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손바닥 출금' 서비스 첫선
통장·비밀번호 분실해도 창구거래 OK
국민은행은 12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손으로 출금 서비스’ 출시 기념식을 열었다. 국내에 첫선을 보인 손으로 출금 서비스는 한 번의 손바닥 정맥 인증으로 통장·인감·신분증·비밀번호 없이 창구에서 예금을 지급해주는 서비스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정맥인증 서비스 시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인 국민은행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최 위원장, 김학수 금융결제원장.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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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엔 창구에서 거래할 땐 통장 또는 인감 확인 없이는 예금 출금을 할 수 없었다. 은행업감독규정이 이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통장 없이 창구에서 예금 인출을 하려면 종이통장을 재발급받거나 건별로 지점장 승인을 받아야 했다. 통장 분실 신고나 신분증·인감 확인에 드는 업무시간도 상당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가 정맥 인증 방식으로 창구거래를 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서비스 혁신의 길이 열렸다. 손바닥 정맥처럼 신뢰성이 높은 바이오인증 방식이 통장·인감을 대신할 수 있게 했다.
은행권 최초로 국민은행이 손바닥 출금 서비스를 내놓은 것은 국민은행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다. 모바일 뱅킹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국민은행은 이용고객 약 1800만명 중 300만명이 여전히 은행 점포에 직접 찾아와 거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약 80만명은 60대 이상 고령층이어서 모바일 뱅킹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은 계층이다.
금융감독원이 고령층을 위해 만든 인터넷뱅킹 홍보 동영상 장면. [자료: 금융감독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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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서비스 출시 기념식에서 “이번 기술 혁신이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에 보다 쉬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비밀번호를 잘 잊어버릴 우려가 큰 고령층 고객의 은행 창구 거래가 더 편리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은행은 50개 점포에서 우선 서비스를 시범 실시한 뒤 하반기 전국 영업점으로 확대 시행한다.
사실 종이통장 없는 은행으로의 변화는 꾸준히 진행돼왔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부터 ‘통장 기반 금융거래 관행을 혁신한다’면서 종이통장 단계적 폐지 방안을 추진했다. 현재는 그중 2단계 방안이 시행 중이다. 신규 거래 고객은 종이통장 미발행이 원칙이지만 60세 이상이거나 고객이 원하면 종이통장을 발행해준다.
2020년 9월이면 마지막 3단계 방안이 시행된다. 새로 거래하는 고객이 종이통장 발행을 요청하면 은행이 통장 발행에 드는 원가(5000~1만8000원) 일부를 고객에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단, 60세 이상 고령 고객은 예외다.
금융당국의 계획이 아니더라도 비용 절감을 위해 디지털화에 열 올리는 은행으로서는 종이통장을 가지고 창구로 오는 고객을 줄여나가야만 한다. 종이통장을 발행하지 않으면 우대금리를 주는 은행 상품이 속속 나오는 이유다.
아예 ‘종이통장 없는 지점’을 시범 운행하기도 한다. 씨티은행 서교동지점은 지난해 6월부터 ‘현금·통장·종이가 없는 디지털점포’로 운영된다. 씨티은행 애플리케이션 이용을 도와주는 직원은 있지만 일반적인 은행 창구는 아예 없다. 국민은행이 지난 1월 김포한강신도시에 문을 연 ‘KB디지털금융점’도 현금·서류 없이 운영된다. 입·출금이나 공과금 납부처럼 현금이 오가는 기본 업무는 스마트텔러기기(STM)을 활용한다. 창구 직원은 좀 더 전문적인 상담만 진행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5년 7월 9%에 불과했던 종이통장 없는 계좌 비중은 지난해 1월 27%로 늘어나는 추세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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