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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바이든 '나쁜손' 조롱한 트럼프…'도토리 키재기' [월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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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쁜 손’ 논란을 일으킨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롱하는 합성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차기 대선의 유력 경쟁자가 부적절한 신체접촉 폭로로 곤경에 처하자 서둘러 숨통을 끊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의 대명사인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돌아온 걸 환영한다 조!”라는 글과 함께 15초짜리 동영상(사진)을 게시했다. 소파에 앉아 발언하는 바이든 전 부통령 뒤에 또 다른 바이든의 합성 이미지가 불쑥 나타나 ‘진짜’ 바이든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등 뒤에서부터 머리 뒤쪽까지 코를 비빈 뒤 뒤통수 냄새를 맡는 듯한 행동을 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다. 이는 2015년 백악관에서 취임식을 하던 애슈턴 카터 당시 국방장관의 부인 스테파니 뒤에 바짝 붙어서서 어깨를 잡은 채 귓가에 뭔가를 속삭이던 바이든의 모습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이 영상은 ‘CarpeDonktum’이라는 트위터 계정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가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것이다.

최근 바이든 전 대통령의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폭로하는 일이 잇달아 일어나자 미국 공화당 측 인사들은 성적 접촉을 연상시키는 바이든의 사진을 인터넷 등에 유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 ‘그레이트 아메리카 팩’은 바이든의 부적절한 신체접촉 장면을 줄지어 보여주고 ‘우리 아이들이 보고 있다’는 자막을 내보내는 1분짜리 인터넷 광고를 제작했다. ‘소름 끼치는 조’(Creepy Joe)라는 제목의 이 광고는 ‘바이든을 끝장내자. 2020년에는 트럼프에게 투표하자’는 자막으로 끝난다.

그러나 젠더 감수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과 ‘도긴개긴’, ‘도토리 키재기’라는 평가다. 아니,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이날 트럼프가 10명이 넘는 여성들로부터 성희롱 폭로를 당했으며, 성매매·간통 사실을 떠벌리듯 한 점을 부각했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2005년 연예매체 ‘액세스 할리우드’ 녹음파일이 공개돼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 파일에는 “당신이 스타면 그들(미녀)은 뭐든 하게 해 준다. 유명인사면 여자의 XX를 움켜쥐어도 된다”와 같은 트럼프의 막말이 담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포르노 배우들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최근 “성매매 폭로를 막기 위한 입막음용 돈을 대신 전달했다”고 털어놨다.

민주당 측은 트럼프가 바이든의 행동을 비판할 만한 도덕적 지위를 갖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2008년 대선 캠프를 총괄했던 패티 솔리스 도일은 “그(트럼프)는 여성을 돼지로 지칭한다. 그는 여성을 외모에 따라 1∼10 등급으로 나누는 사람이며, (딸인 이방카 트럼프에 대해) ‘내 딸만 아니라면 그녀와 사귀었을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며 “그는 여성 유권자들에게 패배할 것이다. (트위터에 바이든 관련 동영상을 올리는) 이런 행동은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 뿐”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인 성차별적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노리는 민주당 주자 힐러리에 맞서 백인 남성표를 결집시키려는 전략으로 해석되곤 했다.

그는 2015년 8월 공화당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서 진행자인 폭스뉴스 앵커 메긴 켈리가 자신의 여성 비하 발언을 지적하자 켈리에 대해 ‘빔보’(bimbo·예쁘지만 머리가 빈 여자)라고 막말을 했다. 또 “그녀의 눈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다른 어디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이라며 여성의 생리적 현상을 헐뜯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9·11 테러 15주기 추모행사 도중 갑자기 심한 어지럼 증세를 보이며 자리를 뜬 힐러리를 두고 “클린턴이 또 하루를 쉰다. 그녀는 휴식이 필요하다. 푹 자고 TV토론 때 보자”는 트윗을 올렸다. ‘여성은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열등하다’는 암시가 들어 있는 발언이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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