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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민주당 새 공천룰…非文·60대 현역들 '물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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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더불어민주당 총선공천제도기획단 간사인 강훈식 의원이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이날 열린 4차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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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6일 현역 의원이 내년 총선에 다시 출마하면 전원 당내 경선을 거치도록 하는 공천 기준을 잠정 결정했다. 또 당 평가 결과 ‘하위 20%’에 해당하는 현역의원은 공천심사와 경선 때 20%를 감점하고, 반대로 정치신인에겐 공천심사 때부터 10%의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민주당의 이런 공천 기준은 대대적인 ‘물갈이’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가산점을 주기로 한 정치신인의 범주를 총선에 한번도 출마하지 않은 경우로 규정해 현 정부 청와대 출신 출마 희망자들이 총선에 출마하는 길을 열어준 것이란 말도 나온다. 차기 총선을 통해 당을 명실상부한 ‘친문당(親文黨)’으로 재편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이 공개한 총선 공천룰 잠정안의 핵심은 의정 활동이 미진한 현역 의원들을 정치 신인들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현역의원은 128명이다. 이들이 모두 재선에 도전한다고 가정하면 ‘하위 20%’ 평가를 받는 25명 안팎이 20%의 감점을 적용받은 채 공천 경쟁을 벌여야한다. 이럴 경우 어지간해선 공천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현역 탈락자들의 자리는 10%의 가산점을 받는 정치신인들이 채울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민주당에 입당·복당한 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후보 자리를 매울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당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권혁기 전 춘추관장이 '신인 가산점'을 받는다. 이들은 각각 경기 성남중원, 서울 용산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과거 국회의원을 했거나 공천 경선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등은 가산점을 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당 관계자는 "현 정부 1기 청와대 참모 출신들인 이들은 친문 당원들의 열성적인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커 가산점에 상관없이 상당한 공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당내에서 이들이 공천장을 거머쥘 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진짜 관심은 교체 대상이 될 현역 의원에 맞춰지고 있다. 민주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이하 평가위)가 평가 중인 ‘하위 20%’ 현역 의원이 교체 대상 1순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평가위는 지난 1월 현역 의원에 대한 1차 중간 평가 작업을 마쳤다고 한다. 평가위는 이후 총선 100일 전까지 최종 평가를 실시해 1차 평가 45%, 2차 평가 55% 비율로 합산해 하위 20% 대상을 가려낼 방침이다.

당내에선 이른바 ‘비문(非文)’으로 불리는 당내 비주류나 60대 이상 고령자 의원들이 교체대상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당시 '인위적 배제'에 비해 내부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동시에, '개혁 공천'이라는 명분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확보된 후보 자리에 친문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해 이해찬 대표가 거론해온 '민주당 장기 집권론'을 뒷받침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 대표가 작년 8월 전당대회 당시 "사심이 없어야 공정한 공천을 할 수 있다. 저는 더 이상 출마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 본인이 총선에 불출마함과 동시에 공천에서 ‘세대교체’를 내세운 물갈이를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럴 경우 선수(選數)로 보면 당내 주류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자)’ 현역 의원들에 대한 세대교체 압박 흐름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이야기는 민주당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서 주로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비주류 의원은 "과거 김종인 대표 시절처럼 '무조건적 배제'를 하면 반발이 심할텐데, 이번 룰은 감산이나 가산 형식으로 했고, 이해찬 대표도 불출마 가능성이 큰 만큼 현역 의원들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에선 인위적인 물갈이에 선을 긋고 있다. 이 대표도 과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역의원 하위 20%를 배제하면 전체 의원의 50%가 불안해한다. 인위적 컷오프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대표 시절인 2016년 총선 공천 때 이른바 '하위 20% 컷오프'에 따라 당이 대거 혼란을 겪었고, 이해찬 대표 역시 당시 공천에서 배제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복당한 경험이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인위적인 공천 배제의 가장 큰 피해자였고, 그 제도의 문제가 크다는 걸 여러번 지적했었다"며 "현역 의원 중 경쟁력이 약한 분들은 의도적으로 컷오프하지 않아도 '자연 도태' 되기 때문에, 그런 자연적 인적쇄신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감산 비율을 20%로 높인 것"이라고 했다.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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