언론인들에게 배포한 갤럭시폴드의 미디어 리뷰용 제품 일부에서 스크린 결함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유명 유튜버인 마커스 브라운리, IT 전문매체 '더버지'와 경제전문매체인 CNBC 등의 담당 기자들이 받았던 '갤럭시폴드' 제품에서 화면에 문제가 생겼고, 이들이 해당 문제를 트위터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에 올리면서 문제가 널리 알려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폴드게이트'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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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89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마커스 브라운리가 갤럭시폴드 화면 결함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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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기자와 유튜버 들은 크게 4명이다. '더 버지'의 디터 본 기자와 CNBC의 스티븐 코바치 기자 두 사람의 갤럭시폴드는 스마트폰이 무언가 강한 충격을 받았거나 폰 내부에 무언가 이물질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원인 규명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유튜버인 마커스 브라운리와 블룸버그 통신의 마크 거먼 기자 두 사람은 갤럭시폴드 디스플레이의 외부 보호막을 강제로 제거했다. 삼성전자는 이런 문제에 대해 "디스플레이 외부의 교체용 화면 보호막을 강제로 제거해 생긴 것"이라며 "교체용 화면 보호막은 기존 제품들과 달리 디스플레이 모듈구조의 한 부품으로 절대 임의로 제거하지 말고 사용할 것을 소비자들에게 명확히 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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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폴드를 확대해 본 사진. 기존 스마트폰들에도 필름처럼 생긴 화면 보호막이 부착돼 있었고 사실 이는 떼내어도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갤럭시폴드에게는 이 보호막이 매우 중요한 부품이라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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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문제는 생각보다 큰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소비자들은 어렸을 적 '청개구리'였기 때문이다. 성인들은 '밀레니얼' '중2병' 등으로 청소년들을 표현하면서 마치 자신이 성장할 때는 없었던 새로운 현상인 것처럼 젊은이들의 반항심에 대해 불평하지만 사실은 예전에도 '질풍노도의 시기' '오렌지족' '사춘기' 처럼 반항하는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들이 있었다. 우리 모두는 반항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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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세편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을 뿐인 미국의 영화배우 제임스딘(1931~1955)이 사망 이후에도 세계적 인지도를 갖고 있는 이유는 그가 젊음의 반항을 상징하는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그가 주연한 '이유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1955)은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처럼 더 이상 반항할 거대한 존재가 사라진 시대에도 젊음의 반항은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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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반항은 3살 정도 될 때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2015년 한 마케팅 관련 학술지(Journal of Marketing Theory and Practice)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어린이들에게 '이거 사면 안돼!'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들은 더 어떤 제품을 사길 원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으로 조사가 되었다. 아이들이 마트에 가서 장난감을 보면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제품이건 간에 아이들이 갖고 싶지 않게끔 만든 장난감은 없다. 그러나 부모가 "그건 사면 안돼"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들의 마음에는 그 장난감을 갖고 싶어지는 마음이 더욱 커진다. 1966년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잭 브렘은 이런 심리상태를 '심리적 반항'(Reactance)이라고 정의하였다. 무언가 하고 싶은데 그걸 할 자유를 누군가 억누른다면, 더더욱 그 행동을 해야만 하는 심리상태가 생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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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인을 향해 돌을 던지지 마세요'라고 써 있는 간판에 돌을 던진 사람은 누구일까.


