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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제3지대로 갈까, 아니면 양당체제로 흡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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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제3지대’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4·3 보궐선거 이후 제3당인 바른미래당과 제4당인 민주평화당의 움직임이 급속도로 빨라졌다. 제3당과 제4당 내부에서는 제3지대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있는 반면, 원래 양당체제로 편입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 국면은 복잡하게 얼키고 설켰다.

폭풍의 중심에는 바른미래당이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했지만 지지율이 계속 한 자릿수에 머무는 데다, 보궐선거에서 3.57% 득표라는 저조한 성적을 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바른미래당의 앞에는 몇 가지 길이 거론되고 있다. ‘제3당’을 꾸준히 유지하는 길이 하나 있고, 민주평화당과 당대 당 합당을 하는 길이 있다. 이 방식은 ‘제2의 국민의당’이 되는 길이다. 또 하나의 길은 자유한국당과 당대 당 합당을 하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사퇴론은 어느 길로 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 중 하나가 됐다. 정두환 바른미래당 서울 금천지역위원장은 “손학규 대표의 사퇴는 두 번째 문제일 뿐 첫 번째 문제는 당이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느냐의 방향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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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권은희, 하태경, 이준석 최고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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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대신 ‘안철수-유승민 비대위’ 거론

바른미래당에서는 손학규 대표의 사퇴론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갈라서 있다. 일단 손 대표 사퇴론을 들고 나선 쪽은 바른당 계열의 하태경·이준석·권은희(전 의원) 최고위원이다. 이들은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탈당파다. 이태규 의원을 비롯한 안철수계도 손 대표의 사퇴 쪽에 힘을 실었다. 사퇴 반대 쪽에는 손학규계 인사들과 호남 출신 의원들이 있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더 복잡한 속내가 있다. 손 대표 사퇴를 찬성하는 쪽은 사퇴 이후 안철수-유승민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체제로 가더라도 각자의 계산은 다르다. 대부분의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은 비대위 체제가 앞으로 자유한국당과의 당대 당 합당을 이끄는 방식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손학규 체제 대신 ‘안철수-유승민 비대위’를 원하는 안철수계의 입장도 향후 행로에 대해서는 제각각이다. 오히려 더 불분명하다. 안철수 전 대표가 독일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뚜렷한 입장을 알고 있는 인사가 거의 없다. 한 인사는 “안 전 대표계가 다시 민주평화당과 합쳐 ‘제2의 국민의당’으로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기 때문에 일단 힘을 키운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3당의 중심이 될지, 아니면 한국당과 합당하는 방식을 취할지는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한국당과의 합당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바른미래당과의 합당설에 긍정적인 인사들이 많다. 합당 후 수도권에서 민주당과 일대 일로 맞붙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새누리당 탈당파 중 특정 인물에 대해서는 입당에 반대가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른미래당 내부를 잘 아는 한 인사는 “안철수계가 마치 과거 3당 합당 때처럼 ‘김영삼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라 믿지만, 김 전 대통령의 정치력과 안 전 대표의 정치력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계가 한국당과 합당하면 얻을 수 있는 자리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안철수 직계는 아니지만 바른미래당의 수도권 원외위원장을 중심으로 ‘제3당의 길’을 계속 가려는 모임도 있다. 정두환 지역위원장은 “20대 총선 정당투표에서 제3당인 국민의당을 찍은 26.74%의 표가 있다”면서 “그 사람들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사람들을 떠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제3당을 계속 유지해나가면 한국당이 탄핵 이후에도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한 사람들, 그리고 여당의 실정에 실망한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손 대표가 제3당의 길을 계속 가거나, 아니면 안 전 대표계가 ‘제3당’을 그대로 유지하길 원하고 있다.

손 대표의 발걸음은 ‘제3지대론’으로 향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제3지대론’은 호남 출신 바른미래당 인사들과 호남 중심의 민주평화당 인사들이 자주 거론하면서 ‘제3당의 길’과는 성격이 약간 다른 것으로 바뀌었다. 주로 호남 중심의 제3지대를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제3지대론은 제2의 국민의당일 뿐”이라면서 “이전의 국민의당은 호남 외에도 안철수계에다 수도권 의원들이 있었으나 지금은 호남당 이상의 의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상돈 의원(바른미래당 비례의원)은 “국민의당 시즌2인 제3지대론은 바람직한 길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국민의당이 제3당의 길을 꾸준히 갔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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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당은 제3지대론 선호

손 대표가 “추석 때까지 지지율 10%가 안 되면 사퇴”라는 발언을 한 이면에는 제3당의 존재를 확실히 한 후 그대로 제3당으로 총선에 임하는 마지막 카드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합집산을 통해 각자가 원하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무소속 출마까지 생각하는 인사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제3당의 길을 가든, 한국당과 통합하든, 민평당과 함께 제3지대로 가든 바른미래당의 유산을 껴안고 가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당권을 차지하는’ 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진흙탕 싸움으로 변하면서 당에서 5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낯 뜨거운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

제3지대론을 선호하는 정당은 민주평화당이다. 호남 일색의 이미지를 벗을 수 있다. 하지만 민평당 역시 내부는 복잡하다. 민평당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자는 인사들과 제3지대로 가자는 인사, 민주당으로 가고 싶은 인사,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인사 등 크게 네 갈래로 나뉜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시나리오가 있지만 이를 간단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서 “자신의 당선이 전제가 된다면 그 방법을 가장 최선으로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 관계자는 ‘제3지대론’에 대해 ‘신기루’라고 표현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제1당이 약해야 제3당이 의미가 있는데 지금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여론조사에서 35∼40% 가량의 지지율을 가져가고, 한국당이 약 25∼30%, 정의당이 약 10%의 고정 지지율을 갖고 가면 무당층 15% 외에 제3당의 몫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제3지대나 제3당에 대해 “과거 국민의당처럼 스스로 방향을 제시하는 주체적 전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당의 힘이 떨어지고 한국당이 잘 안 되는 것을 기다리는 천수답 대책”이라면서 “지금의 상황을 보면, 결국 흩어지면 몸값이 떨어지니까 뭉쳐서 기다리다 보면 때가 올 것이라는 막연한 전략일 뿐”이라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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