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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TF정해인-배현진<상>] 정치입문 1년..."퇴직금 파먹고 있어요 ㅠㅠ"(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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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자유한국당 송파구을 당협위원장은 'TV 홍카콜라' 제작자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패배하는 정치가 아니라 이기는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하며 해맑게 웃었다. /광화문=이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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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 인터뷰에서 재미를 찾기란 어렵습니다. 물론 중요한 질의응답도 많지요. 하지만 조금 더 재밌는 인터뷰는 없을까요? 'TF정해인'은 '정말 해 보고 싶은 인터뷰'의 준말입니다. <더팩트>는 화제와 이슈의 정치인들을 만나 대중의 관심사를 터놓고 대변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인터뷰를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때로는 유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인터뷰에선 보고 듣기 힘든 정치인들의 개인적이고도 특별한 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선거는 참 냉정…이제 이기는 정치해야죠."

[더팩트ㅣ광화문=이철영·이원석 기자] "제가 (자수)한 거 보여드릴까요? 요즘 이때다 싶어서 배우는데 굉장히 애먹고 있어요. 제가 좀 덜렁대는 편이거든요.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수를 놔서 선물 드리고 싶어서 관심을 갖게 됐는데 어려워요."

아직 '정치인'답진(?) 않았다. 그렇다고 전직이었던 앵커 때의 분위기도 아니었다. 여느 30대 싱글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잘 웃었고, 새로 짠 자수 사진을 굳이 보여주며 자랑하는 수다(?)스러운 모습이 그랬다. 그럼에도 그가 풀어 놓은 이야기들 속엔 여러 경험 속에서 우러나온 진득함이 담겼다. 정치 경력 2년 차, 배현진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 겸 TV홍카콜라 제작자의 이야기다.



<더팩트> 취재진이 배 위원장을 만난 건 지난 3일 오후 종로구 신문로에서였다.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광화문 한편, 한적한 골목길에 위치한 TV홍카콜라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하얀색 셔츠와 검은색 카디건, 하얀색 캔버스 운동화를 착용한 캐쥬얼한 모습의 배 위원장이 반겼다. "너무 오랜만이에요. 점심은 드셨어요?"

배 위원장은 사무실 내 스튜디오로 취재진을 안내했다.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가 유튜브 개인방송 'TV홍카콜라'를 촬영하는 바로 그곳이다. 5평 남짓한 공간에 갖가지 조명과 카메라, 방송 장비들이 잘 갖춰져 있다. 배 위원장은 TV홍카콜라 제작 총괄을 맡고 있다. 구독자 26만 명 인기 유튜버 홍 전 대표의 스튜디오가 인터뷰 장소가 됐다.

"어머 대표님, 어쩐 일이세요?" 인터뷰를 막 시작하기 전 홍 전 대표와의 깜짝 만남도 있었다. 배 위원장도 알지 못했던 홍 전 대표의 사무실 방문이었다. 취재진도 꽤 오랜만에 홍 전 대표를 마주했지만, 인사만 나눈 뒤 관심을 접었다. 이날 인터뷰의 주인공은 배 위원장이었기 때문이다. 범여권과 야권이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던 4.3보궐선거 격랑 속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난해 3월 정계에 입문한 뒤 만 1년 동안 한국 정치를 경험한 배 위원장과 마주 앉아 약 1시간 30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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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위원장은 '정치가 재밌냐'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그렇다고 했다. "1년 전의 배현진과 지금의 배현진을 비교하면 정말 많은 것을 새롭게 배웠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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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뭐 하고 있지' 생각 들지만…재밌어요 정치"

