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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까레이스키…한 서린 역사딛고 우뚝, 文 방문에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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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김성휘 기자] [the300][김성휘의 탄탄탄]⑥젖 안나오는 엄마 도운 우즈벡인들 증언 생생

까레이(코리아=고려)는 한국을 부르는 러시아어다. 국민(人)을 뜻하는 접미어 '스키'가 붙어 까레이스키는 한반도에서 만주, 연해주로, 다시 시베리아를 넘어 중앙아시아까지 올 수밖에 없던 회한의 민족사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국 순방에서 고려인들을 직접 만나고 독립운동가 유해도 봉환하면서 고려인, 까레이스키(카레이스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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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뉴시스】박진희 기자 =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현지시각) 우즈베키스탄 독립광장에서 독립기념비에 헌화한 후 아리포프 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04.19.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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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잃은 설움, 혹독한 땅= 고려인들은 조선 말, 연해주와 만주에 넓게 분포했다. 먹고살기 위해 간도로 이주한 이들도, 독립운동가들도 있었다. 러시아 혁명으로 들어선 소련 정부는 1930년대 일본과 대결이 격화하자 일본이 고려인 사회를 통해 극동에 간첩을 침투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극동 거주 고려인 약 17만명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고려인들은 1937년 9월, 이미 정착한 연해주 등 극동을 떠나 화물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거쳐 중앙아시아로 옮겼다. 혹한의 추위, 열악한 환경에 이동기간 노약자들이 다수 사망하는 비극도 있었다.

이렇게 이주한 고려인 중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도 상당수다. 카자흐스탄에 지금도 잠들어 정부가 유해봉환을 추진 중인 홍범도 장군, 문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마침내 고국에 돌아오는 계봉우 선생 등이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에 주로 분포한 고려인들은 낯선 타지, 그것도 겨울이 혹독하기로 유명한 중앙아시아 초원지대에서 겨울을 나야했다. 현지주민들이 도움을 줬다. 19일(현지시간) '아리랑 요양원'에서 김정숙 여사를 만난 1세대 조 조야 할머니가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여자들이 (고려인) 아기가 왜 우냐고 물어보지, 그래서 배를 곯아 젖이 안 나와 운다고 하니 우즈베키스탄 여자들이 아기한테 젖을 먹여 줬다. 그렇게 하면서 우리가 살았다."

이듬해 봄, 고려인들은 보따리 속에 간직한 볍씨 등을 뿌려 농사에 성공했다. 그래도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제2차 대전이 발발했고 소련은 미국과 함께 연합국이 됐다. 그 반대편에 독일과 함께 한 일본이 있었다.

고려인은 '적성국 출신'이라는 딱지가 붙어 거주이전의 자유도 제한됐고 군 복무도 금지당했다. 조선인(고려인)은 일본인이 아니었지만, 강제이주때와 마찬가지로 나라 잃은 설움이 사무치는 고통으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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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뉴시스】박진희 기자 =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한문재인대통령이 19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하원 본회의장을 방문해연설을 하고 있다. 2019.04.19.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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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올림픽 후 위상 올라, 정치인도 배출= 1956년 고려인 등 11개 민족이 비로소 공민권을 회복했고 점차 현지에 뿌리내린 고려인들은 농경민족다운 근면성, 척박한 땅이라도 일구고자 하는 생존력으로 점차 입지를 다졌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생산성 좋은 콜호즈(집단농장)가 된 김병화 농장, 고려인 황만금이 대표로 취임해 소련내 최대 생산량을 올린 뽈리따젤 농장 등이 대표적이다.

소련 내 고려인에 대한 인식이 획기적으로 좋아진 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다. 고려인 지위가 향상됐고 고려인 단체도 생겼다. 우즈벡 내 고려인들의 활동이 가장 눈에 띄었다. 현재 CIS(독립국가연합) 내 50만명 고려인 중 중앙아 5개국에 30만명이 있다.

단일국가로는 우즈벡이 18만명으로 가장 많다. 장 발레리 상원의원, 신 아그리피나 상원의원, 박 빅토르 하원의원 등 정치인도 배출했다. 신 상원의원은 2017년 10월 신설한 유아교육부의 초대 장관에 임명되기도 했다. 그만큼 고려인 저변이 넓은 것이다.

이처럼 우즈벡은 오랜기간 고려인 이웃이 많아 한국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특히 한국의 경제성장과 한류 문화의 매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즈벡 대통령 "우리는 하나다"= 수십년이 흐르며 이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점차 상실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런 때, 한국문화예술의 집을 수도 타슈켄트에 짓고 문 대통령이 방문해 개관식을 가진 것도 뜻깊은 일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고려인들을 격려하고, 한국과 더욱 교류를 넓히는 무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고려인 외 우즈벡에 체류하는 우리 교민은 약 3000명이다. 또 지난해 말 기준 한국에 체류중인 우즈베키스탄인은 6만8000여명이다. 19일 문 대통령과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벡 대통령이 참석한 한-우즈벡 비즈니스 포럼에선 자랑스런 고려인 시상식도 열렸다.

'이고르 겐나디예비치 이'씨는 우즈벡 최대의 유심(USIM) 카드 공급업체 바데스(VADES)그룹 대표다. 마리나 텐 씨는 엑스레이 스캔 시스템 및 조명기술을 개발, '어드밴스드 스크리닝 테크' 부회장이면서 한식당도 운영 중이다.

이날 타슈켄트 국제포럼궁전에선 한-우즈벡 문화공연이 열렸다. 한국과 우즈벡 전통과 현대문화를 배합한 구성에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는 우즈베키스탄인과 고려인을 하나로 합치게 만들었다. 우리는 이제 하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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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뉴시스】박진희 기자 = 우즈베키스탄을 국빈방문 중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부인 지로아트 미르지요예바 여사가 19일 오전(현지시각) 타슈켄트 아리랑 요양원을 방문하여 고려인 어르신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고려인은 1920년대 스탈린 치하 소련 연해주 등지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당한 조선인들의 후손으로 현재 우즈베키스탄에는 단일국가로는 가장 많은 18만 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 2019.04.19.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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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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