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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법무장관은 회견 없이 뮬러보고서 원본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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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쪽 원본의 '부분은폐'보다 더 심각한 여론'조작' 우려

뉴시스

윌리엄 바 장관 2019년 1월 인준청문회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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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재영 기자 = 미국에서 로버트 뮬러 특검 보고서의 원본이 일반에 공개되기 2시간 전에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두고 야당 민주당의 성토가 하늘에 닿을 듯 맹렬하다.

기껏 120분, 빠르면 90분 전의 기자회견에 이처럼 민주당이 분노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바 장관이 기필코 관철 의지로 목을 매는 것은 여론의 선제적, 인위적 조성에 대한 우려와 기대 때문이다. 민주당은 현지시간 오전 9시반(한국시간 밤 10시반) 기자회견하는 바를 중립적 위치의 장관이 아니라 사실을 교묘히 자기편에 유리하게 왜곡하는 탁월한 홍보 기술자 '스핀 닥터(spin doctor)'로 보고 있다.

바 장관의 기자회견 일정을 하루 전 맨처음 발설한 트럼프 대통령이 바에게 바라는 것도 이런 정치적 면모일 수 있다. 뮬러 특검이 22개월 간의 조사를 끝내고 작성한 보고서는 400페이지에 육박하고 관련 증거 첨부자료는 수십만 쪽에 달한다. 어려운 용어로 빼곡히 쓴 400페이지 보고서를 탁월한 법률가인 법무장관이 공개에 앞서 요령있게 요약 설명해주는 것을 합당한 대국민 서비스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미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민주당은 쓸데없이 중간에 끼어들어 왜곡하지 말고 원본 그대로 공개해서 읽는 사람이 직접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 장관은 보고서 요약에 있어 이미 나쁜 전과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특검 보고서가 법무장관실에 전달되자 바 장관과 라드 로전스타인 부장관은 이틀 동안 400페이지의 요약에 온 힘을 쏟았다. 24일 의회에 보낸 장관의 보고서 요약은 4페이지 짜리지만 말이 그렇고 제목 포함해서 영어단어 105개에 지나지 않았다.

내용이 더 문제다. 바 장관은 "뮬러 특검은 트럼프 선거본부가 2016 대선 때 러시아와 선거 개입을 범죄적으로 공모하지 않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조사 당국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 여부는 가부 양쪽 증거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적었다.

뒷부분 트럼프의 사법방해 여부에 관한 바 장관의 언급이 문제의 핵심이다. 바는 "뮬러는 트럼프 대통령이 죄를 저질렀다고 결론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특검은 또한 대통령의 혐의가 없다고 결론내지 않았다"고 한 뒤 "이에 나는 사법방해로 기소하기에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 요약에 따라 자신의 사법방해 혐의가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해소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바 장관의 요약과 일치하다고 할 수 없는데 민주당은 더 나아가 바 장관의 요약 자체가 문제이므로 원본을 그대로 공개하라고 요구해왔다.

민주당은 바 장관의 공개 1시간 반 전 기자회견이 요약 서한 때와 똑같이 섣부르고 잘못된 결론을 일반 국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여론조작 이벤트로 준비되었다고 지적한다. 바 장관의 트럼프 우호 요약 연설을 듣고난 뒤에 400페이지 보고서를 스스로 찾아 읽어보는 국민들이 몇이냐 되겠느냐는 것이다.

기자회견 건 전에 민주당은 400페이지 보고서 입부를 검은색 등 여러 잉크로 칠해 읽지 못하게 하는 '부분은폐'의 삭제 편집(redact)을 일절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바 장관은 진행중인 수사 관련 사실, 무혐의로 결론난 제3자의 개인정보 및 기밀 사항 등은 잉크를 칠할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민주당은 무엇보다 바 장관이 '대통령 행정특권'을 이유로 기밀과 함께 원본의 문장 상당 부분을 검은 잉크로 은폐할 것으로 우려한다. 쪽 수로는 400페이지 원본 공개지만 곳곳이 잉크로 지워진 반토막 짜리 공개라는 것이다.

400페이지 뮬러 보고서 원본은 며칠 전까지 장관 및 부장관 등 법무부 고위 수 명 외에는 볼 수 없었으나 뉴욕 타임스는 기자회견 며칠 전에 백악관의 대통령 법률고문실 변호사들과 법무부가 회견을 상의하면서 변호사들이 봤을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트럼프는 책 읽기를 아주 싫어하지만 안 본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회견 두 시간 뒤 11시 반에 의회에 CD 형태로 전달된 뒤 뮬러 법무부 웹사이트에서 전국민 및 의원들에게 동시에 공개된다. 물론 검은색 등 4가지 색 잉크로 많이 지워진 부분은폐 원본이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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