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개신교 목회자들, "종교인 세무조사 등은 종교 자유 침해해 위헌" / 헌재, "법률 조항만 갖고서 '기본권 직접 침해' 인정 안 돼"… 각하 결정
개신교 목회자들이 ‘종교인 과세를 규정한 소득세법은 종교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란 취지로 낸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서 퇴짜를 맞았다. ‘헌재 결정 전까지 종교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중지해달라’는 의미로 함께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도 나란히 각하됐다.
18일 종교계 등에 따르면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부회장 박종언 목사 등 개신교 목회자 125명은 “종교인 과세를 규정한 개정 소득세법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지난달 8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개정된 소득세법은 종교인 과세 시행일을 2018년 1월1일로 잡아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올해는 2018년분 소득에 대한 세금이 처음 부과되는 해다.
목회자들은 헌법소원 청구서에서 “종교인 과세를 규정한 현행 소득세법이 헌법상 종교의 자유, 정교분리 원칙, 조세법률주의, 과잉금지 원칙 등을 침해한다”며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세무당국의 구체적인 과세 조치가 아닌, 과세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 조항 그 자체를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은 셈이다.
이에 헌법재판관들은 “헌법소원이 성립하려면 법률 또는 법률 조항에 의해 구체적인 집행 행위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현재 자기의 기본권을 침해받아야 한다”며 “세무당국의 부과 처분에 의해 조세 채무가 확정되는 조세법령의 경우 과세 처분 또는 경정청구 거부 처분 등의 구체적 집행 행위를 통해 비로소 기본권 침해가 현실화되므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즉, 세금이 얼마 부과됐는데 그 액수가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가능해도 아직 부과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미리 ‘위헌’이라고 주장할 순 없다는 뜻이다.
종교인이나 관련 시설에 대한 세무조사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관들은 “그같은 우려 역시 세무당국 공무원이 종교인한테 장부나 서류 제출을 명하는 등 재량권 행사가 있을 때 비로소 현실화한다”이라며 “조사 관련 법률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기석·이석태·이영진 재판관으로 구성된 헌재 제2지정재판부는 최근 목회자들이 낸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종교인 과세 법률 조항의 집행을 정지해달라”며 함께 제기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역시 각하됐다.
각하란 헌법소원 제기의 법률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더 이상 위헌 여부를 살펴볼 것도 없이 심리를 끝내는 절차를 뜻한다.
이번 헌법소원은 박근혜정부 시절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지낸 국회의원 출신 황우여(72) 변호사,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 공보관이었던 배보윤(59) 변호사 같은 쟁쟁한 법조인이 목회자들의 대리인으로 나서 소송 제기 당시부터 화제가 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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