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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보급형 뽕'의 시대가 왔다고?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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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할리 등 마약과 거리 멀 것처럼 보였던 유명 인사의 일탈 / 마약 확산 추세 심상치 않다는 지적 / 당국 안일하게 대처해선 마약 유통 근절 못해 / 부유층 자제들이 선호하는 '액상대마' 韓 밀반입 규모 급증…단속에 잘 걸리지 않아, 가격 매우 비싸 / 마약 구입·유통 훨씬 쉬워진 점도 문제…일반인도 SNS 통해 손쉽게 배송 받을 수 있어 / 일부 국가 대마초 규제 No…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는데 심한 처벌해야 하냐는 주장도 / 강한 금단현상, 마약 사용자 육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들어…의료·연구목적 외 사용을 철저하게 금지해야 / 강력한 단속, 처벌로 '마약청정국' 지위 회복해야

귀화 방송인 로버트 할리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그는 직업이 변호사인 데다, 술이나 담배조차 금기시하는 모르몬교도로도 알려져 시민들이 느끼는 충격은 상당한데요.

마약과 거리가 멀 것으로 보였던 유명 인사의 일탈이어서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의 체포 소식은 최근 연예인과 일부 재벌가 자제들 사이에서 마약범죄가 확산하는 추세였다는 점에서 마약 확산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게 합니다. '버닝썬 사건'도 단순한 폭행에서 시작됐지만, 초기부터 마약유통 혐의가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는데요.

그렇다보니 이제 유명 클럽들이 마약을 이용하고 유통하는 장소로 지목되면 시민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별로 대수롭게 않게 여기는 이들도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당국이 안일하게 대처해서는 마약 유통을 근절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최근 불거진 재벌가 자제들의 마약 문제는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인기 마약 신제품으로 떠오른 '액상대마'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실제 부유층 자제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액상대마의 국내 밀반입 규모는 2017년 처음 적발된 이후 3배 가량 늘었는데요.

이 액상대마는 환각성이 강하면서도 냄새가 약해 길거리에서 피워도 잘 모를 정도로 단속에 잘 걸리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가격이 매우 비싸 (쉽게 산정해) 금의 최고 4배 수준입니다.

마약 구입·유통이 전보다 훨씬 쉬워진 것도 문제입니다. 액상대마 밀반입은 주로 국제우편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일반인도 쉽게 SNS를 통해 배송받을 수 있는 실정입니다.

마약에 관대한 시각도 한몫하고 있는데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데 굳이 심한 처벌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일부 국가에서는 대마초를 규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약은 강력한 금단현상을 부르고 결국 사용자를 육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료나 연구목적 이외에는 사용을 금지해야 합니다.

당국이 신종 마약과 새 유통 경로를 집중 파악해 철저한 모니터링과 단속으로 마약청정국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대기업·재벌가 3세가 연루된 마약 사범 적발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유명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지난 8일 체포되는 일까지 벌어져 파문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연예인, 부유층 자제 마약 투약 사건은 전에도 심심치 않게 발생해왔지만, '버닝썬 사태' 이후 마약류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상황에서 유명인들의 마약 사범이 잇따라 터지면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충격은 매우 큰 상황입니다.

더 큰 문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유통망 발달로 인해 일반인까지 마약 유통이 확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약류 사범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10일 대검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마약류 범죄(대마·마약·향정신성의약품)로 단속된 사범은 2013년 9764명에서 지난해 1만2613명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7년 1만4123명과 비교하면 지난해 10%가량 감소하긴 했지만, 마약 사범만 놓고 보면 2017년 1475명, 작년 1467명으로 별 차이가 없었는데요.

그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한국=마약청정국'은 이제 옛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광범위하게 유포된 것은 아니나 이미 상당수 계층이 마약류를 접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전문가들은 일반인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마약을 손에 넣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유명인 마약 사범 잇따라 불거져…시민들이 체감하는 충격 상당해

마약류 광고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검의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2017년 국내에서 마약류 판매 광고를 하다가 적발된 사범은 총 55명이었습니다.