배 위원장은 지난 2008년 문화방송(MBC)에 입사했고, 2010년부터 MBC의 간판인 뉴스데스크 앵커로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그는 MBC 내의 '뜨거운 감자'이기도 했다. 지난 2012년 MBC 노동조합 파업 도중 업무에 복귀한 이후 노조와 불편한 관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해 최승호 사장 체제가 들어섰고, 배 위원장은 근 7년 만에 앵커직에서 교체됐다. 배 위원장은 MBC에 사표를 제출했고, 곧바로 한국당에 공식 입당(2018년 3월 9일)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홍준표 대표는 배 위원장을 영입하기 위해 '사고초려(四顧草廬)' 했다고 한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배 위원장에겐 많은 일이 있었다. 그는 입당과 동시에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작년 6월 13일)에 전략 공천돼 6·13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했으나 민주당 최재성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후 김병준 위원장이 이끄는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약 5개월간 '비대위의 입'으로 일한 뒤 임기 전 사퇴했다. 현재는 송파을 당협위원장으로서 지역을 관리하며 TV홍카콜라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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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위원장은 한국당 입당과 동시에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작년 6.13 재보궐 개표 직후 선거사무실에서 눈물을 닦는 배 위원장. /더팩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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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생활도 굉장히 행복했고, 의미가 있었지만, 그땐 회사의 얼굴인 앵커로서 운신이 조심스러웠어요. 사실 전 굉장히 활달하고 외향적이에요. 많이 덜렁거리기도 하고요. 지금은 밖에 나와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시끌벅적한 게 좋아요." 정치가 잘 맞느냐는 질문에 배 위원장은 주저없이 이같이 대답했다.

배 위원장은 정치인으로서의 지난 1년 소감을 묻자 "때때로 밤에 귀가해 천장을 보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문득 있어요. 그런데 1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정말 많은 것을 새롭게 배웠어요"라며 "재밌어요. 정치"라고 확신했다.

배 위원장은 '1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6.13 선거일을 꼽았다. 선거를 도와준 캠프 식구와 느낀 애틋함 때문이다. "출구조사가 나온 뒤부터 캠프에 저를 못 오게 하더라고요. 결과가 나왔으니까요. 저는 '괜찮다. 나가겠다'고 하는데 상처를 받을까봐 못 오게 하시는 거예요. 결과가 거의 나온 뒤에 캠프에 나갔어요. 그 때 눈물 흘렸던 게 화제가 됐는데, 울려고 운 게 아니라 마음은 괜찮았는데 딱 고생했던 분들 눈이 다 '그렁그렁'한 거예요. 그걸 보며 마음이 아팠고, 선거라는 게 참 냉정하구나. 이기지 않으면 아무 것도 심정적으로 해줄 수 없는 거구나. 뼈저리게 느꼈죠."

그런데도 정치를 계속할 마음이 들었을까. 곧바로 "이기는 정치를 해야죠"라고 답이 돌아왔다. 1등 만이 존재하는 정치의 냉정함이 그를 단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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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위원장은 '홍준표 키즈' '홍준표 라인' 등의 꼬리표와 관련해 "왜 라인을 타야 하냐"고 반문했다. /이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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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라인? 키즈?… 왜 '라인'을 타야 하죠"

지난해 말 배 위원장은 비대위 대변인직을 내려놓는 동시에 홍 전 대표의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 제작자로 나섰다. 아나운서, 정치인에 이어 프로듀서(PD)가 됐다. 처음엔 너무 어려웠다고 한다. 숙명여대 신문방송학과 시절 시트콤도 만들어보긴 했지만, 다시 직접 프리미어(영상 편집 프로그램)를 만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웃었다.

급여가 따로 있냐고 물었더니 단번에 "없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배 위원장은 "퇴직금 파먹고 있어요. 이게 눈물이 앞을 가리는 이야기거든요. 순수한 자원봉사입니다"라고 또 웃었다.

사실 배 위원장에겐 '홍준표 키즈', '홍준표 라인' 등의 꼬리표가 따른다. 그를 정치권에 영입하고 전폭 지원한 것이 홍 전 대표였고, 배 위원장의 행보 또한 줄곧 그와 함께했기 때문이다. 앞서 배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재진과 통화에서 "제가 믿어도 되는 사람이라고 확신한 사람, 감사한 사람에겐 그게 누구든, 그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소신대로 신의를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홍 전 대표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다시 한번 배 위원장에게 '본인에게 홍 전 대표는 어떤 존재냐'고 물었다.

"많은 분들이 키즈냐, 라인이냐,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해요. 하지만 제 입으로 단 한 번도 그렇게 규정한 적이 없고, 언론과 주변 시선으로 그렇게 된 거예요. 정계에 발을 들여놓고 나서 많은 분들이 줄기차게 '줄 타라'는 권유를 해요. '너 그거 썩은 동아줄이다?', '너 그 줄 잘 탔다'고 하시는데 정작 전 그렇지 않아요. 왜 라인을 타야하죠? 저는 홍 전 대표님이 인생의 대선배이고 정치계 대선배인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족하다고 생각해요."