부모들이 반대할수록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사랑의 불꽃으로 들어갔던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런 심리상태였을 것이다. 에덴동산에서 신이 먹지 말라고 한 금단의 열매를 딴 이브의 행동도 마찬가지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에 보호필름이 붙어 있다면 이를 떼어내고 싶은 충동은 당연하게 발생할 수 있다. 과거에 그런 행위가 너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과거 세대 스마트폰에서는 금지되지 않았던 행동이라면 이를 떼어내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자유(Freedom). 게다가 갤럭시폴드의 보호필름이 무언가 뜯고 싶은 본능을 자극할 경우라면 더욱 이를 뜯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감은 반항심을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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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이 이런 형태로 나타난다면 뜯고 싶지 않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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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화면 보호막이 애초에 손쉽게 제거될 수 있었던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공정과정에서 필름을 디바이스에 매우 단단하게 붙여 놓았다고 강조를 하고 있지만 아예 보호필름의 끝부분을 완전히 제품 케이스 안으로 숨길 방법은 없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커스 브라운리 같은 유튜버들은 아무 생각없이 필름을 제거하다가 생각보다 떼어내기 힘들었다는 것을 알고 중간에 그만 두었다고 한다. 그가 필름을 제거할 수 있었다는 점은 소비자 누구나 필름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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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브라운리가 올린 사진. 가운데 바닥부터 뜯다가 중간에 그만 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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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실물을 볼 수는 없지만 갤럭시 폴드 스크린 위에는 보호 필름을 벗겨내지 말라는 주의사항이 고지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인이 강조된다고 하여 필름을 뜯고 싶은 마음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사인이 있건 없건 사람들의 마음에는 거추장 스러운 필름따위 떼어 버리고 싶다는 심리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주의사항은 심리적 저항감만 키우는 경우가 될 수 있다. (이런 반항심을 키울까 우려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일부러 주의사항을 크게 적어놓지 않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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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폴드에 부착된 주의사항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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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갤럭시폴드의 미국 시장 출시를 예정대로 26일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갤럭시폴드의 화면에 부착된 보호필름을 뜯으면 문제가 있음은 이미 전 세계 미디어를 통해 알려져 버렸다. 보호필름을 뜯고 싶어하는 전 세계 반항아들과 어떻게 싸워나갈지가 이제부터 세워야 할 삼성전자의 전략이다. 새로운 보호필름을 만들 수도 있고, 보호필름 위에 일반 스마트폰처럼 쉽게 떼어 낼 수 있는 보호필름을 하나 더 부착할 수도 있다. 어찌됐건 소비자들이 보호필름을 벗겨버리고 싶은 자유를 억누르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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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필름을 뜯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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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반항이론을 처음 제시했던 잭 브렘은 1989년 쓴 논문 '심리적 반항: 이론과 적용' (Psychological Reactance: Theory and Applications)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런 사소한 자유 조차 억눌린다면 나는 앞으로 거대한 자유도 억눌림을 당할 수 있겠구나'라는 느낌이 현실세계에서 심리적 반항을 일으키는 가장 의미깊은 요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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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소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부모들에게 반항하는 이유는 '이런 사소한 일에도 부모가 억압하고 간섭한다면 나는 어떤 일에도 억압과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사진은 뮤지컬 마틸다에 나오는 '반항하는 아이들'(Revolting Children)의 스틸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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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블폰이라는 대단한 제품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보호필름과 같은 사소한 것도 떼어내면 안되는구나'라는 반항심을 갖게 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갤럭시폴드라는 매우 비싼 스마트폰은 나의 자유를 억압하는 존재처럼 낙인찍혀 버릴 것이다. 원래 스마트폰이라는 것은 그 반대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무한하게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존재여야 하는데 말이다. 따라서 갤럭시폴드가 소비자들에게 줄 다른 측면의 자유를 강조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사실 애플은 아이폰을 만들 때 그동안 휴대폰에서 통용되던 배터리 교체의 자유를 박탈해 버렸다. 또 아이폰7 부터는 이어폰 잭도 없애 버리면서 유선 이어폰을 쓰는 소비자들의 자유를 빼앗아 버렸다. (이 쯤 되면 '보호필름 하나 제거하지 못하게 한 것이 뭐 그리도 큰 자유의 박탈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애플은 배터리 교체의 자유를 없애는 대신 고객들에게 더 큰 자유를 선물했다. 이어폰 잭을 없앨 때도 마찬가지로 선이 없는 자유를 선물했다. 하나의 자유를 뺏어갔지만 다른 수많은 자유를 선물한다는 점을 애초부터 강조한 것이다. 갤럭시폴드는 보호필름을 떼어낼 자유를 뺏어갔지만 그에 못지 않은 다른 수많은 자유를 소비자들에게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이 아직 강조가 되지는 않고 있는 듯 하다. [미라클 어헤드 신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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