이들의 광고 수단은 유튜브를 비롯 채팅앱, 온라인카페, 검색광고, 숨겨진 인터넷 사이트(딥웹·deep web), 트위터 등 매체 종류를 가리지 않았는데요.

마약류 광고행위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으나,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은밀한 용어로 유통할 경우 수사당국의 추적이 여의치 않습니다.

2017년 9월, 부산 주택가 한 상가건물에서 전문적인 대마재배시설을 갖추고 다량의 대마를 재배한 뒤 딥웹에서 비트코인 결제로 대마를 판매한 일당 4명이 구속기소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고교 동창생 사이로 마약조직과 연관 없이 회사에 다니거나 취업준비를 하는 등 평범한 시민으로 지내면서 일종의 '투잡'으로 대마를 재배·판매해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당국의 감시와 추적이 어려운 딥웹 비밀 웹사이트에서 대마를 구해 기른 뒤 다시 비밀 웹사이트에 판매 글을 올리고, 추적이 어려운 암호화폐로 대금을 받는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세계일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씨가 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인터넷에서 필로폰 제조방법을 습득한 뒤 집이나 작업에 제조시설을 갖춰놓고 필로폰을 만들다 적발된 사례도 최근 몇 년 새 여러 건 있었는데요.

미국, 캐나마 등 일부 해외 국가에서 대마류가 합법화하면서 국제우편 등을 통해 밀반입을 시도하는 사례도 늘어난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대마 등 마약류를 접해 본 유학생이나 젊은 층이 '클럽 파티용' 등으로 밀반입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밀반입 대상 마약류로는 대마오일, 대마쿠키, 대마카트리지, 대마초콜릿 등 대마류부터 양귀비 종자, 대마종자 등 마약류 제조가 가능한 종자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수사당국은 파악하고 있는데요.

마약을 접해본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도 국내외 마약류 공급자들과 쉽게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마약류를 소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반인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마약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

유명인들의 마약 사범으로 사회 전반의 경각심이 커지게 된 점을 기회로 삼아 일상 속에 침투해 온 마약을 근절하기 위해 다시금 '마약과의 전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00년대 초반 마약류 사범이 증가세를 보이자 강력한 단속을 통해 밀수조직과 공급선을 적발한 바 있는데요.

연간 1만명을 웃돌던 마약류 사범은 단속 이후인 2003∼2006년 연간 7000명 선으로 줄었습니다.

세계일보

필로폰 등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31)씨가 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수원남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국내에 유통되는 마약 대부분(90%)이 치명적 화학물질로 만든 필로폰이라는 걸 고려할 경우 마약은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청와대와 국회가 나서 마약 대응을 위한 콘트롤타워 기구를 만들고, 단속부터 중독자 재활치료, 수감중인 마약 범죄자에 대한 교정정책 개선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하게 하는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마약류 범죄 총괄하는 부서 신설,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해야"

‘마약류 등 약물 이용 범죄’ 집중단속을 진행하고 있는 경찰은 시늉만 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직접 현장지도에 나서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수사당국은 최근 한달간 진행된 특별단속에서 마약류 사범 994명을 검거, 이 중 36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당국은 지난 2월 25일부터 마약류 밀반입과 유통 등을 1차, 유통된 마약류를 이용한 성범죄를 2차, 2차 범죄로 확보한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는 행위를 3차 범죄로 규정하고 단속을 펼치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경찰은 단속 효과 극대화를 위해 이달 1일부터 지방청 10곳에 현장점검단을 보내 클럽 주변 마약류 범죄 집중수사 여부 등을 직접 살폈는데요.

당국은 이번달 1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서울청을 제외한 16개 지방청을 2개씩 8개 조로 묶어 교차 현장방문을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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