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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밀착카메라] '쓰레기 산' 흐르는 검은 물…뒤처리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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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사흘 밤낮을 불 탔던 경북 의성 '쓰레기산'의 불씨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필리핀에서 되돌아 온 쓰레기는 여전히 평택항에 있습니다.

적발 돼도 해결되지 않는 불법 폐기물를 밀착카메라 윤재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채석장이 있던 전북 익산의 돌산.

돌산 밑에는 폐기물 약 150만t이 묻혀 있습니다.

폐기물은 제가 밟고 있는 이 까만 천 밑에 약 50m 깊이로 묻혀있습니다.

이 큰 웅덩이는 폐기물로 오염된 물이 흐르지 않게 가둬놓은 것이고요.

전해드리기는 어렵지만 악취도 상당합니다.

폐기물을 불법으로 땅에 묻은 사실이 적발된 것은 3년 전.

한 폐기물처리업체가 공장 44곳에서 받은 폐기물로 채석이 끝난 돌산을 메운 것입니다.

법원은 처리업체 대표를 비롯해 4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도 현장은 크게 변한 것이 없습니다.

땅 밑과 연결된 호스에서 까맣고 거품 많은 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습니다.

워낙 독성이 강해서 저 쪽에 보이는 처리시설을 한번 거쳤다가 폐수처리장에 가게 되는데요.

그런데 이 물이 모인 웅덩이에는 방수막이 하나도 없어서 물이 그대로 도로 땅에 흡수되고 있습니다.

물에서는 일반 하천의 600배가 넘는 중금속 물질이 나왔습니다.

[차재용/주민 : 이 물이 저 폐기물서 내려오는 물이에요. 이 물 가지고 농사를 다 짓고 있습니다.]

지자체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진옥섭/주민 : 물고기랑 다 죽어가지고 시청에다 전화를 해요. '아무 이상 없다'라고 공무원들이 그렇게 얘기를 합니다.]

환경부와 익산시는 처리업체와 공장들에게 쓰레기를 모두 파내라고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파낸 것은 150만t 중 2500t에 불과합니다.

[최종화/낭산주민대책위원회 사무국장 : 이런 속도면 200년이 넘게 걸려야 돼요.]

공장들이 오염된 물을 처리하고 있지만, 비가 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처리시설 관계자 : 돔을 짓게 돼 있는데 안 돼 있어가지고. 익산시 돈이 없잖아요.]

폐기물을 모두 처리하는 데 예상되는 비용은 3000억 원.

업체들은 서로 책임을 미룹니다.

[처리업체 현 사장 : 돈을 누가 낼 거여. 범법자들이 내야 할 거 아니야.]

[A주물공장 사장 : 우리가 1800톤을 버렸는데. 문제는 해결은 할 방법을 찾아야 되는데 그 방법은 없어요.]

익산시는 처리를 할 공간도 부족하다는 입장입니다.

[익산시청 : 가능한 매립장에 전화해보고 했는데, 반입을 좀 거부를 하고…]

경기도 포천 운악산 아래에도 폐기물 6000t이 방치 중입니다.

한 재활용업체 대표가 2년 전 무단으로 버린 것입니다.

[정수부/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감시단장 : 처음 발견했을 때는 이게 한 덩어리였습니다. 더 생겼죠. 더 많은 쓰레기를 갖다 버렸어요.]

업체 대표는 징역 2년형을 받았습니다.

정작 치울 사람은 없습니다.

[유영순/주민 : 작년에 치운다고 그러더니 아직 안 치우고 있어요. 썩은 물을 먹을 수가 없잖아요. 포천 국민도 국민이잖아. 정부에서 해줘야 될 걸 왜 안 해주는지 속상해서.]

예상되는 비용은 13억원.

포천시는 예산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포천시청 : 행위자 재산 조회를 하면 무재산이에요. 지자체에서는 처리할 여력이 없고요.]

4개월 전 사흘 동안 불에 탔던 경북 의성의 쓰레기산.

아직도 잔불이 피어오릅니다.

의성군이 올해 치우겠다고 밝힌 양은 17만t 중 2만t.

[의성군청 : (2만톤 처리에) 한 50억 정도.]

환경부는 2022년까지 전국에 묻힌 불법 폐기물을 모두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예산이나 대체 매립장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없습니다.

폐기물을 버린 업체, 그리고 이를 관리해야 할 정부, 둘 다 책임을 회피하는 동안 흙과 물은 썩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그 피해는 일반 시민들과 우리의 후손에게 이어질 것입니다.

윤재영, 최무룡,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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