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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아랍의 봄’의 흔적은 어디로?…이집트 군부 철권통치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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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의회 개헌안 압도적 다수로 통과

시시 대통령 임기 2030년으로 8년 늘듯

군의 의무를 ‘헌법수호’로 확대해 권한 강화

이집트 군부의 권위주의 통치 강화될 듯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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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의회가 ‘아랍의 봄’을 통해 탄생한 합법 정권을 누르고 권좌에 오른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의 임기를 2030년까지 연장하는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개헌안은 다음주에 국민투표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의회는 16일 대통령의 임기와 권한을 크게 강화하는 개헌안을 재적 의원 596명의 절대다수인 531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22명에 불과했다.

현행 헌법에서 이집트 대통령의 임기는 4년이고, 연임이 가능하다. 2014년 권좌에 올랐고 지난해 재선된 시시 대통령은 2022년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개헌이 이뤄지면 현 임기가 4년에서 6년으로 늘고, 3선도 가능하다. 그 결과 시시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까지 8년 연장될 수 있다. 또 개헌안은 군의 의무를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으로 확대하는 등 대통령과 군의 권한을 크게 늘렸다.

사우디아리비아와 쌍벽을 이루는 아랍의 강국인 이집트는 한때 ‘이스라엘 타도’라는 ‘아랍의 대의’를 대표하는 국가였다. 1970년대까지 이어진 네 차례 중동전쟁의 주무대는 시리아와 이집트 전선이었다.

그러나 군부 출신 지도자들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누르고 세속주의적 통치를 이어왔다. 특히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은 1978년 캠프데이비드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화해하고, 친미로 과감하게 외교 노선을 전환했다. ‘아랍의 대의’를 저버린 이 힘겨운 결정을 통해 이집트는 미국에서 군사원조를 받고, 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에 빼앗긴 시나이반도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뒤를 이어 이집트를 30년간 철권통치한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도 이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11년 초 ‘아랍의 봄’으로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된 뒤, 이집트인들이 민주적 선거로 뽑은 이는 이슬람형제단 소속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었다. 무르시 정권에 위기감을 느낀 군부는 2013년 7월 시시 국방장관을 중심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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