PD로서 바라보는 방송인 홍 전 대표는 몇 점짜리일까. 배 위원장은 웃으며 한마디로 "천재적"이라고 극찬했다. "(100점 만점에) 100점은 아니고 90점 드릴 수 있어요. (홍 전 대표는) 어떤 주제도 본인의 관점이 다 정립돼 있기 때문에 입장을 막힘없이 말씀해요. 개요 정도만 짜드리면 방송 직전에 뽑아서 본인이 (이야기)하고 싶은 걸 하세요. 프롬프터 없이 그렇게 한다는 게 정치인이라도 쉽지 않거든요."

"다만 처음엔 멋부리는 걸 워낙 쑥쓰러워하셨고, 아무래도 전문 방송인이 아니다보니 자세도 굉장히 흐트러졌는데 이제는 자리가 좀 많이 잡힌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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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이 만난 배현진 위원장은 여느 30대 싱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추리 소설과 만화책을 즐겨 보고 아이유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다. /이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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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배현진은 정말 평범…허술한 면도 많고요"

배 위원장은 주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 '많이 알아보지 않냐'고 묻자 "알아보는 것도 같은데 막 다가오진 않으세요"라고 답했다. 배 위원장은 민망한 표정으로 "오늘은 제가 인터뷰한다고 깔끔하게 하고 왔는데, 평소엔 워낙 추레하게 구석에 앉아서 십자수 '꼼지락'거리고 하니까 말씀을 잘 안 거는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스스로 평가하는 자신은 "허술한 사람"이다. "앵커는 시청자에게 정보를 정확하게 전해주는 일종의 연기인데 개인 배현진은 상당히 달라요. 눈물도 많고, 맹하기도 해요. 어떨 땐 굉장히 독한 모습도 있고요. 특별하지 않아요. 여러분과 같은 모습, 정말 평범한 모습이에요."

그는 방송을 시작하면서부터 늘 대중의 주목을 받아왔다. 지켜보는 눈이 많아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그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적막'이다. 앵커 시절 일하는 곳 사방이 종일 켜진 TV였기 때문이다. 귀가하면 조용한 환경 속에서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 등을 읽는다. 만화를 굉장히 좋아해 웹툰 '호랑이 형제'의 "완전 팬"이다. 취재진도 배 위원장이 좋아한다는 그 웹툰 독자라는 말에 "전 선결제 해서 다 봤어요"라고 반겼다.

배 위원장과 대화를 나눌수록 '편견'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그는 대중에 비친 이미지와 달리 너무 솔직했고, 정치에 대한 나름의 소신도 확고했다. 술자리였다면 어땠을까. 문득 주량도 궁금해졌다. 배 위원장은 "주량은 얼마 안 돼요. 빨리 취하는 편이긴 한데, 술 마시며 편하게 이야기하는 걸 좋아합니다"라고 했다. 아나운서 시절 억눌렀던 것들을 가감 없이 분출하는 것일까. 그는 "욕구가 보이세요? 하하하~"라며 "아나운서 시절엔 모든 스태프와 어울렸지만 지금은 혼술, 혼밥을 많이 하고 만들어 먹는 것도 좋아해요"라고 자신의 '싱글라이프'를 귀띔했다.

그는 음식을 너무 잘해(?) 다이어트에 실패 중이라고 한다. 확인되지 않았지만, 배 위원장은 자신이 만든 음식은 제법 맛있다고 했다. 처음으로 혼자인 삶을 누구보다 즐기는 중이다. 특히 음악은 그 삶에 뺄 수 없는 요소다. 노래 중에선 가수 아이유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 "멜로디도 좋고 가사를 정말 잘 쓰는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애창곡은 본인이 태어나기도 전인 197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가수 김추자의 노래다.

지난해 선거 때 배 위원장이 선거송 '아기상어'에 맞춰 춤을 춘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얘기를 꺼내자 배 위원장은 "몸치에요. 신입사원 때 티아라의 '보핍보핍'을 장기자랑으로 췄는데 너무 못해서 편집됐어요. 아기상어는 즉석으로 한 거치고는 굉장히 만족했는데 주위에선 못 춘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미소지었다.

☞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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