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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리비아 내전사태 장기화 우려…각국 복잡한 셈법에 해결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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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군벌 "수도 트리폴리 진격작전 계속"…군벌-통합정부측 교전 팽팽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리비아 동부 군벌의 수도 트리폴리 진격 명령으로 빚어진 리비아의 내전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리비아 동부를 장악한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사령관이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을 따르는 부대들에 트리폴리 진격을 지시한 지 열흘이 지났다.

국제사회는 리비아 내전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리비아국민군은 군사적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리비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따라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리비아 동부의회 의장 "작전 계속"…군벌-통합정부측 교전 팽팽

리비아 동부 군벌은 트리폴리 장악에 대한 욕심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14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리비아 동부 의회의 의장인 아길라 살레는 리비아국민군이 수도인 트리폴리 진격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살레 의장은 리비아 동부의 중심도시 벵가지에서 의원들에게 "우리는 트리폴리를 해방하기 위한 작전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트리폴리 주민에게 장담한다"며 트리폴리 진격이 트리폴리 주민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테러리즘과 싸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살레 의장은 또 "우리는 민병대와 테러집단들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비아에서는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후 정국 혼란으로 동부와 서부가 각각 따로 통치되고 있다.

서부 트리폴리에는 파예즈 알-사라즈 총리가 이끄는 이슬람계 통합정부(GNA)와 제헌의회가 유엔(UN)의 지지 아래 들어서 있고 동부에는 비이슬람계가 주류인 토브루크 정부·의회가 있다.

하프타르 사령관이 트리폴리 진격을 선언한 뒤 리비아정부군 및 민병대와 리비아국민군이 트리폴리 주변에서 계속 충돌하고 있다.

로이터는 "알-사라즈 총리의 병력이 지금까지 동부의 공격을 저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직 통합정부 세력과 리비아국민군 모두 전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리비아국민군은 지상에서 진격이 주춤한 상황에서 전투기들을 동원해 트리폴리 공습을 하고 있지만, 정부군 측의 피해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연합뉴스

트리폴리를 향하는 리비아국민군(LNA)의 차량행렬[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무기력한 국제사회…각국 입장차 '복잡'

국제사회는 리비아를 수렁에서 건져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은 리비아에 휴전을 촉구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리비아의 풍부한 석유와 정치 세력을 둘러싼 각국의 복잡한 입장이 사태 해결의 장애물로 꼽힌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강대국들은 리비아에 휴전을 촉구하면서도 다소 관망하는 분위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하프타르 세력의 군사적 공격에 반대하며, 리비아 수도에 대한 군사 작전의 즉각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앞서 미국은 리비아에 주둔하는 병력을 안전을 이유로 일시적으로 철수시킨다고 발표하며 리비아 사태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은 유엔이 인정하는 리비아 통합정부를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과거 하프타르 사령관이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에 등을 돌리고 미국에 망명했을 때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은 하프타르 사령관이 리비아 동부의 유전지대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하기 어렵다.

러시아도 어정쩡한 태도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영국 주도로 하프타르 사령관을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하려고 했을 때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러시아는 리비아 통합정부뿐 아니라 동부 군벌과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며 리비아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리비아 동부에 유전 등 자산을 보유한 프랑스의 경우 하프타르 사령관이 이끄는 군벌에 군사적 지원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하프타르 사령관을 겨냥해 공격 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려고 했지만 프랑스가 이를 반대했다.

중동 국가들의 입장도 복잡하다.

리비아통합정부는 이슬람 원리주의를 추종하는 무슬림형제단이 주축이고 터키, 카타르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무슬림형제단에 반대하는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는 하프타르 사령관을 지지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2일 사우디 관리들을 인용, 트리폴리 진격 명령과 관련해 사우디 정부가 하프타르 사령관에게 수백만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리비아[구글 캡처]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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